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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혈청년 훈 Feb 20. 2021

7. [시사잡설] 1년 뒤가 아닌 10년뒤를 예측하라

용산 전자상가, 동대문 의류상가의 몰락이 주는 교훈

1년 뒤를 예측하기보다는 10년 뒤를 예측해야 하는 첫번째 이유

한때 워크맨, CDP, 게임, 컴퓨터 부품을 구하려면 용산으로 가야하는 것은 상식이던 때가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옷을 사려면 동대문으로 가는 것이 당연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왜 그럴까요?

한 마디로 트랜드가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초록사이트에서 2010년 한 해 동안 '용산 전자상가 쇠락', '용산 전자상가 몰락', '동대문 의류상가 쇠락', '동대문 의류상가 몰락'이란 기사가 몇 건이 나오는지 검색해보았습니다.

몇 건의 기사가 검색되었을까요?

놀랍게도 단 1건, '동대문 의류상가 쇠락'이란 키워드로 검색했을 때 나온 2010.10.26. 데일리안 "동대문, 한류패션메카로 다시 뜬다"기사가 유일합니다.(현재는 기사가 삭제되었는지 클릭해도 에러메세지만 뜹니다)


그러면 2020년은 어떨까요? 

혹시 코로나로 인한 착시효과란 생각이 들수도 있어 2019년도 포함하여 검색해보았습니다.

기준은 제 생각에 해당 기사에서 '쇠락', '몰락'을 직접적으로 다루었거나 지금 그런 상황이라는 전제로 쓰여진 것들을 카운트했습니다.


1) 용산 전자상가 쇠락, 몰락

2010년 쇠락 0건, 몰락 0건

2020년 쇠락 16건, 몰락 19건

2019년 쇠락 17건, 몰락 3건


2) 동대문 의류상가 쇠락, 몰락

2010년 쇠락 1건, 몰락 0건

2020년 쇠락 1건, 몰락 5건

2019년 쇠락 3건, 몰락 2건


2021년으로부터 10년 전인 2010년 당시에 오늘을 예견할 수 있었을까요?

저는 "쉽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10년 뒤를 예견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만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용산 전자상가, 동대문 의류상가를 소재로 미래예측은 1년 뒤가 아니라 10년 뒤여야 한다는 점과 그 방법에 대해서 논해보고자 합니다.



1. 1년 뒤가 아닌 10년 뒤를 예측해야 하는 이유 - 1년 예측은 신의 영역  


저는 1년 뒤를 예측하는 것은 신의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의 삶부터 시작해서 내가 속한 회사, 국가, 세계의 운명이 1년 뒤 어떻게 바뀔지는 정말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얼핏 생각하면 1년 뒤는 예측이 가능할 것 같고 오히려 10년 뒤가 예측하기 어렵다고 생각할수도 있는데, 저는 완전히 반대라고 생각합니다.


2016.3.10. 당시 현직 대통령이었던 박근혜 전대통령의 탄핵결정을 예측한 사람이 있었습니까?

2019.2. 더 이상 부인할 수 없는 전세계적인 코로나19 대유행을 예측한 사람이 있었습니까?

2001. 9.11 세계무역센터 테러로 인해 그 이전과 이후의 세계가 영원히 달라질지 누가 알 수 있었단 말입니까?


이렇게 얘기하면, "보아하니 돌발적인 사건, 블랙스완 같은 것을 근거로 1년 뒤의 예측이 어렵다고 하는 것 같은데, 그런 식이면 10년 뒤도 마찬가지 아닌가?"하는 반론이 있을 수 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10년 뒤에도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사건들이 터져나와 그 전과 후가 갑자기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다른 점이 있습니다.

10년 뒤를 예측하는데 있어서는 현재 이미 발생해있는 사건들을 바탕으로 '추세, 흐름'이 있습니다.

이것이 1년 뒤를 예측하는 것과 10년 뒤를 예측할 때의 결정적 차이점입니다.


정리하면 돌발적인 사건의 발생과 그로 인해 완전히 달라지는 개인의 삶, 인류의 삶이란 것은 1년 뒤나 10년 뒤나 동일하지만,

10년 뒤를 예측할때는 현재의 어떤 흐름이 이어지거나 사라질 것이라는 추세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으므로 합리적인 추론을 통하면 일정한 예측이 가능하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이것이 1년 뒤를 예측하기보다는 10년 뒤를 예측해야 하는 첫번째 이유입니다.



