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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국이 만개한 순간속에

진심은 마음속에

by 구름파도

우리는 아름다운 꽃을 보면서

꽃이 시들 미래를 걱정하지 않는다.

그저 만개한 아름다움을 감각으로 즐길뿐이다.

단지 덧 없는 여린 생명이 곁에 있는 순간.

그 순간의 기억을 소중히 할 뿐이다.


사람은 순간의 기억으로 살아간다.

곧 사라져 버리고 말 찰나의 순간.

그것이 우리를 울게 하기도, 웃게 하기도 한다.

대수롭지 않게 지나가기도 하지만,

나 자체에 큰 영향을 주기도 한다.

우리는 순간의 기억으로 평생을 살아가니까.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순간은 꽃을 볼 때이다.

1년 동안 땅에 웅크린 채 숨죽이고 있다가,

때가 되면 단단한 흙을 뚫고 싹을 틔운다.

온갗 풍파와 위협을 견디며 결실을 맺는 꽃.

꽃의 아름다움은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그 순간이 소중한 것이다.


한 계절을 살면서, 꺾이거나 덧 없이 져버리는 꽃.

금새 사라져버릴 작은 생명은 큰 의미를 품고있다.

그들은 단순히 살기위한 생존본능이 아닌

삶의 순간 그 자체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힘겹게 세상으로 나와

비바람을 견디며

결실을 맺고

땅으로 돌아간다.

어떤 것이든 의미 없지 않은 것이 없다.

그래서 나는 꽃을 볼 때, 꽃이 견뎌온 시간을 생각하며 존경하게 되는 것이다.

내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꽃은 수국이다.

수국을 본 순간을 소중히 하는 이유는

그 꽃이 가진 의미에 있다.

꽃들은 각자 꽃말이라는 이름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꽃이 가지고 있는 진심을 알게 되면 그것이 사랑스러울 수 밖에 없다.


수국이 가진 의미은 내게 특별했다.

수국의 꽃말은 '진심'이다.

수국은 라플레시아처럼 아무렇게나 차려입고 오거나,

개양귀비처럼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오로지 긴 시간을 견뎌, 자신이 품은 하나의 진심을 겉으로 표출할 뿐이다.

비록 변덕이 조금 심하긴 하더라도 말이다.

'나는 내가 곧 죽더라도 태어난걸 후회하지 않아'

'너희가 날 꺾더라도 장미처럼 가시를 보이진 않겠어'

활짝 핀 꽃이 당당하게 말하는 것 같았다.


나는 생각했다.

'수국처럼 누군가에게 진심을 보인 적이 한번이라도 있었는가?'

내가 살아온 순간은 거짓말로 이루어져 있다.

아무에게도 진심을 전한 적이 없었다.

그야 내 마음의 씨앗은 땅을 뚫어보지도 못했는걸.

시들어버린 마음은 아무리 물을 주어도 자라지 못했다.


순간의 기억. 순간의 진심.

나는 순간 속에 살아가고 있다.

한 걸음, 한 숨, 모든 것이 내가 살아있다 말해주고 있다.

나는 느꼈다.

진심.

내 마음 속에 수국이 만개하면 시든 마음이 되살아날 수 있다고.

나를 얽매는 거짓의 순간을 벗어 던지고,

새로운 씨앗을 심을 수 있다고.


코스모스가 피는 계절이 왔다.

신이 가장 먼저 만들었다는 꽃.

수국이 지는 계절.

꽃이 지는 것을 걱정하지 않는다.

씨앗을 남겨두니까.

다시 수국이 만개하는 계절이 오면

나도 진심을 언젠가는 말할 수 있을까?

그저 지금은 꽃에 물을 주는 순간을 소중히 할 뿐이다.

진심은 늘 마음속에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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