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서 빠져나와 삶 속으로 들어가라

by Lume

수용전념치료(ACT)를 처음 접한 것은 임상심리학 강의시간이었다. 인지행동치료의 제3의 물결 중 하나인 ACT는 그 자체로 독특한 관점을 가지고 있었다. 전통적인 인지행동치료(CBT)는 인간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데 있어서 인지적인 측면에 관심을 기울였다. 간단히 말해서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달라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CBT는 부정적인 행동을 만들어내는 사고방식이 존재하고 이를 해소하여 내담자의 행동을 수정하려는 치료법이다. 이와 달리 ACT는 누구나 당신과 같은 고통과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그것들을 받아들이고 수용하는 것이 변화의 첫걸음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인상적인 부분은 내담자에게서 부정적인 측면을 찾아내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누구나 겪는 문제일 뿐이니 문제 자체를 해결하려고 하기보단 수용하고 받아들인 후에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에 전념해서 행동을 변화시키려는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얼핏 들으면 고통을 수용한다는 것이 잘 이해가 가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많은 경우 우리가 문제라고 바라보기에 문제가 된다. 우리는 우리가 일생동안 겪는 수많은 문제들에 부딪히고 맞서기보다 흘러가게 놔둘 수 있다. 문제에 저항하고 부딪혀 해결할 수 있다면 별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지만, 우리의 의지와는 별개로 결코 피할 수도 극복할 수도 없는 문제들도 많이 있다. 해결할 수도 피할 수도 없는 문제에 끝까지 저항하기보다 그 문제와 공존하기를 선택한다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더라도 내가 원하는 삶을 살 방법이 있다면, 문제라는 건 애초에 신경 쓸 대상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강의를 마무리하시면서 교수님은 ACT의 이론과 활동을 담은 책을 한 권 추전 해주셨다. 책의 제목은 이러했다. 마음에서 빠져나와 삶 속으로 들어가라. 제목 자체가 ACT의 관점을 모두 포함하고 있었다. 마음은 우리가 내려놓지 못하거나 사로잡혀있는 생각을 말한다. 스스로를 고통스럽게 하는 사고방식에서 빠져나와 삶 자체를 살아가라는 메시지는 나에게 하는 말 같았다. 이전 글에서도 드러나듯, 나는 삶을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하느라 삶에 몰두해 살아갈 기회를 놓치는 사람이다. 그런 내게 이 책은 생각에 사로잡히지 않고 삶 속으로 온전히 스며들어 하루를 살아갈 방법을 알려줄 것 같았다.


수업이 끝나는 대로 도서관에서 책을 빌렸고 서문부터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책에는 독자가 스스로 자신의 생각을 돌아보고 ACT를 해볼 수 있도록 많은 활동들을 포함하고 있었다. 단순히 읽어나가기만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고, 약 10주에 걸쳐서 책에 담긴 활동을 직접 해보고 그 기록을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음을 먹은 시점과 시작한 시점에 제법 차이가 있지만, 그럼에도 어떻게든 시작해보려 한다. 겉돌기만 하는 생활에서 벗어나 삶 속으로 들어갈 시간을 더 이상 미루지 않으려 한다.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