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여러분.
어제는 진심 영화 같은 밤이었습니다. 오죽하면 아침에 일어나서 어제의 운세를 다 찾아봤겠습니까? 정우성 씨가 수상하신다는 소식을 듣고 식사라도 하시자고 막 던졌을 때만 해도, 설마,라고 생각했는데, 시상식 끝에 꽃다발을 전하고 눈인사하고 돌아가는 길에도, 최우수회원님과 우주의 기운에 대해서 얘기하자며 예약한 식당을 찾아가는 길에, (아, 식당 예약은 정우성으로 했습니다. 혹시나 하고 세 자리로 예약했고요. 음하하)
정우성 씨가 식당 어디냐며, 인사하고 가겠다고 문자 하셨습니다. 결국 셋이서 와인 세병 마셨고, 세상 훤한 얼굴의 그는 깔끔하게 계산을 마치고 등장과 같이 영화처럼 사라지셨습니다.
실제로 본 그분은, 기대보다 훨씬 재밌는 사람이었어요. 왜 하필 독서클럽 이름을 정우성이라고 했냐, 지금이라도 이정재로 해라 고 농을 던지기도 했고요
암튼 어제부로 정우성 '없는' 정우성 독서클럽에서 정우성 '있는' 정우성 독서클럽이 되었습니다.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운영자 올림.
---
그날 아침 그로부터 답장이 왔다.
'축하 고맙습니다. 인사하는 것이야 반갑죠. 다음 날 일정으로 식사는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시상식에 축하하러 갈 건데, 혹시 식사하시면 어떠냐는 내가 보낸 디엠의 답이었다.
‘어머, 이러다가 진짜 볼 건가 봐. 꽃다발은 어디서 사야 하지?‘
메시지를 보낼 때에도 예측하지 못했다. 보내기 버튼을 누를 때에도 ‘에라 모르겠다’ 눈을 질끈 감았다. 한편으로는 정말 보게 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혼자 웃었는데, 정말 긍정의 신호가 온 것이다.
국립극장 인근의 꽃집을 검색했다.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고 찾아간 꽃집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몇 군데를 실패하고 나서야 약수역 인근에 살고 있는 친구에게 추천을 받은 꽃집에서 그에게 어울릴법한 장미를 찾았다.
꽃다발을 큰 쇼핑백에 숨기고, 국립극장으로 향했다. 계단을 걸어 올라가며 생각했다. 나는 오늘 과연 그를 만날 수 있을까? 우린 과연 어떤 인연으로 시작했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