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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재였던 서은우 Aug 29. 2024

저는 마약사범입니다 3

왜 중독되는 건데요?

약물 및 범죄 관련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불편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미리 양해 부탁드립니다.




 얼마 전 친구에게 약물 중독에 관해 글을 쓰고 있다고 하며 독자들은 어떤 것이 궁금할까 물었더니 생각보다 원초적인 질문을 던졌다.

“언니, 마약 위험한 건 알겠는데 도대체 왜 중독되는 건데?”


“그러게.”

‘마약은 출구 없는 미로다‘ 라는 마약 근절 캠페인 문구를 거리에서 한 번씩은 보아 위험하다는 것은 이제 거의 모두가 안다.

그런데 ‘왜?’

Fig.1 NO EXIT 캠페인 이미지

 정말 창피한 사실이지만 나는 겪어보았고, 법정의무교육을 수강하면서, 또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에서 진행하는 회복지원가 양성과정 교육을 통해 배워왔기에 답을 알고 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나 역시도 접하기 전까지는 중독이 어떻게 시작되는지 전혀 몰랐던 것이다. 어떻게 보면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무지했기에 ‘나는 중독되지 않을 수 있을 거 같은데? 한번 사용한다고 중독된다는 건 겁주려고 하는 말이겠지.’라는 생각을 했고 그 교만의 결과로 이 지경에 이른 것이다.  

교육 중 들었던 말이 정확히 맞았다.

“역설적이지만 중독은 조절할 수 있다고 착각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중독의 사전적 정의는 ‘술이나 마약 따위를 지나치게 복용한 결과, 그것 없이 견디지 못하는 병적 상태*’라고 하는데, 좀 더 딱딱하지 않게 얘기해 보자. 이하 내용은 대한법정신의학회 회장, 전 국립법무병원장 조성남 박사님의 강의를 참고하여 작성하였다.

 중독 상태에 이르렀다는 것은 약물을 원래 목적보다 더 많은 양과 시간을 할애해서 사용하게 되어 어느 순간 조절력을 상실하고 강박적으로 사용하는 단계이다.

중독은 버릇이나 습관이 아니라 국제 기준으로도 분류되는 ‘질병’이다. 특히 당뇨나 고혈압처럼 지속적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재발의 위험성이 있는 만성질환이다.


 마약은 뇌를 망가뜨린다.

은유적 표현이 아니라 실제로 뇌의 어떤 부분을 망가뜨린다.

우리 뇌는 보상회로라는 것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이른바 ‘살 맛’ 나게 하는 역할을 한다. 인간이 일상과 사회생활을 하도록 동기부여 한다고 이해하면 된다.

 생물학적으로 보자면 뇌의 복측피개영역(VTA, Ventral Tegmental Area)에서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을 생성하고 중격의지핵(NAcc, Nucleus Accumbens)을 거쳐 편도체(amygdala)가 활성화되어 우리는 즐거움이라는 감정을 느낀다. 그리고 그 기억을 해마(hippocampus)에서 가지고 있다가 전전두엽(PFC, Prefrontal Cortex)에서 가치판단을 하여 그 감정을 느꼈던 그 행동을 다시 할지 결정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도파민’인데,

‘도파민이 분비되어 수용한다 = 쾌락을 느낀다‘

이 공식을 기억하자.

도파민을 비정상적으로 과다하게 생성시켜 쾌락을 극대화하는 것이 바로 마약이다.

우리 몸은 항상성(일정한 상태나 정도를 유지하려는 특성)을 유지하려고 이렇게 강제적으로 도파민이 과다 생성되면 그것을 전부 다 수용하지 못하도록 수용체를 감소시킨다.

그러면 처음과 같은 양의 마약을 사용하여 도파민이 많이 분비되어도 받아줄 수용체가 없다.

즉, 이전과 같은 쾌락을 느끼지 못한다.


 이 내용과 관련하여 알코올 중독에 관한 논문을 아래 일부 인용하였는데, 약물도 같은 작용을 한다고 보면 된다.

