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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혈청년 훈 Feb 07. 2021

3. [시사잡설] 애플카 협력제안은 현대차 위기신호다

애플의 협력제안이 현대기아차에 굴욕이라고 생각하는 이유

시사잡설의 의미


브런치를 시작하며 말씀드린 것처럼 시사적인 이슈에 대해 제 생각을 간단히 적는 것도 제가 쓸 글의 주제 중 하나입니다.

오늘은 그 첫번째 글을 쓰고자 합니다.

잡설이라고 이름한 까닭은 제 나름으로는 근거와 논리를 갖추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제 식견이 짧고 부족하여 그것에 담론이나 평론, 일고 같은 거창한 이름을 붙이기는 어렵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입니다.


시사잡설을 읽는 분들께 어떤 시사적 이슈에 있어 '오, 이렇게도 생각해볼 수 있구나'하는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이 코너의 글쓰기는 달성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론 : 위기, 굴욕이라고 생각하는 이유


저는 현대기아차에 있어 애플의 협력제안을 판단할 전문적인 지식은 없습니다.

다만 짧은 지식과 역사적인 사례들을 생각해 보았을 때, 애플카 협력이 현대기아차에 중기적인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을지는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위기신호가 켜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이유는 간단한 가정에서 출발합니다.

'애플과 현대차가 협력한다면, 100년을 갈 수 있을 것인가?'

'현대차는 애플과의 협력과정에서 독자적인 고객정보를 확보하고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인가?'

저는 이 두 가지가 모두 부정적이라고 보았습니다.


아래에서 차근차근 제 생각을 풀어내보고자 합니다.



1. 애플은 자동차 시장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일까?


보도에 따르면 협력을 먼저 제안한 것은 애플입니다.

그렇다면 애플은 자동차시장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일까요?

더 정확히는 자동차시장에서 애플이 가져가고 싶은 포지션은 무엇일까요?


제 생각에 자동차 시장은 크게 세 가지 시장으로 대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 자동차 제조(판매) - 2. 자동차 수리 등 사후관리 - 3. 자동차 용품 제작, 개조 등 연관산업

이 중에서 애플이 참여할 시장은 당연히 자동차 제조, 판매분야일 것입니다.


그런데 제조분야에서도 애플이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은 반드시 완성차 제조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A14와 같이 자동차의 핵심이 되는 CPU를 제조하여 판매하는 방법이 있을 수도 있고,

IOS와 같이 자율주행 기능을 포함한  OS를 판매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다른 생각을 가지신 분들도 있으시겠지만 저는 애플이 전기차에 CPU나 OS를 팔기 위해 시장에 참여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근거는 순전히 지금까지 애플이 해온 사업방식과 자율주행차가 가져올 자동차라는 개념의 변화 때문입니다.


애플은 누구나 알다시피 집요하게 독자적인 규격체계를 고집했고 폐쇄적인, 그러나 한 번 락인되면 벗어나기 어려운 생태계를 일관되게 구축하여 왔습니다.

애플이 개발한 A시리즈 칩은 아이폰에 탑재되었고 인텔, 스냅드래곤처럼 여러 제조사가 PC, 스마트폰을 제조하는데 제공되거나 ARM처럼 기본설계를 판매하지 않았습니다.

IOS 또한 아이폰 탑재를 위해 만들어지고 운영되고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처럼 OS를 팔아 수익을 얻지도 않았습니다.


또한 앞으로의 자동차는 지금까지와는 개념이 크게 달라질 것입니다.

5G 또는 장차 나올 6G의 압도적인 속도는 자동차와 도로관리자(정부 또는 공공기관) 사이의 실시간 소통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자율주행의 시대가 열릴 것입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야 하겠지만 만약 자율주행의 안전성이 완전히 보장되어 핸들에서 손을 놓아도 된다면 그 때 운전자와 동승자는 무엇을 할까요?


완전히 새로운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가진 시장이 열리게 되는 것입니다.

장거리 이동이라면 영화 한 편을 감상할 수 있고, 1시간 거리라면 강의를 듣는 것도 가능하고, 30분 거리라면 미팅준비를 위한 최종점검이나 차내 실시간 회의도 가능합니다.

조금 과장을 보태자면 대중교통이나 수동운전을 해야 하는 사람이 24시간을 산다면, 완전 자율주행차를 타는 사람은 25시간, 26시간을 살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아이폰처럼 애플은 최종적인 제조사가 되어야 합니다.

애플은 매킨토시, 아이팟, 아이폰에 이르기까지 하드웨어를 제조하되 그 OS와 생태계를 함께 만드는 것에 중점을 둔 회사로서 이번에 자동차 부문에 진출함에 있어서도 하드웨어가 되는 자동차의 제조는 필수불가결하기 때문입니다.


