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력자 없는 삶, 비로소 보이는 것들

아들 둘과 뉴질랜드 1년 살이 그 시작

by 윤소라

아이 둘,

그것도 손 한참 많이 가는 초5, 초2 아들 둘을 데리고

야심차게 뉴질랜드에 온지 이제 한달이 지났다.


갑작스러운 휴직과 1년살이 결정으로

꼼꼼하게 준비하지 못했음에도,

유학원을 비롯한 좋은 인연들 덕분에

좋은집, 좋은 학교 만나

뉴질랜드 라이프는 비교적 잘 순항하고 있는것 같다.


그럼에도 아이 둘과 처음 하는 타향 살이는 참 녹록치 않다.


지난 한달간 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르게,

커피 한잔 오롯이 즐길 시간이 없을 정도로

정신없이 흘러갔다.


한달쯤 지나니,

뉴질랜드의 파란 하늘이 보이고,

여름에서 가을로 계절이 바뀌는 모습이 보이고,

한국에 있는 지인들에게 안부를 전할 정신머리가 생겼다.


가끔씩은 여기서 뭐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엄마의 시간은 매일 정직하고도 똑같이 반복된다.


새벽에 일어나서 도시락 싸고 아침밥 짓고, 애들 등교 시킨 후

왜 맨날 엉망인지 모르겠는 집안을 정비하고,

대충 한끼 떼우고

커피 한잔 내려 한숨 돌리고 나면

벌써 오전이 지나있다.


그리고 나서 느린 손으로 바삐 애들 먹을거리를 챙기거나

장이라도 보러 다녀오면

벌써 아이들 데리러 갈 시간이라니!!


한국에 있을 땐 마셔볼 기회가 거의 없었던

유리병에 든 뉴질랜드산 동서커피 한잔 타서,

아이들 간식으로 사놓은 쿠키타임을

후다닥 먹으며 당충전 하는 내 모습을 보고있노라면


"너 여기 이럴려고 왔니??? "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나이가 마흔이 넘어도

직장에서, 집안에서 여기 저기 휘둘리는 인생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오롯이 나에 대한 주도성을 되찾고 싶었고,

병치레가 잦은 아이들에게도 새로운 환경을 선사하고 싶었다.


아들 둘에, 녹록치 않은 워킹맘으로 살면서

나름 산전수전 다 겪었다고 생각했는데,


뉴질랜드에서 나 홀로

말 안듣는 아이 둘과 매일 실랑이하고,

손에 익지 않은 살림살이로 하루 하루 살아내자니,

나는 생활력이 얼마나 하찮고 보잘것없었는지

그간 내가 얼마나 편하게 살아왔는지

새삼 깨닫고 있는 중이다.


사무실에서든 집에서든

우유 들어간 커피 한잔씩 내려

잠시라도 나만의 시간을 음미할 수 있었던 것 역시

내 주변의 수많은 조력자들 덕분이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