알코올에 만성적으로 노출되면 뇌 보상 체계를 구성하는 영역들에서 수용체의 수가 감소되는데 이를 하향 조절(down-regulation)이라고 한다. 보상 체계가 하향 조절이 되면 정적 보상이 주어져도 보상에 대한 반응이 감소되어 만성 스트레스 상황에 놓이게 된다. 결과적으로, 신체는 알코올에 내성이 생기고, 슬픔과 불안 등 부정적 정서 상태가 유발되어 스트레스에 취약해진다. 이 부정적인 정서는 약물 갈망을 유발하는 지배적인 요인이다. 그러므로 중독자는 쾌락 경험을 얻기 위해 알코올을 찾는 것이 아니라 부정적인 정서 상태에서 벗어나고자 알코올을 찾게 된다.**


 이 말인 즉, 마약을 한 번이라도 사용하게 되면 똑같은 효과를 느끼기 위해서는 더 많이, 더 자주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양과 횟수를 늘려봤자 효과 지속시간은 짧아지고 뒤따라오는 부작용만 커지고 길어진다. 그러면 그것을 벗어나기 위해 몸이 약물을 요구한다.


 그렇게 중독자가 된다. 그 많은 도파민으로 ‘가짜 행복’을 느껴본 중독자는 더 이상 일상생활에서는 즐거움을 느낄 수 없다.

만성중독자에게는 가장 좋아하던 음식도, 심지어 인간의 대표적 쾌락행위인 성생활도 더 이상 즐거움을 주지 못한다.


 나를 웃게 하던, 행복하게 하던 그 모든 것에 어떠한 감흥도 느끼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찾는 것이다. ‘너무 좋아서, 또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죽을 거 같아서. 여태 내 삶을 지탱하던 모든 것이 의미 없어지니까. 너무 우울하고 불행해서 죽고 싶은데 몸은 본능적으로 살고 싶으니까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뇌가 나를 속여서 마약을 해야만 하게끔 만든다.


 나의 경험을 고백하자면 마약 복용 직후에는 머리가 핑그르르 도는 느낌이 들다가 아무 이유 없이 기분이 들떴다. 세상에서 내가 가장 특별한 존재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특별히 무슨 행동을 하지 않아도 그냥 신났다. 아무 의미 없는 대화를 하는데도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를 다루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쉴 새 없이 떠들었다. 그게 다였다. 다른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그냥 정말 기분이 좋았으니까. 웃기게도 정말 그게 다다.

결국 나는 지금은 기억도 안나는 의미 없는 수다의 대가로 인생을 날린 셈이다.


 몸이 태어나서 처음 겪어보는,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가짜 행복감을 느껴봤기 때문에 효과가 끝나자마자 내 모든 것이 불만족스러워졌다. 세상만사가 귀찮고 피곤하고 우울하고 불행했다. 좋은 시간은 정말 짧게 지나갔지만 약물은 체내에 잔존하고 있어서 중추신경을 계속 각성시켜 부작용은 아주 오래 지속되었다. 가장 큰 문제는 수면욕과 식욕이 사라진 것이었다. 나의 경우는 거의 일주일 내내 깨어 있었다. 너무 피곤해서 머리의 퓨즈가 있다면 끊어지기 직전인데 아무리 애를 써도 잠에 들지 못했고, 무슨 음식을 먹어도 신문지를 씹는 것 같았다. 물도 안 넘어갔다. 정말 딱 말라죽기 직전의 상태였다.


 지금의 나는 마약 투약 일주일 뒤 SNS에 마약투약 사실을 써서 자폭하고 뛰어내린 것이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덕분에 멈출 수 있었으니까. 중독에 대해 공부할수록 더 확신을 갖게 되는 생각은 만약 그날 나에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결국 나도 만성중독자가 되어 지금보다도 훨씬 더 끔찍한 결말을 맞았을 것이라는 것이다. 장담한다.

마약의 끝은 정신병원, 교도소 혹은 죽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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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궁금한 것들이나 다음에 다뤘으면 하는 내용이 있으시면 댓글로 남겨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출처

Fig.1 경찰청 제공

*표준국어대사전

**김은예. (2015). 알코올 중독자의 뇌 보상 체계 체적 연구[석사학위, 충남대학교 대학원]. d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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