전기자동차 시장에서 제품의 성능차를 가르는 핵심적인 요소는 결국 배터리와 자율주행 등 O/S시스템으로 생각됩니다.

그런데 배터리는 어떤 기업이건 안전성과 경제성, 생산수율을 잡은 소수의 과점기업의 것을 사용하게 되어 크게 차이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면,

나머지 승부는 결국 전기자동차에 실리는 O/S와 사용자에게 어떤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느냐에서 갈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애플이 협력 자동차업체에 요구하는 것은 결국 지금의 폭스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2. 완성차 업계에서 폭스콘이 되어줄 기업을 찾기 위한 조건


서론이 길었습니다만 이제부터 제가 말하고 싶었던 본론입니다.

애플의 입장에서는 완성차 업계에서 폭스콘이 되어줄 기업을 찾아야 합니다.

어떤 기업이 그런 조건을 충족할 수 있을까요?


제가 만약 애플의 담당자라면 전세계 자동차업계 리스트를 펼쳐놓고 아래와 같은 기준에 따라 후보를 추렸을 것 같습니다.


ㅇ 브랜드 가치가 확고하지 않은 기업은 어디인가?

 - 폭스콘이 독자 스마트폰을 개발하지 않는 것처럼 애플카를 생산하는 이상, 해당 브랜드가 별도의 전기차를 발매해서는 안 되는데 브랜드 가치가 너무 확고한 기업은 이런 조건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기에.

ㅇ 전기자동차 시대에 독자적인 O/S를 개발할 역량, 가능성이 낮은 기업은?

 - 차세대 전기자동차의 핵심은 O/S를 통한 기존의 애플생태계 접목 + 고객데이터 확보인데, 독자 O/S 개발을 통한 고객데이터 확보가 가능한 기업은 애플의 독점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기에

ㅇ  애플은 전세계적인 공급을 전제로 하고 있으므로 일정규모 이상의 안정적인 대량생산 경험이 있을 것


현재 언론을 통해 애플과 협상중인 것으로 추측되는 기업리스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현대기아차, 테슬라, GM, 포드, 혼다, 마쓰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18&aid=0004847877

어떻습니까?

테슬라를 제외한 5개 기업은 위 3가지 조건에 부합하는 것처럼 생각되지 않으십니까?


여기서 테슬라는 뭐냐? 3가지 조건과 전혀 관계없지 않은가?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테슬라가 애플에 비해서는 현재 제품을 출시하고 자율주행 데이터도 착실히 축적하고 있기에 테슬라의 경우는 아예 인수합병 교섭을 벌이는 것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만약 테슬라를 인수할수만 있다면 애플의 독자적인 전기자동차 출시 및 자율주행시스템 완성은 크게 앞당겨질 수 있을뿐더러, 강력한 경쟁자를 제거하는 셈이니 일거양득이죠.


그러면 현대기아차를 포함한 나머지 5개 기업은 어떤지 살펴보겠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판매량은 현대기아차 720만대(세계 5위), GM 774만대(4위) , 포드 490만대(6위), 혼다 482만대(7위),  순위에 들지 못한 마쓰다는 2019년 148만대를 생산했습니다.

마쓰다의 생산량이 처지는 느낌은 들지만 그래도 100만대 이상이고 특히 세계 4~7위 생산량을 가진 메이커가 협업대상으로 지목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2019년 전세계 전기차 판매량으로 보면 어떨까요?

협업대상 지목 기업 중 테슬라가 36.8만대로 1위이고 현대차가 6.4만대로 6위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4개 기업들은 Top10에 전혀 없습니다.

즉, 내연시장에서는 강자일지 모르지만 전기차 시장에서는 이미 시장선점, 리드 모두 실패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세계적으로 ESG가 강조되고 있으며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탈탄소경제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이는 멈출 수 없는 하나의 상수로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노르웨이가 2025년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한 것을 시작으로 영국(2030년), 프랑스(2030년, 소형차&밴), 미국 캘리포니아주(2035년) 등 선진국에서는 확고한 흐름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대량의 자동차를 생산, 판매한 실적과 경험을 갖고 있으면서 전기차 시장에 대한 전환이 상대적으로 늦은 기업, 브랜드 가치가 확고하지 못하면서 독자적인 O/S를 개발할 가능성이 낮은 기업

애플에게는 이 이상 폭스콘이 되어줄 최적의 조건을 가진 기업이 없을 것입니다.

(실제 2019년 BMW는 13.9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해 3위에 올랐으나 애플의 협업대상이란 보도를 보지 못했습니다.)


결국 현대기아차를 포함해 협업대상으로 지목된 기업은 사실상 "당신들 전기차 시장에서 독자생존할 가망성은 낮아보이지만 지금까지의 대량생산, 판매경험이 있으니 내 밑에 들어와서 안정적으로 OEM기업으로 살아남는게 어떻습니까?"라는 말을 애플에게 들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굴욕이라고 했던 것입니다.



