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z의 노래와 하와이 음악이 만든 연결의 순간
차 안을 채우는 하와이의 선율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켜고 도로에 들어서면, 습관처럼 라디오를 맞춘다. Hawaiian 105 (KINE-FM 105.1). 혹은 애플뮤직에서 하와이안 음악 플레이리스트를 고른다. 손님을 위한 배려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나 자신을 위한 선택이기도 하다. 차창 밖으로 햇살과 바다가 겹치고, 차 안에는 하와이의 선율이 흐르는 순간—운전의 긴장도 풀리고, 승객과의 거리가 조금 더 가까워진다.
Iz와 Over the Rainbow
특히 Israel Kamakawiwo'ole, 모두가 Iz라 부르는 그의 목소리가 흘러나올 때면 차 안은 단번에 다른 공기를 띤다. Somewhere Over the Rainbow / What a Wonderful World 메들리가 라디오에 나오면, 100이면 100, 승객들이 반응한다. 미소를 짓거나 콧노래를 따라 흥얼거리고, 어떤 이는 아예 가사를 중얼거리며 노래를 이어간다. 한국에서 온 관광객도, 본토에서 온 가족도, 이 섬에 평생 살아온 로컬들도 모두 이 노래 앞에서는 같은 리듬을 공유한다.
원곡은 1939년 영화 오즈의 마법사에서 주디 갈랜드가 불렀던 뮤지컬 넘버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소녀의 목소리가 Iz의 손을 거치며 전혀 다른 생명력을 얻었다. 간단한 우쿠렐레 반주에 실린 그의 목소리는 담백하면서도 힘이 있고, 하와이 사람들의 희망과 정체성, 그리고 ‘알로하 정신’을 담아냈다. 그가 짧은 생을 마감한 지 오래지만, 이 곡은 여전히 하와이의 목소리로 세계 곳곳에서 울려 퍼진다.
차 안의 작은 합창
이 노래가 흘러나올 때 차 안은 종종 작은 합창단이 된다. 어느 날은 아이가 엄마 무릎 위에서 손뼉을 치며 “와~” 하고 소리를 내고, 또 다른 날은 노년의 부부가 나란히 앉아 서로를 바라보며 따라 부른다. 나는 운전대를 잡고 있지만, 차 안을 가득 메우는 공기는 분명 달라진다. 음악은 목적지를 향한 단순한 이동을 넘어, 낯선 사람들 사이에 다리를 놓는다.
하와이의 음악, 세계의 기억
하와이 전통음악은 단순히 귀를 즐겁게 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전하는 방식이다. 하와이어로 mele(노래)는 역사이고, 기도이며, 공동체의 기억이다. 우쿠렐레와 슬랙 키 기타, 훌라와 함께 어우러져 사람들의 삶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Iz는 그 전통을 오늘날로 이어온 인물이었다. 그는 단순한 가수가 아니라, 하와이 사람들의 자긍심과 문화적 기억을 대변한 목소리였다. 2021년, 그의 Somewhere Over the Rainbow / What a Wonderful World는 미국 의회도서관의 국립 녹음등록부(National Recording Registry)에 등재되었다. 이는 단순한 히트곡을 넘어, 하와이의 목소리가 미국 문화유산으로 공식 인정받은 순간이었다.
섬의 노래, 길 위의 순간
나에게도 그 노래는 단순한 배경음악이 아니다. 낯선 승객과의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지기도 하고, 말없이 음악만으로도 서로 마음이 이어지는 순간이 된다.
차창 밖으로는 바다와 석양이 겹치고, 차 안에서는 Iz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승객이 콧노래를 따라 부르는 소리를 들으며, 나도 모르게 리듬을 맞춘다. 그렇게 오늘 하루의 운전도 조금 더 가볍게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