brunch

매거진 파도타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ONGREE May 23. 2021

파도타기

너와의 이야기를 추억해

 시끌벅적한 루프탑 바를 나와서 적당한 취기를 빌려 마트에 들어가 조그마한 와인 한 병을 샀어. 그리고 센강으로 투덜투덜 걸어 나가 옛날에 걸었던 센강을 추억했어. 그 당시에 유럽여행을 하며 여행지마다 내가 하고 싶은 ‘위시리스트’들이 있었지. 그중에 바토무슈(유람선)에서 와인 마시기가 있었는데 그 기억이 너무나 좋아서 그 추억으로 한번 더 바토무슈를 타고 와인을 마시며 파리의 밤바람을 맞이했어. 외국을 여행하면 재밌는 게, 외국어를 모르니까 가만히 눈을 감고 있으면 귀로 들리는 그들의 말들이 배경음악이 되는 기분이 들어. 바토무슈에 앉아서 와인으로 목을 축이며 눈을 감고 그들의 말소리를 배경음악으로 삼아 우리의 사랑이야기를 되돌아봤어. 우리가 처음 만났던 날부터 지금까지 행복해하는 너의 모습이 지나가더라. 웃는 얼굴이 참 사랑스러운 너라서 그런지 내가 기억하는 대부분의 너의 모습은 웃는 얼굴이었어. 우리의 많은 이야기 중에 어떤 것들이 특별했을까? 내가 생각하는 특별했던 순간과 잊지 못하는 순간, 너가 생각하는 순간이 무엇일까 문득 궁금해지네.

 내가 너를 정말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던 순간이 두 번 있었어. 첫 번째는 내가 너로 인해 무모해질 수 있었던 순간이었어. 서산으로 여행을 떠났고, 운전에 서툰 나는 그곳까지 버스를 타고 가서 차를 빌렸었지. 우리의 계획대로 여행을 재밌게 하고 맛있는 음식과 한적한 숙소에서 사랑스러운 순간은 보냈어. 유기방 가옥에 가서 생애 처음으로 그렇게 많은 수선화 꽃밭을 구경했고 같이 어우러지는 우리 모습이 누가 봐도 사랑스럽겠더라. 그렇게 다음 여행지를 알아보다가 개인 사유지이지만 굉장히 아름다운 곳이 있는 거야. 솔직한 마음으로는 너무나 가고 싶었지만 용기가 나지 않는 나였고 조금은 두려워했지. 그런 순간 있잖아. 사다리 계단을 올라갈 용기만 있다면 그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새로운 풍경이 보여질 텐데 그 높이가 무섭다고 계단 아래에서 발을 동동 굴리게 되는... 하지만 그 높이가 높지는 않지만 용기가 잘 나지 않는... 그런 순간 갑자기 용기가 생기는 거야. '이 광경을 사랑스러운 너랑 보러 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이 곳은 어떻게 해서든 가야겠다.' 그렇게 너에게 개인 사유지라는 것은 숨기고 그곳으로 갔지. 그곳은 사다리 계단 대신 돌계단이 있었고 한 계단을 밟아갈떄마다 심장이 뛰었어. 이 광경을 보고 기뻐할 너의 모습을 너무나 기대하고 기다리는 마음으로 계단을 모두 올라갔어. 내가 놀랍더라. 내가 기대했던 모습보다 더 아름다웠고 심장이 엄청 뛰더라. 광활한 물가들이 온화한 온기를 받은 노을빛으로 물들어 있었고, 적당한 바람소리로 잔물결을 일으키며 우리를 맞아줬어. 모든 것들로부터 비행기 모드가 되어 우리 둘만의 공간으로 떠나온 기분이 들더라. 우리의 관계와 존재를 축복해주듯이 우리를 더 아름답게 해주기 위해 상상속에서만 꿈속에서만 그려볼 수 있었던 장면들과 시선속에 우리가 놓여 있었지. 버드나무가 살랑살랑 움직이고 그 곳으로 살랑살랑 나풀거리는 너의 원피스가 슬로우 모션처럼 움직이더라. 살아가는 것은 어렵지 않고 잘 사는 것은 어렵다고 하지만 그런 순간마다 잠시 모든것을 내려 놓고 이렇게 우리 둘만의 공간에서 순간에서 시공간에서 함께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모든 순간을 담기 위해서 영상과 사진을 남겼었지. 해가 저물어서 비행기모드를 다시 해제하고 차에 타고는 버스터미널로 향하며 이런 생각이 들더라. 나에게 없던 용기를 생기게 하고 무모해지게 만드는 너라는 사람이 없었으면 얼마나 비겁하고 겁쟁이였을까... 렇게 무모하지 않던 사람이 용기를 마지고 무모해지는 순간, 도전적이게 만드는 사람이 너였고 그 순간 나는 참 너를 사랑하고 있구나 라고 깨달았어.


매거진의 이전글 파도타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