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준, 삼국지 계륵으로 유명한 양수가 되려 하는가?

by 열혈청년 훈

삼국지를 좋아하셨던 분들이라면 '양수'라는 이름을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삼국지를 잘 모르시는 분들도 '계륵'이란 말은 한 번쯤 들어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양수는 조조를 섬긴 위나라의 모사였으나, 지나친 헤아림과 신중하지 못한 처신으로 결국 죽임을 당한 인물입니다.

유비가 정면으로 붙어 조조를 이긴 유일한 전투인 한중 전투에서, 진퇴양난에 처한 어느 날 밤 조조가 암구호로 "계륵"이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이 말을 전해 들은 양수는 곧바로 철수 명령을 내렸습니다.

잠시 후 조조가 부하들이 철수 준비를 하는 것을 보고 놀라 연유를 묻자, 양수가 답하기를, "닭고기 중 계륵은 먹자니 살이 많지 않고 버리자니 아까운 부위입니다. 주군께 이 한중 땅이 딱 그러합니다. 그래서 철수 준비를 은연중에 지시하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라고 하였습니다.


양수는 함부로 군율을 어지럽힌 죄로 죽임을 당했습니다.

재밌는 것은, 실제로 조조는 머지않아 한중의 요지를 굳건히 지키는 유비를 이기기 어려움을 인정하고 철군하여 결국 양수의 말대로 되었다는 점입니다.


양수의 사례는 두뇌 회전이 빠른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고사입니다.


그런데 저는 여기서 방송인 김어준 씨가 생각났습니다.

그가 최근 보이는 모습들이 묘하게 양수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입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0/0003704462?sid=100


우선 저는 "정치인을 내각에 기용하여 체급을 올린다"는 김어준 씨의 전제 자체가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애초에 정통 관료나 학자가 아닌 정치인을 총리에 기용하는 것 자체가, 국정 경험을 쌓게 하고 정치적 중량감을 키워주려는 의도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양수의 예를 든 것처럼, 현실에서는 "알아도 말하지 않아야 할 때"가 있습니다.

지금이 바로 그 때입니다.


안 그래도 지금 김어준 씨는 단순히 뉴스를 전달하거나 정치 평론을 하는 수준을 넘어, 특정 진영과 막후 정치를 좌지우지하려 한다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런 발언은 자칫 스스로를 진정한 '양수'의 처지로 몰아넣을 수 있습니다.


가장 먼저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진보진영은 물론, 시사유튜브 중 김어준의 겸공(겸손은 어렵다 뉴스공장)의 영향력은 독보적입니다.


다들 알다시피 많은 현역 정치인이 겸공에 나왔습니다.

그러면 겸공에 정치인이 나오는 것도 정치적 체급을 올리고 뭔가 의도가 있는 것입니까?


그런데 지금 김민석 총리의 방미 일정은 오로지 '정치적 셈법'으로만 재단하고 있습니다.

본인의 방송에 나올 정치인은 순수 출연이고, 다른 정치인의 공무수행은 차기 대권 수업이라고 말한다면 대중의 공감을 받기 힘들 것입니다.


무엇보다 우리는 알아도 굳이 비판하지 않는 영역이 있습니다.

'명분과 실리가 일치할 때'가 바로 그렇습니다.

현재는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타격하여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고 원유 공급이 불안정해졌으며, 미국이 우리에게 군함 파견을 압박하고 있는 매우 긴박한 외교·안보적 위기 상황입니다.


이런 중차대한 상황에서 타개책을 마련하기 위해 총리가 미국을 방문하여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고 의견을 조율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이고 필수적인 국가 공무입니다.

설령 그 부가적인 결과로 김민석 총리의 체급이 높아지고 후계자로서의 입지가 다져진다 한들, 이를 무협소설 쓰듯 비판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이것은 마치 회사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을 때, 해결책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해외 출장을 떠나는 CEO를 두고 "회사 돈으로 개인 마일리지를 쌓으러 간다"고 비난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물론 특별한 현안도 없는데 무리하게 외유성 출장을 간다면 비판받아 마땅하겠지만, 지금은 명백히 전시(戰時)에 준하는 외교전이 벌어지는 상황입니다.


현재는 민주주의 사회이고 삼국지와 같은 난세가 아니기에, 김어준 씨가 양수와 같이 행동하더라도 목이 달아날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맹목적인 지지층을 제외한 대중들은 실망하고 떠나갈 수 있습니다.

이미 더 이상 진보 진영 전체의 방향을 좌지우지하던 그의 확고부동한 위상에는 큰 균열이 생기고 있습니다.



여기서 멈추고 자신을 돌아봐야 합니다.

억지스러운 프레임을 고수하며 한 발짝 더 나아간다면, 그동안의 공은 묻히고 사람인 이상 있을 수밖에 없는 실수나 과실만이 더욱 부각되어 스스로 몰락을 자초할 수도 있습니다.


한편으로 지금 김어준 씨의 모습은, 과거 엄혹한 독재 시대에 맞서 싸우며 시대의 방향타 역할을 자처했던 586세대가 어느새 완전히 기득권화되어 스스로의 오류를 돌아보지 못하는 씁쓸한 현실을 대변하는 것 같아 못내 안타깝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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