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서 살아남기-산업동향에 따른 변화의 중요성
정부주도의 전략사업이었던 철광산업이 최근 위기를 맞게 됨에 따라 그 중심에 있던 포스코 또한 함께 흔들리고 있다. 과거 어촌이었던 포항은 포스코로 인해 비약적인 성장을 이룩하였으며 그 이후에도 포스코에 철저하게 의존한 경제구조를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다음 세대에 대한 새로운 준비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현재 포항이 직면한 문제를 현명하게 극복한 나라가 있다. 포항과 비슷한 약 50만명정도의작은 규모에도 불구하고 1인당 GDP가 가장 높은 나라이자 유럽에서 금융의 중심지로 런던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경제강국, 룩셈부르크이다.
룩셈부르크는 지리적으로도 독일과 프랑스라는 두 강대국 사이에 끼어 있어 그 역사가 마냥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실제로 수백 년에 걸친 외국 왕조의 지배에서 벗어나 19세기 중반에 독립을 하였지만 그 과정에서 현재의 룩셈부르크 영토보다 더 넓은 서쪽 땅을 벨기에에게 할양해야만 했다. 이렇듯수백 년 동안 외국 왕조들의 통치를 받았으면서도 이들에게 흡수되지 않고 민족정체성을 되살려 독립할 수 있었던 이유는 외세의 지배에 거칠게 저항하기보다는 외부 세력을 새로운 통치자로 일단 수용하면서, 자체의 전통과 문화를 유지해나가는 것에 힘썼기때문이다. 작은 국가인 룩셈부르크가 유럽의 중심에서 오늘날 경제적으로 무시할 수 없는 강한 나라로 거듭날수 있었던 것 또한 세계화 시대를 적극 수용하여 개방적인 자세로 핵심 산업을 전략적으로 추진해나갔기 때문이다.
19세기 중반 독립 국가를 세울 때만해도 룩셈부르크는 대부분의 국민들이 굶주리는 전형적인 농업국가였다. 하지만 1879년 탈황 제련법의 발견으로 자국의 풍부한 철광석을 활용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성공적인 산업혁명을 맞이하게 된다. 룩셈부르크는작은 국내 시장 규모를 극복하기 위해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자유무역지대인 벨기에-룩셈부르크 경제공동체(BLEU)를 결성하였으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베네룩스 경제공동체를 결성하였다. 이 밖에도 철강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여러 노력 덕에 경쟁력있는 종합철강회사 아르베드(ARBED)가 탄생하고 나라를 먹여 살리는 효도 산업으로 철강산업이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실제로 1974년의 경우 철강산업이 총 GDP의 1/4을 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그 이후 두 차례에 걸친 석유파동으로 인해 철강산업만으로는 계속 성장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으로 정부 주도하에 1960년대부터 유로채권 발행 및 지주회사 등에 특화하여 금융산업을 발전시키기 시작했다. 정부는 금융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주식 및 채권 거래에서 발생한 자본 이득에 대한 원천과세를 면제해줄 뿐만 아니라 주변국에 비해 낮은 법인세율과 부가가치세율을 유지하였으며 최고 소득세율도 유럽에서 최저 수준을 유지하는 등의 유리한 세금정책을 펼쳤다. 또한 1,200유로의 설립 등기비와 총자산의 0.01~0.06% 정도의 연간 출자수수료만 부과하여 특화펀드의 개발이 가능해져 펀드산업의발전을 촉진시켰으며 EU 정책지침의 신속한 수용으로 금융의 선도국가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출처: 뉴욕 런던 룩셈부르크등의 금융클러스터 조성사례의 정책적 시사점 연구, BHP Korea, 2008)
이렇듯 정부의 지원과 우수한 지리적 여건 및 인구구성 덕에 1972년까지 50여개 외국 금융회사를 룩셈부르크에 끌어들일 수 있었고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투자 펀드시장을 갖는 등의 유럽의 핵심 금융국가로 이름을 떨칠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1980년대에 철광 산업이 사양길에 접어들었지만 룩셈부르크는 건재했다. 왜냐하면 이미 2000년 기준으로 룩셈부르크의 금융산업은 총 GDP의38.3%(부가가치 기준)을 차지함으로써 성공적으로 산업구조의 전환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2008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룩셈부르크는 농업-공업-서비스 산업에 이어 금융산업마저도 위험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또 한번 갖게 되었다. 이에 정부는 금융에 치우쳐 있는 산업구조를 IT산업으로 다각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EU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은 법인세(29%)와 부가가치세(15%)를 적용하고 있으며 룩셈부르크에서 운영하는기업이 저작권이나 특허, 상표 등 지적재산을 이용해 수익을 내면 이 가운데 80%에는 세금을 물리지 않는다. IT기반시설 또한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독일 프랑크푸르트 등 주요 도시 데이터센터와 직접 인터넷 망이 연결된다. 2007년부터는룩스커넥트라는 공공기관을 세워 기업 등에 광케이블을 지원하며 전국에 초고속 인터넷망을 보급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룩셈부르크 안에 운영되는 데이터 센터는 19곳이며 유럽에서 가장 고도로 발달한 데이터센터60%는 룩셈부르크에 있다.
금융과 IT산업에서 강점을 가진 룩셈부르크는 최근 떠오르는 핀테크에가장 적합한 ‘유로존 핀테크 허브’로 부상하고 있다. 실제로 아마존 페이먼트, 페이팔,알리페이, 라쿠텐 등 유명 전자결제 회사가 룩셈부르크에 자리잡았다.
즉, 룩셈부르크는 시대 트랜드에 맞춰 발 빠르게 주력산업을 전향하고국내/해외 가릴 것 없이 해당 분야의 주요 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한 노력, 인재 육성, 유럽의 중심이라는 지리적 특성 등의 이유로 지금의 경제규모를 이룩하고 유지할 수 있었다.
포항 또한 룩셈부르크처럼 기존에 갖고있는 포스텍, 한동대와 같은 우수한 교육기관과 KTX, 공항과 같은 편리한 교통시설등의 인프라를 잘 활용하여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