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으로 차돌박이 깻잎 된장 국수를 먹었다. 외근을 다녀오느라 때를 놓친 점심이었다. 아침을 건너뛴 뒤라 몹시 허기졌다. 주문한 메뉴가 나오자마자 급히 먹기 시작했다. 한 그릇을 말끔하게 비우고 나자, 이번엔 배가 터질 것 같았다. 숨을 쉬기 힘들 만큼. 나는 생각했다.
왜 난 항상 배가 고프거나, 배가 터지거나, 혹은 지루하거나, 일이 많아서 미치겠거나 하는 극단적 상황일까? 내 인생에는 왜 중용이 없는 걸까?
가령 국수를 이십 분간 먹었다고 할 때, 배가 매우 고팠던 초반 칠 분의 상황, 그리고 배가 부른데도 마저 먹었던 후반 오 분의 상황을 제외하면, 거의 팔 분간은 배가 고프지도, 부르지도 않은 시간이 있었다. 내 인생에도 지루하지도, 바빠서 미칠 것 같지도 않은 시간이 더 많았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나는 결핍과 과잉만 기억했다. 평온했던 많은 시간들은 주목하지 않았다. 결국 배가 고프거나, 배가 터지거나의 인생을 선택한 건 내 위장이 아니라, 내 기억의 앵글인 것이다.
그나저나, 차돌박이 깻잎 된장 국수는 꽤 맛있습니다. 차돌박이의 고소함과 깻잎의 산뜻함이 어우러진 중용의 맛이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