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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꽈사 Aug 21. 2023

[난임일기|02] 2023년 이전의 일들에 대한 일기

자궁내막증 그리고 다낭성난소증후군 2관왕 달성

한창 신나게 여행 다녔을 때, 네팔 여행 중 찍은 사진


2018년 자궁내막증 진단


2018년, 짧고도 긴 해외 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다. 


한 나라에서, 짧게는 3개월부터 길게는 2년 동안 총 세 개의 나라에서 배우고, 일했다. 여행도 다니고 싶은 만큼 다녔고, 놀기도 놀고 싶은 만큼 놀았다. 이제는 다시 내 나라에 정착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아직 한국에서 대학교를 휴학한 상태였기에, 귀국 후 서둘러 학업을 마치고 취직도 했다.


그렇게 한국에서 시작한 직장생활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매일 쌓이는 업무 스트레스와 사람 스트레스에 처음으로 부정출혈을 경험했다. 초경을 시작한 이후로 매달 극심한 생리통에 시달렸던 나지만, 부정출혈은 처음이었다.


그렇게 인생 첫 산부인과에 갔다. 


부정출혈은 흔한 증상이니까 으레 스트레스 때문에 일시적인 현상이겠거니, 안정을 취하거나 약을 먹으면 나아지겠거니 했다. 그러나 몇 번의 초음파와 피검사 결과, 난소에 이상이 있으니 큰 병원에서 수술을 하라는 예상치 못한 진단을 받았다.


병명은 '자궁내막증'


동네에서 규모 있는 종합병원에 가니, "용종 1cm로 심한 케이스는 아니나, 나중에 아이를 낳고 싶다면 빠른 시일 내에 수술을 하는 것이 좋다"라고 했다. 


당시 결혼도, 임신도 생각이 없던 나는 그렇다면 수술을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함께 그 말을 들은 엄마는 내 등짝을 때리며 당장 수술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나는 자궁내막증 복강경 수술을 하게 되었다.


(참고로, 나중에 만난 산부인과 의사들은 "왜 굳이 수술을?"이라는 반응이었다, 난소를 건드리는 위험을 감수할 만큼의 상황이었냐는 것이다. 약물로도 충분히 지켜볼 만했다는 것. 수술 후 집도의는 얼마 뒤 병원을 그만뒀다. 추적관찰은 얼마 만에 와야 하냐고 했을 때 우물쭈물하더니.. 뭐 이미 지났으니 뭐 어쩌겠어)



결혼 그리고 다낭성난소증후군 진단


역시 사람일은 아무도 모른다. 결혼도 임신도 생각이 없던 내가 결혼을 하게 되었다. 


길지 않은 연애였고, 만난 지 1년이 되지 않은 시점에 결혼식을 올렸기 때문에 그 누구의 방해를 받지 않는 둘만의 신혼생활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그래서 최소 1년 이상은 꼭 '둘만' 있기로 약속했다. 그렇게 시작한 신혼생활은 너무나 즐거웠다. 골프, 캠핑, 요리, 여행 등 함께할 수 있는 취미생활들을 즐길 수 있을 만큼 신나게 즐겼다. 평생을 함께 할 친구이자 반려자가 생겼음에 행복했다.


그렇게 결혼한 지 1년이 지나고, 결혼식 당시에는 코로나로 가지 못한 늦은 신혼여행을 다녀온 후, 그 시점부터 피임을 하지 않기로 했다. 피임을 하지 않으면 당연히 아이가 바로 생길 줄 알았던 나는 두 달이 지나도 아무런 소식이 없자 초조해졌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 J는 견딜 수 없기 마련이다). 성질 급한 나머지 바로 난임병원으로 향했다. 


그리고 첫 진료에서 뜻밖에도 '다낭성난소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불과 몇 달 전 건강검진에서도 나오지 않았던 '다낭성난소증후군'이 이렇게 갑자기 나타난다고?


지금도 그 원인을 알 수없지만, 건강검진과 진단 시점 사이에 가장 의심해 볼 만한 사건은 '코로나19' 뿐이다. 코로나19 확진 후 생리가 70일 넘게 밀렸으니, 충분히 의심해 볼 만하지 않을까? 하지만 그 누구도 확신할 수는 없으니 그냥 받아들이는 수 밖에는 없었다.


그렇게 나는 자궁내막증 그리고 다낭성난소증후군, 난임질병 2관왕을 달성하게 되었다.



네팔 여행사진으로 마무리, 부처님 아기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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