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 본 동생의 인스타

우리의 애도는 끝나지 않았다.

by 김작가입니다

우연찮게 동생도 인스타를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가족끼리는 서로 그런 거 보는 거 아니라고 해서 그냥 몰래 가서 보고 왔다. 다행히 비공개가 아니다. 사업을 하는 녀석이라 그런지 팔로워가 4,500명이 넘는다. 잘 나가는지는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잘 나가는지는 몰랐다. 좋아요가 눌러지지 않도록 조심해서 게시물을 염탐했다. 대부분의 게시물은 일을 하면서 찍은 사진, 일상 속에서 소소한 것들이 담겨 있는 사진이 많다. 그중에 눈에 띄는 사진이 하나 보인다. 쿠션 사진이다. 동생에게 쿠션에 대해 짧은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글을 통해 깊이 다시 만났다.


[작업의뢰서]

(......) 전해드린 쿠션은 차량 사은품으로 받아 뒷좌석에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던 것으로, 병상에서 불편한 어머니의 무릎 밑에 괴려고 대충 집어갔던 물건입니다. 어머니는 임종의 순간, 통증에 한참 몸을 뒤척이시다 결국 발치에 있던 이 쿠션에 엎드리신 채 눈을 감으셨습니다. 저는 정신없이 병실을 정리하며 이 베개를 비닐봉지에 담아와 차 트렁크에 던져두고는 몇 개월 방치했습니다. 평소 아끼거나 좋아하던 물건도 아니었고, 힘겨웠던 마지막 기억이 떠오르기도 해서요. (......) 저는 고민 끝에 이 물건을 어머니를 기억하는 소중한 물건으로 여기기로 결정했습니다. 인연이 있는 oo님의 도움을 받으면 가능할 것 같았습니다. 어려운 의뢰를 흔쾌히 수락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어떻게 요청드릴지 고민이 길었는데, 아래의 문구를 작은 십자가와 함께 자수로 새겨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바닷가 도시에서 태어나 '해순'이라는 이름으로 살다 가신 어머니를 기리려고 합니다. (.....)


엄마는 2023년 6월 7일에 돌아가셨고, 이 글은 2024년 9월 19일 게시되었다. 그리고 2025년 1월 23일 밤, 나는 아무런 방어 없이 이 글을 만났다. 미처 알지 못했던 동생의 마음에, 동생이 남겨 놓은 엄마의 흔적에 눈물바람이 되었다. 우리의 애도는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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