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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현쌤 Nov 06. 2021

복면가왕 부뚜냥, 목소리가 신분증입니다

비즈니스에 시그니처를 남기는 7가지 방법

지난해 가을, MBC 복면가왕 '부뚜막 고양이'로 찾아와 '힐링 전문 가왕'으로 불리며 시청자들의 지친 마음을 노래로 위로하고 아름답게 떠난 하이라이트 양요섭. 그의 첫 번째 무대가 끝나고 인터넷 게시판에 달리는 댓글들이 눈에 띄었다.


"귀 막고 들어도 양요섭인데?"

"양요섭은 목소리가 신분증이다."


목소리만으로 자신이 누구인지 각인된다는 것, 가수라는 직업을 가진 이에게 이보다 더 완벽한 찬사와 인정이 또 있을까. 양요섭은 '음악'이라는 비즈니스에 '양요섭'이라는 시그니처를 선명하게 남길 줄 아는 사람이었다. 비즈니스에 시그니처를 남기는 일은 단순히 실력만으로 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실력과 더불어 그의 실력을 인정하고, 그를 꾸준히 알아봐 주는 지지자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양요섭은 탁월함을 갖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으로도 유명하지만,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팬들을 세심하게 챙기고 배려하기로도 유명하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비즈니스의 최종 목표는 실력과 인품의 균형을 갖추는 것인데, 양요섭은 두 가지 요소를 균형 있게 잘 유지하고 있는 아티스트였다.


iMBC 연예뉴스 사진


취업을 앞두고 많은 사람들이 '인성검사'라는 것을 해보았을 것이다. '누가 감히 내 인성을 평가하겠다는 거야?'라고 불쾌감을 나타낼 수도 있지만, 불쾌감을 줘서라도 지원자의 기질과 됨됨이를 확인하고 싶은 것이 회사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감정적 교류를 나누고, 경우에 따라 고성이 오갈 수 있는 치열한 현장이기에 회사는 더욱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을 알고 싶어 한다.


우리는 성품과 인품이라는 단어를 혼용해서 쓰는데, 비즈니스에서 강조되는 것은 '인품'이다. 성품은 그 사람이 원래부터 타고난 됨됨이로 선천적 기질에 가깝다. 반면 인품은 교육이나 환경, 주변의 영향 등을 통해 갖게 된 후천적 됨됨이다. 즉, 타고난 기질도 중요하지만 본인이 보다 성숙한 태도를 갖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를 더 중요하게 본다는 것이다. 연예인과 예술가들이 자신만의 시그니처를 가지듯, 이제는 직장인, 사업가, 프리랜서 등 사회생활을 하는 모두가 본인만의 시그니처를 개발하고 이를 비즈니스 현장 곳곳에 남기길 바란다. 비즈니스에 시그니처를 남기는 방법을 몇 가지 소개하겠다.



일로써 남기는 시그니처

문제 접근방식(관점), 문제 해결과정(속도/편의/효율), 결과(완벽함/탁월함/신선함/형태)


누가 뭐래도 각자에게 주어진 역할과 책임을 다할 수 있는 실력이 우선이다. 팀을 이뤄 일하다 보면 입을 모아 '그 사람 일 참 잘한다'는 평가를 듣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누구나에게 공통적으로 인식되는 '일 잘하는 것'에는 어떤 패턴이 있을까. 나는 프로일잘러들을 관찰하며 세 가지 패턴을 발견했다. 첫 번째는 문제를 접근하는 방식인 '관점'의 차이이다. 모두가 코끼리 다리를 하나씩 붙잡고 더듬거릴 때, 프로일잘러는 오히려 한 발짝 물러선다. 그리고 그 문제를 가만히 바라보며 코끼리가 얼마나 큰지, 지금은 코끼리 다리로 시작하지만 머리와 꼬리는 어떻게 연결되어야 하는지 등 더 넓은 시야를 가지고 문제의 맥락을 읽어내는데 집중한다. 이렇게 맥락을 짚어내고 문제를 하나씩 풀다 보면 어느새 의사결정권자의 눈높이에서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머지않아 그 자리에 올라가 있다.


두 번째는 문제 해결과정에서 남다른 일처리 속도, 편의, 효율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때 핵심은 일의 완성도는 유지하되 그 과정에 들어가는 시간, 비용, 노력을 줄여 동료들로부터 탁월성을 인정받는 것이다. 반복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환경일수록 내가 시그니처를 남길 수 있는 기회 또한 많다는 것을 기억하길 바란다.