2. 사업, 장사를 성립시키는 핵심조건의 변화가능성 - 1년은 짧고 10년은 충분하다  


1년 뒤를 예측하기보다는 10년 뒤를 예측해야 하는 두번째 이유는 "사업 장사를 성립시키는 핵심조건의 변화가능성"입니다.


곰곰히 생각하면 모든 사업, 장사는 그 성립을 가능케하는 핵심적인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숨겨진 전제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평소에는 너무나 당연해서 그런걸 곰곰히 생각하는 것 자체가 미친짓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숙박업은 막대한 초기투자비용이 필요하여 아무나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사업이다.'

'음식배달을 위해 배달원을 고용한다.'

'게임을 즐기는 방법은 내가 플레이하는 것이다.'


눈치 빠른 분들은 지금부터 하려는 말을 이미 짐작하셨을 것입니다..

첫번째 고정관념은 에어비앤비로 인해 통렬히 깨어졌습니다.

깨어진 수준이 아닙니다.

2020.12.10. 에어비앤비는 상장 첫날 시가총액 1007억달러, 약 100조원을 기록하며 주요 호텔체인(하얏트, 메리어트, 힐튼 등)의 시가총액을 상회했습니다.

코로나가 진행중인 2020년에도 단거리 여행수요를 새롭게 공략하며 1,2분기 -9억달러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다 3분기에는 매출 13억4233만 달러, 영업이익 4억1873만 달러를 기록하는 등 저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간 음식배달은 음식점이 고용한 배달원에 의해서 이뤄지는게 국롤(상식)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떻습니까?

모두가 말로만 들어보았던 플랫폼 경제를 온 국민에게 체감시켜준 것이 배달의 민족으로 대표되는 배달앱입니다.

배달의 민족은 무려 4조 8천억에 딜리버리 히어로에 M&A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게임입니다.

생각보다 게임은 역사가 오래되었습니다.

틱택토와 님로드란 게임은 1950년 캐나다 내셔널 박람회에 전시되었고 최초의 가정용 게임기인 마그나복스 오디세이는 1972년, 누구나 한번쯤 이름을 들어보았을 닌텐도가 최초의 게임기 패미컴이 1983년에 발매(위키피디아 참고)되었습니다. 

그러나 1999년 프로게이머 코리아오픈 스타크래프트 대회를 투니버스가 중계한 이래로 게임은 '하는 것'에서 '보는 것'으로 새롭게 진화하였습니다.

그리고 2005년 아프리카TV가 설립되고 국내에서 유투브가 본격적으로 유행을 타기 시작한 이래 게임중계, 게임콘텐츠 제작주체가 거대방송사에서 개인으로 되면서 그 외연이 넓어졌습니다.


그런데 한 번 잘 보면 저 세 가지 사례에 공통점이 보이지 않으십니까?

만약 인터넷, 스마트폰, 4G 등의 고속통신이 없었다면, 그 때도 저 세가지의 혁명적 변화가 가능했을까요?   

아마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인터넷이 대전제인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으나 설령 인터넷이 있었더라도 고속통신기술이 개발되어 실시간 고화질 영상감상이나 음식, 숙소사진과 같은 대용량 파일들을 신속하게 송수신할 수 없었더라면, 

또 설령 고속통신기술이 개발되었어도 여전히 핸드폰이 피처폰이라면, 그 때도 저 세 가지 혁명적인 변화가 가능했을까요?


저 세 가지 기술 - 인터넷, 스마트폰, 고속통신기술 - 은 기존 사업들의 핵심전제이자 제약조건을 한 방에 무너뜨렸습니다.

2006년 아이폰이 출시되기 이전에, 1997년 ADSL조차 깔리기 이전에 누군가가 에이비앤비나 배달의민족 같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해도 그 아이디어를 실현할 방법이 업습니다.

빈 방을 원하는 사람과 빈 방에서 살아보고 싶은 사람을 어떻게 찾을까요? 벼룩시장을 통해 어찌어찌 해결한다고해도 외국인 관광객도 벼룩시장을 통해서 예약받을 수 있었을까요?

빨리빨리 문화가 있는 우리나라에서 전화기 몇 대와 팩스를 놓고 지금과 같은 배달앱 운영이 가능했을까요?


어떤 기술의 잠재력과 파급력을 예측하는데 1년은 분명히 짧습니다.

