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 오르는 밤, 함께 만드는 축제

푸나호우의 Flaming “P”

by 하이랜더 HiLander



오늘은 하와이에서 유명한 사립학교 중 하나인 푸나호우 학교의 이번 학기 가장 큰 축제가 열리는 날이었다. 일년 중 봄에 열리는 카니발과 함께 학교의 큰 축제 중 하나다. 오늘은 우버를 서둘러 마치고 학교로 향했다. 교문을 지나자 잔디와 건물, 나무와 하늘까지 버프 앤 블루(Buff ’n Blue, 푸나호우 학교의 상징 색으로 진한 노란색과 파란색을 뜻한다.)의 기운으로 물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아직 해는 완전히 지지 않았지만, 운동장에는 벌써 작은 피크닉 자리들이 펼쳐지고, 밴드의 감미로운 음악소리와 아이들의 웃음이 섞여 축제의 공기를 데워놓고 있었다.


Flaming “P”는 어떤 축제인가


푸나호우의 Flaming “P”는 가을 학기 학교 응원 열기를 함께 끌어올리는 대표 전통 축제이다. 1960년대 후반(최초 점등은 1966년 가을로 알려져있음)부터 이어진 행사로, 학교 등교 시간에는 펩 랠리(pep rally)를 즐기고 하교 이후 전교생과 가족, 동문이 한자리에 모여 공연을 즐기다가, 밤이 깊어질 즈음 높이 약 20피트의 "P" 구조물에 불을 밝히는 점등식으로 절정을 맞는다.


올해도 하루 종일 학교가 작은 축제장처럼 변했다. 아침부터 카니발 굿즈 판매와 스토어 오픈. 오후엔 아트&크래프트와 간식 부스 행사. 저녁에는 학교 밴드 공연, 댄스팀·치어팀 무대, 응원 랠리까지 숨가쁘다. 하지만 모두가 기다리는 석양이 지고 저녁 7시즈음 —모두가 기다리는 Lighting of the “P”가 기다리고 있다.


모두가 ‘함께 만드는’ 축제


주차를 하고 부스 거리로 아이와 함께 향한다. 체크무늬 테이블 위로 학생들이 직접 만든 소품과 간식이 차곡차곡 놓여 있다. 키링, 헤어 타이, 배지, 스티커, 달콤한 스낵과 음료까지—손으로 만든 온기가 물건 위에 남아 있다. 얼굴에 페이스 페인팅을 한 학생이 환하게 웃으며 “한 번 보고 가세요!”라고 손짓한다. 카페테리아에서는 칠리, 칼루아 포크, 테리 버거 같은 메뉴가 가족 모두의 저녁이 되어 나가고, 한켠의 아트&크래프트·게임 액티비티는 고등학생과 학부모들이 직접 운영한다. 유치원·초등학생들은 신나서 줄을 서고, 진행을 돕는 어른들은 환하게 박수를 보탠다.

이 장면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 역할의 경계가 흐릿하다는 점이다. 단순한 제공자와 소비자가 아니라, 함께 만들고 함께 즐기는 축제의 장. 그래서 현장은 더 따뜻하고,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운동장에 번지는 버프 앤 블루


해가 기울 무렵, 잔디 위는 피크닉 담요로 색동처럼 깔렸다. 유모차, 접이식 의자, 작은 쿨러와 텀블러까지—각자 한 구역씩 자리 잡고 저녁을 준비한다. 밴드석에서는 금관이 반짝이고, 드럼 스틱이 공기를 또닥또닥 가른다. 리허설인지, 누군가의 박수 소리가 박자로 바뀌고, 그 박자는 곧 함성으로 커진다.


무대가 열리자 학생 댄스팀이 넓게 퍼져 동작을 맞춘다. 울타리 너머로 빽빽하게 선 관객들은 휴대폰 화면을 번쩍이며 리듬을 따라 몸을 흔든다. 석양이 사라질 듯 남아 있는 하늘 아래, "P" 구조물 앞에서 치어리더들이 버프 앤 블루 유니폼을 입고 팔을 쫙 뻗는다. 곧 불붙은 P가 밤공기 속에서 활활 타오르고, 불꽃의 금빛이 사람들의 얼굴에 번진다. 뒤편 건물은 푸른 조명으로 물들어, 불꽃의 노란빛과 대비를 이루며 운동장 한가운데를 작은 분화구처럼 뜨겁게 만든다. 아이들은 탄성을 지르고, 어른들은 까치발로 휴대폰을 들이민다.


(출처: Punahou School Instagram)

불이 오르는 이유


Flaming “P”는 화려한 퍼포먼스를 위한 장치가 아니다. 스포츠를 중심으로 학교 공동체를 하나로 묶는 스피릿의 언어다. 학기 중 어느 날, 모두가 같은 색을 입고 같은 리듬으로 흔들며 “우리”라는 이름을 확인하는 의식. 불꽃은 그 이름을 밤하늘에 또렷하게 새긴다.


여운


마지막 점등 순간, 불붙은 P의 테두리가 동그랗게 살아 움직인다. 사람들의 얼굴엔 금빛이 번지고, 함성은 또 한 번 커졌다 잦아든다. 축제는 끝났지만, 돌아오는 길에도 귀에는 밴드 소리가, 눈에는 버프 앤 블루의 물결이 자꾸만 겹쳐졌다.

그 밤, 우리는 모두 같은 빛을 올려다봤다. 그래서인지 집에 도착한 뒤에도 마음은 한참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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