세 번째는 결과물 자체로서 나를 각인시키는 것이다. 특히 트렌드에 민감한 분야나 감각기관을 통해 나의 결과물을 드러낼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면 시그니처를 더욱 지혜롭게 활용해 보자. 나는 어딜 가나 '서기와 총무'를 맡는다. 정리와 기록이라는 특화된 스킬이 사적인 모임에서도 완벽함과 탁월함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또한 '입력물은 결과물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잊지 말자. 남다른 문제 접근방식과 관점은 분명 결과물에서도 신선함이라는 특징이 드러날 것이다. 내가 바라보는 세상이 내가 만들어 내는 세상이 된다는 의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조금 더 넓고 깊은 관점으로 문제를 접근하고, 대상을 바라보고자 노력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인품으로써 남기는 시그니처

일을 대하는 태도(성실/정직/책임), 배우는 태도(겸손/존중), 대인관계(배려/관용/절제/섬세함), 독특한 분위기, 에너지 등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춘 상태라면 이제는 인품으로써 나를 각인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비즈니스 현장에서 일어나는 거의 대다수의 갈등 원인이자 퇴사 사유는 '사람'이다. 오죽하면 그 어렵게 들어간 회사와 기회를 포기하면서까지 떠나겠는가. 인품은 구구절절 강조하지 않아도 이미 충분한 공감과 이해가 있을 것이다. 현장에서 즉각 쓸 수 있는 몇 가지 팁만 소개하겠다.


일을 대하는 태도에서 우리가 드러낼 수 있는 인품은 성실함, 정직함, 책임감이다. 한 사람의 진정성은 크고 표면적인 곳에서 나타나는 행동이 아니라, 아무도 보지 않는 사소한 곳에서 보이는 행동이다. 상호가 약속한 책임 영역과 납기 일자를 지키는 것은 물론, 공적인 비용을 사적인 용돈 마냥 사용하지 않는 것, 공공물품을 개인물품처럼 함부로 다루거나 낭비하지 않는 것이다. 작은 일에 믿음을 주는 사람에게, 더 크고 중요한 일을 맡기고 싶어 하는 것은 세상 이치이다.


일을 포함해 매사에 배우고자 하는 태도에서도 나만의 시그니처를 남길 수 있다. 누구나 겸손과 존중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겸손과 존중은 어떻게 해야 드러나는 것일까. 이들의 공통점은 타인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타인이란 직위나 권력이 높은 사람뿐만 아니라, 나보다 어리거나 직위와 권력이 적은 사람에게도 나의 인품이 평가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는 것이다. 상대방을 향한 겸손과 존중의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나는 '감사합니다, 고마워요, 덕분에'라는 말을 과할 정도로 넘치게 표현하라고 한다. 우리는 아마도 사춘기를 지나는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끊임없는 평가와 비판, 채찍질 속에서 자라왔을 것이다. 마음의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반복되는 생채기에 자신의 존재 이유 조차 의심하고 확인받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상처 투성이인 지난 시간을 보상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지금이라도 기회가 닿는다면 그들을 격려하고 응원하고, 존재를 인정해 주는 일들이 너무도 중요하다.


같은 맥락으로 대인관계에서도 상대방을 위한 배려, 관용, 절제, 섬세함은 두 말하면 잔소리다. 지금도 인상 깊은 장면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식사를 마치고 아무도 없는 퇴식구에 식기를 반납하며 큰 소리로 '잘 먹었습니다!'를 외치던 동료의 모습이고, 다른 하나는 앞서 소개한 가수 양요섭이 대기실에서 멤버들과 과자를 먹던 중 과자가 떨어지자 '깨지면 청소하기 힘드셔'라며 얼른 과자를 줍는 모습이었다. 나도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노력하는 행동들이 몇 가지 있다. 강의나 미팅이 끝나면 내어 주셨던 찻잔을 수거하기 편하도록 한데 모아 놓거나, 비록 손님으로 방문했지만 실무자들과 함께 책상과 의자를 정리하거나, 행사를 준비하고 마무리할 때에 짐을 나눠 드는 등 10분 남짓 되는 시간에 나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마지막으로 각자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분위기와 에너지로도 시그니처를 남길 수 있다. 조직관리에서 조직의 분위기를 밝고 부드럽게 만드는 사람을 '보배 같은 사람'이라 부르며 높게 평가한다. 그만큼 조직 생산성을 높이고 조직문화를 안정적으로 이끌어 가는데 중요한 요소라는 뜻이다. 이런 재능과 기질을 타고났다면 그 재능이 기존 문화에 희석되거나 퇴색되지 않도록 더욱 가꾸고, 자신만의 경쟁력으로 삼길 바란다.


절대 시간과 반복된 훈련이 필요한 시그니처

비즈니스 시그니처는 전략적인 행동이 반복적으로 쌓인 결과물


비즈니스 시그니처는 하루아침에 만드는 단기적 일이 아니다. 나의 성향과 사람들로부터 인식되고 있는 이미지와 평가를 바탕으로 어떤 요소를 강화해 나갈지 전략을 세우고, 의도적으로 그 행위를 반복해 나가는 중장기적 일이다. 반복하는 시간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나의 습관으로 자리 잡을 것이고, 사람들에게 시그니처로 인식될 것이다.



가장 좋은 찬사는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으로 기억되는 것이다. 현재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로부터 '수현쌤 스럽다, 수현쌤꺼 아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면 이미 비즈니스에 시그니처 남기는 법을 터득하고 적용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아무리 뛰어난 실력을 갖고 아등바등 시그니처를 남겨도, 이를 알아봐 줄 나의 지지자들이 없다면 외로운 사회생활이 될 것이다. 모두가 실력, 스펙, 1등을 외치는 요즘, 비즈니스에 향기를 남기는 사람이 되어 서로에게 울타리 같은 존재로 기억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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