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가까우면 1년이 모래처럼 촤르르 손가락 사이로 다 흘러 버린 듯 허무하기만 하더라.
올 해는 좀 다르다.
고백하건대 '적당히' 살았다.
그러고 싶었고 그게 어쩌면 나름의 최선이었는지 모른다.
와우, 그런데도 목표를 이루었다는 것! 이 점이 신기하다.
많은 것에 도전했고 이뤘다.
목표하고 차근차근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제일 두려웠던 1인 사업.
함께 시작했던 사람만 믿고 과감히 뛰어들었는데 어쩌다 보니 1인 사업으로 귀결됐다.
지치고 외롭고힘들고 아팠다.
이 모든 이유가 내 눈물의 버튼이었다.
울고 또 울고 끝없이 원망하며 울기를 1년 여.
결국은 받아들이고 온전히 1인 사업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2024년이다. 많이 배웠고 여전히 배우는 중이다. 단단해지고 성장하는 내가 대견하다.
조만간 나의 정체성을 담은 상호로 탈바꿈을 할 예정이다. 지난 시간이 꿈같다.
두 번째, 운동.
숨쉬기만 해도 유산소 운동 중이라우기던 내가 운동을 시작한 원년이다. 심지어 첫 운동이 비용을 무시할 수 없는 골프와 필라테스라니. 게다가 두 가지씩이나.
플렉스의 플렉스다.
골프 연습이 하루 한 시간으론 부족해서 세 시간씩 연습을 한 적도, 어떤 날은 아침에 하고 저녁까지 연습에 올인했다.
잠시라도 틈이 나면 달려가서 30분이라도 하고 오는 열정을 보이기까지.
새벽엔 골프, 아침엔 필라테스, 저녁에 또 골프.
필드 나갈 일은 애당초 계획도 없지만 그냥 운동에 몰입하는 순간의 희열이 좋았다. 쾌감이랄까.
운동을 통해 몰랐던 나를 알아가는 시간이라 짜릿하고
내가 이렇게 열정적이었단 걸 알게 돼 즐겁다.(그리고 예상대로 역시 몸치임을 재확인한 시간!)
잠시 한 달을 쉬고 있지만운동은 '중독성'이란 매운맛을 제대로 느끼게 된 2024년이다.
그리고 그림.
숨 쉬기가 젤 큰 운동이라 생각할 정도로 정적인 나에게 독서, 그림, 음악 듣기는 최적의 취미 카테고리다. 독서와 음악은 시간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의 지도조차 필요 없는 자유로운 취미라면 그림은 그저 꿈의 영역, 진짜 말 그대로 '그림의 떡'이었다.시간을 내어서 하나씩 기초부터 배워야 하는 나의 애씀이 필수 요소이기 때문에 굳은 결의 없이는 문을 두드리기 쉽지 않은 취미 중 하나다.
그런데 그걸 내가 했다, 아무 생각 없이. 아니 그냥 어떤 끌림에 의해 나도 모르게...
그림도 운동처럼 나를 잊게 만드는 극강의 몰입을 선물해 준다. 그림은 연필과 색연필을 내려놓는 순간 울고 싶을 정도다, 마치 사랑하는 연인과 헤어지기 싫은 것처럼.
황홀함과 무아지경을 느끼고 싶다면 그림을 사랑하라고 말할 만큼 나도 모르게 빠져든다.
그러고 보면 내 안에 어쩔 수 없는 피가 흐르나 보다.
아버지의 그림 솜씨.
옛날 영화 상연관의 간판 그림을 그리셨다던 아버지.
초등학교 때 붓글씨도 종종 가르쳐 주시고, 박으로 공예도 하시고 수석받침도 직접 깎아 만드시던 아버지.
아버지의 능력이 나를 건너뛰어 손녀에게 고스란히 갔구나 했더니 내게도 슬쩍 남겨 주셨네. 내 안에 아버지의 흔적이 남아 있어 정말 감사하다.
아버지를 닮은 이 손 끝으로 2027년까지 최소 30여 점의 작품을(한 달에 한 작품이 나오니) 그려서 전시회를 할 계획까지 꿈꾸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