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세, 15년 다닌 회사 퇴직사연에 대한 소고

by 열혈청년 훈

알고리즘의 인도로 51세, 15년간 다닌 회사를 퇴직하게 된 사연이라는 유튜브를 보게 되었습니다.

이 사연이 회사에 진심인 직장인에게도, 회사와 계속 같이 갈 수 있을지 고민하는 직장인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많은 것 같아 한 번 제 생각을 정리해보았습니다.

사연은 아래 링크가 있으니 관심이 생기신 분들은 한 번 들어보시면 좋겠습니다.

https://youtu.be/lT0QgtfhtHo?si=SNTyfcxFHtjM98jc




1. 사연요약


사연자는 제조업 회사에서 경영지원으로 입사했으나 현장업무로 나갔다가 나중에 경영지원 일을 다시 하게 된 케이스입니다.

이 과정에서 양쪽을 모두 경험한 만큼 경영지원과 현장의 좋은 가교역할을 할 수 있었고, 이 때 본인도 가장 좋았다고 회상합니다.


그러던 중 사장이 대기업 출신을 어렵게 모셔왔습니다.

이 분은 현장에 대해 장비를 멈추고 5분 내로 이메일을 보내라고 지시하고 보낸 시간대로 캡처해서 사장에게 보고하는 등 현장에 대하여 엄격하고 부정적이었다고 합니다.

당연히 매출이 떨어졌을 것입니다.


뭔가 이상함을 감지한 사장이 전 직원 1:1면담을 실시했고, 사연자는 본인의 차례에 그간 느낀 문제에 대하여 진솔하게 모두 얘기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다음주에 분위기가 이상해졌답니다.

사연자가 직장내 괴롭힘, 왕따인가하고 생각할 무렵 팀장 면담을 통해 본인(사연자)가 현장을 선동해 본사에 불만을 말하게 하는 주동자라는 것을 듣게 되었다고 합니다.


사연자는 퇴사를 하였고 다행히 이전에 회사를 그만둔, 사연자가 즐겁게 회사생활을 했던 때의 동료들의 도움으로 재취직한 것 같습니다.



2. 직언은 하지 말고 정 하려면 확실한 신뢰를 구축한 뒤에 해야 한다


우선 사연자의 사정이 남일같지 않았습니다.

다니는 직장, 나이, 구체적인 상황이 똑같지는 않겠으나 저 또한 비슷한 쓰린 경험을 한 바 있기 때문입니다.


그 때 제가 절실히 느낀 점이 있습니다.

“아! 사람은 콩으로 메주를 쑨다는 말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누가 그 말을 하느냐가 중요하구나!“


이건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닙니다.

사실 정도의 차이가 있을뿐, 저도 생각해보면 그렇습니다.

틀린 말도 제가 평소 신뢰하던 사람이 하면 ‘그런건가?’하고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되고, 맞는 말도 신뢰하지 않는 사람이 말하면 ‘진짜 맞는 말인가?’하고 의심부터 합니다.


사장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1:1 면담을 통해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겠다는 것조차 거짓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다만, 사장 입장에서 아마 사연자보다는 대기업에서 어렵게 모셔온 임원에 대한 신뢰도가 훨씬 높았을 것입니다.


누가 보더라도 새로 데려온 임원이 회사를 망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 알기 쉬운 물증이 없는 상황에서 아마 사연자의 말만 신뢰하기는 쉽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제가 어디서 본 말인지는 모르겠는데,

“사람은 믿고 싶어하는 것을 믿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어릴 때는 잘 몰랐다가 요즘에는 정말 이 말이 맞다는 것을 체감합니다.


중국 고사 중 ‘여도지죄’란 고사성어가 있습니다.

한비자에 나오는 고사로 위나라 영공 때 미자하라는 신하의 복숭아 얘기입니다.

미자하가 용모가 빼어나 군주의 사랑을 받고 있을 때, 본인이 먹던 복숭아를 영공에게 주었는데 영공은 화를 내기는 커녕 “자신이 먹던 것도 잊고 나에게 주다니! 나를 사랑함이로다”라고 했습니다.

세월이 흘러 미자하의 용모가 시든 뒤 죄를 짓자 영공은 호통을 치며 ”지난날 먹던 복숭아를 내게 주었다!“며 벌을 주었다고 합니다.


여기서 복숭아를 직언으로 한 번 바꿔보겠습니다.

그 사람을 신뢰하고 있을 때는 직언이 직언으로 제대로 작동합니다.

하지만 신뢰하고 있지 않은 상태거나 과거에는 신뢰했더라도 현재는 신뢰를 거두었다면 예전에 한 직언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직언은 안하는 것이 상책입니다.

하더라도 그 사람과 나의 관계를 한 번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합니다.

유비, 관우, 장비처럼 창업 자체를 같이 했기에 고생을 같이 했고 법적으로 내꺼는 아니어도 나 자신과 다름없는 회사라거나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상대방이 적어도 한 번은 무조건 들어야 하는 소위 ’까방권‘이라도 없는 한, 직언은 함부로 하는게 아닙니다.



3. 사장의 입장에서


그리고 사장의 입장을 잠시 살펴보겠습니다.

일단 저는 사연자가 잘못했다는 말씀을 드리려는 것은 아닙니다.

당장 저만 해도 같은 행동을 했던차니까요


다만, 사장입장에서는 현장을 컨트롤 하에 두려는 생각을 했을 수는 있습니다.

우리가 역사를 보면 군주가 창업 후 2대, 3대에 이르면 중앙집권을 시도하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제조업 회사라면 회사의 매출기반은 결국 제조, 현장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현장일수록 오래 일한 분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정주영 회장만 해도 현대그룹 전설의 모태가 된 자동차 수리소에서 기술자들과 부딪히는 장면이 있지 않았습니까?


그간 회사가 성장하고 지금 유지하는데 있어서 현장의 중요성을 사장이 모를리는 없습니다.

동시에 더 크게 성장하고 사장 본인이 원하는 것을 현장에 더 자유롭게 지시하기 위한 필요성도 느꼈을 수 있습니다.


어제까지 서로 하하호호 하던 본인이 갑자기 표변할 수는 없으니, 본인이 원하는 바를 대신 실현시켜줄 누군가를 데려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사연자가 재직했던 회사는 아마도 오래 가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개혁에는 당연히 저항세력이 있게 마련이라지만, 그렇다고 지금 회사의 제조 노하우를 갖고 있는 베테랑들을 마냥 내쳐서는 생산성이 안 나올것이니 구분전략이 필수입니다.

사전에 현장에서 회사입장에 동조하고 일부 숙련자가 이탈하거나 분위기를 이상하게 만들 때, 버팀목이 되고 방파제가 되어줄 사람이나 세력을 확보하고 일을 시작했으면 더 좋았을 것입니다.


의외로 많은 국가, 기업이 전성기를 맞이하는 듯 보이다가 갑작스럽게 무너지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백제만 하더라도 의자왕이 신라의 40성을 함락시킨 후 궁지에 몰린 신라의 나당연합의 공격과 급격한 중앙집권의 콜라보로 한 방에 망해버렸습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사연자의 퇴사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4. 마치며


회사가 이렇게 가면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것을 알고서 말을 안 하는 것과 깨닫지조차 못하는 사람은 분명히 차이가 있는 것입니다.


다만, 알았다고 해서 그 모든 것을 말하는 것도 반드시 현명한 것은 아닐수도 있습니다.


오늘도 이 땅의 모든 직장인을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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