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보면.... 바로 지워버리고 싶어요...
최근 외부 강연 제안이나 협력사의 기획안을 검토하다 보면 AI 특유의 '냄새'가 강하게 풍기는 글과 자료들을 자주 접합니다.
저는 AI를 이런 방식으로 사용하는 것은 스스로 면을 깎아먹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도구를 잘 쓰는 것과 도구에 자아까지 의탁하는 것은 천지 차이이기 때문입니다.
이젠 누구나 AI를 활용해야만 하는 시대. 본인의 평소 어휘나 문법과는 동떨어진 화려한 미사여구로 떡칠된 메일을 보내는 이들이 늘었습니다. 내용은 예전처럼 여전히 텅 비어 있는데, 형식만 비대하게 부풀려진 문서들이 오갑니다. 정작 본인이 무엇을 원하는지, 상대에게 어떤 답을 기대하는지도 모른 채 1차원적인 프롬프트로 뽑아낸 글을 그대로 복붙합니다.
이런 분들을 볼 때마다 제가 느끼는 감정을 굳이 정의해보자면 '경계심'입니다. 외부에 보내는 제안서나 메일조차 본인의 언어로 정제하지 않고, 심지어 검토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발송하는 사람이라면 조직 내부에서의 소통 방식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입니다. (마크다운 기호까지 그대로 묻어있음)
그는 동료들과의 협업, 아이디어 논의, 보고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복사 붙여넣기'를 하고 있을까요? 본인이 보낸 메시지의 맥락도 파악하지 못한 채 복붙하면서, '일을 빠르게 처리하는 사람이야'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거 같습니다. 그것은 업무도 아니고, 소통도 아닙니다. 책임 회피이며, 프로페셔널로서의 직무 유기입니다.
비즈니스는 결국 사람과 사람의 신뢰로 이루어집니다. 상대는 AI의 매끄러운 답변이 아니라, 그 사람의 전략적 고민과 날카로운 통찰이 담긴 한 줄을 보고 싶어 합니다. 사람은 사람이 고민하고 벼려낸 투박한 진심에 훨씬 더 강하게 반응합니다.
메일을 쓰는게, 자료를 만드는게 어려웠던 사람이 AI가 만들어준 초안을 활용하는 것은 환영하고 장려되야 합니다. 그런데 그 초안을 살펴보지도 않고, 자신의 의도가 잘 표현되었는지를 살펴보지도 않고 send를 눌러대는 건 상대방에게 공을 던져버리는 행위입니다. 내가 send 한 메일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을 때, 그 내용을 방어할 논리가 내 머릿속에 없다면 그것은 비즈니스 언어가 아니라 소음일 뿐입니다.
도구에 잡아먹히지 마십시오.
생각의 근육을 쓰지 않으면 결국 도구 없이는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는 존재로 전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