그러나 10년 뒤를 놓고 찬찬히 생각해본다면 그 기술의 파급력에 대해서 좀 더 객관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고, 무엇보다도 그 기술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의 본질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는 충분히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이것이 1년 뒤가 아닌 10년 디를 보아야 하는 두번째 이유입니다.



3. 용산 전자상가, 동대문 의류상가 쇠락이 주는 교훈  


앞서 1과 2에서 설명드린 내용을 바탕으로 1년 뒤가 아닌 10년 뒤를 예측해야 하는 실제 사례로 용산 전자상가, 동대문 의류상가에 대해 적용해보겠습니다.


모든 산업구조는 극단적으로 단순화하면 3자 관계로 귀결됩니다.

제조자(생산자) - 판매자(유통업자, 수입업자) - 소비자


3자 모두에게 필요한 자금을 공급하는 금융기관도 있고, 제조자와 판매자의 채무이행을 보조하는 이행보조자(택배사 등), 물건을 보관하는 창고업자, 판매자들을 입점시키는 플랫폼 홀더 등등이 있을 수 있지만 궁극적인 주체는 저 3자로 보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일부 예외도 있을수는 있지만 큰 틀에서 용산 전자상가 상인이나 동대문 의류상가 상인(이하에서는 '상인들'이라고만 하겠습니다)이나 모두 판매자입니다.

판매자에게 궁극적인 사업성립의 전제조건은 무엇일까요?

제 생각에는 '제조자(생산자)와 고객은 직거래할 수 없다'입니다.


저 대전제는 아마 영원히 이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아파트, 자동차부터 화장지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것을 개별 소비자가 제조자(생산자)와 직거래하는 것은 아무리 기술이 발달하더라도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우리의 시간은 24시간, 365일로 한정되어 있고 직장인, 남편, 아빠, 선후배, 동아리, 종교인 등등 수많은 사회적 역할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까지만 쓰면 판매자, 유통업자, 수입업자 등의 위치는 영원하고 탄탄대로만 펼쳐진 것 같습니다만...

그렇지가 않습니다.

판매자 등을 없애지 못한다는 말과 판매단계 생략, 구매경험 간편화를 하지 못한다는 말은 같은 말이 아닙니다.

상인들이 몰락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1) 고객들이 적잖은 상인들의 불친절, 바가지 등을 경험하며 불만이 누적되어 가고 언제든 대채제가 나오면 옮기겠다는 의사를 가지기 시작

2) 인터넷 본격 도입, 대중화

3) 인터넷으로 물건을 판매하는 사이트 등장, 먼저 경험해본 얼리어답터들의 입소문을 통해 이용세 확산

4) 이 단계에서 상인들은 인터넷 판매를 병행하기 시작한 부류와 아직은 그래도 손님이 있으니 그대로 가는 부류로 분화

5) 대기업들이 온라인 인터넷 시장에 뛰어들고 플랫폼을 본격적으로 구축, 얼리어답터만이 아닌 일반 소비자들도 이용하기 시작

6) 스마트폰 보급 이후 인터넷보다도 더욱 간편하게 모바일로 쇼핑하기 시작, 해외직구도 본격적으로 시작

7) 블랙스완으로 코로나19 발생


찬찬히 보시면 인터넷, 스마트폰, 고속통신기술에 더해서 (상대적으로) 작은 국토면적 + 빨리빨리 문화 + 유통망이 더해지면서 구매자들의 구매경험은 극적으로 간편해졌고 제조자(생산자)와 구매자 사이의 거래단계는 크게 생략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오프라인을 가야할 다른 이유가 필요해집니다.

왜냐하면 물건의 구매 자체는 더 이상 그곳을 가지 않아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심지어는 더 싸게, 더 편리하게, 더 대접받으면서 말입니다.

지금의 결과만 보면 안타깝게도 용산과 동대문은 그 이유를 고객에게 제시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4. 마치며  


지금 내가 밥벌어먹고 있는 것이 사업체이건, 직장이건 간에 수익구조를 지탱하는 핵심적인 전제조건이 있을 것입니다.

그것을 붕괴시킬 가능성 또는 그 기회를 잡아 크게 성공하기 위해서는 10년 뒤를 내다보아야 합니다.

지금 나와있는 기술과 사회적 흐름을 민감하게 캐치해야 합니다.


부족한 글 보아주셔서 늘 감사드리며, 오늘 글은 어떠셨는지 여러분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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