3. 애플의 협업요청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선택지 자체는 매우 간단합니다.

1. 받아들인다

2. 받아들이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받아들인다는 선택이건,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선택이건 그 선택에 이르게 된 동기입니다.

어떤 선택은 결과만큼이나 선택에 이르게 된 결정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잘못된 가정, 판단에 따른 선택임에도 행운으로 성공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 경우는 말 그대로 행운, 얻어걸린 것이기에 언젠가는 실력이 들통나겠지요.


제가 만약 현대차 관계자라면 이 선택의 기준은 딱 하나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전기차 시대에 독자생존을 넘어서 시장지배력을 구축한 과점기업이 될 수 있느냐? 아니냐?"

무슨 너무 당연한 소리를 하느냐는 분들을 위해 조금 더 부연설명을 해보겠습니다.


모든 것은 10년, 15년 내에 거의 완전한 수준의 자율주행이 가능하다는 전제에서 시작합니다.

자율주행이 완전히 가능해진 시점에서 자율주행이 가능한 자동차와 그렇지 않은 자동차(어설픈 자동차 포함)는 과거 피처폰과 스마트폰 이상의 격차가 벌어질 것입니다.

굳이 전화기로 비유하자면 요즘 젊은분들은 써보지도 못했을 다이얼을 따르르릉 하며 손으로 번호를 일일이 돌려야 하는 전화기와 스마트폰의 차이라고 하면 그래도 좀 비슷할 것 같습니다.


2007년 전세계 핸드폰 판매량은 11억 5,200만대였습니다.

1위는 노키아로 4억 3,500만대, 세계시장 37.8%를 기록했고 2위가 모토로라 1억 6,400만대, 점유율 14.3%, 3위가 삼성전자 1억 5,400만대 점유율 13.4%, 4위가 소니에릭슨 1억 100만대, 점유율 8.8%, 5위가 LG전자 7,800만대, 점유율 6.8%로 상위 5개사가 81.1%를 차지했습니다.


반면에 스마트폰의 효시인 아이폰은 2007년 139만대, 2008년에는 8배나 더 팔렸으나 절대숫자는 여전히 1,163만대로 전세계 시장에서 보면 그 점유율은 1%남짓한 매우 미미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12년이 2019년 전세계 스마트폰 판매 상위 5개사 중 지금도 Top5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은 삼성전자밖에 없습니다.


2019년 전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은 15억 4,000만대로 2007년의 피처폰 시장 전체규모를 앞질렀을 뿐만 아니라, 2007년 139만대를 팔았던 애플은 2019년 1억 9,300만대를 판매하여 138배 성장했습니다.

이것이 패러다임 전환의 힘입니다.

연간 수%, 많아야 10% 성장하는게 아니라 138배라는 기하급수적 성장을 해버립니다.


그나마 단순히 구동엔진이 내연기관에서 전기로만 변경되는 것이라면 피처폰에서 스마트폰과 같은 급격한 패러다임 전환은 일어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전기차로의 전환과 아울러 자율주행이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하면 그 파급력은 스마트폰 전환에 버금가거나 어쩌면 그보다도 심할지 모릅니다.

지금 내연기관 판매량 4~7위에 있다고 해도 그것이 피처폰과 같은 것이라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스마트폰이 시간이 지나면서 하드웨어의 스펙 부분은 결국에는 대동소이하게 간 것처럼, 전기차의 하드웨어 경쟁의 핵심은 배터리가 될 것인데 배터리 생산기업은 규모의 경제와 시장지배력 관점에서 굳이 특정 메이커에만 자사의 배터리를 팔려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초창기에는 전기차 자체의 제조나 배터리로 일정한 부가가치를 붙여 판매가 가능해도 마지막에 가서는 결국은 O/S로 대표되는 사용자 경험 대결로 귀결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현대기아차에 남은 선택지는 사실상 세 가지밖에 없다고 생각됩니다.

1. 독자적인 O/S를 충분히 만들어낼 자신이 있다. = 협력거절

2. 독자적인 O/S를 만들 자신은 없지만 구글도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고 있으므로 안드로이드 같은 운영체제를 제공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를 기다린다 = 협력거절

3. 독자적인 O/S를 만들어낼 자신도 없고 구글이 자율주행차 O/S를 만들어도 독자판매에 나서거나 안드로이드와 달리 유료로 판매할 것이다. = 협력승인 신중 검토



마치며


저는 경제학이나 경영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이고 사실 자동차에 대해서도 그저 몰고 다닐뿐 잘 모릅니다.

그래서 여러가지 논리적 허점이나 부족한 점도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의 좋은 의견과 반응이 궁금합니다.


오늘 하루 마무리 잘 하시고 곧 다가오는 설에도 행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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