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 헬스와 하와이에서 만난 삶의 울림
그날 나는 병원 앞에서 휠체어를 탄 하와이안 할아버지를 모셨다. 병원에서 자택으로 가는 길은 멀지 않았지만, 창밖에 번지는 늦은 오후의 햇살처럼 대화는 따뜻하고 깊었다.
할아버지는 곧 자신을 기다릴 강아지 이야기를 꺼냈다. 집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꼬리를 흔들며 달려올 친구라며, 그 작고 충직한 존재가 하루의 무게를 가볍게 한다고 했다.
그러다 어린 시절로 대화가 흘러갔다.
“나 어릴때는 햄버거가 25센트였어요.”
그는 먼 기억을 더듬듯 웃었다. 동전 하나만 쥐어도 든든했던 시절. 그런데 어느 날, 마을에 새로운 간식이 등장했다고 한다. 얇은 반죽 속에 달콤한 초콜릿을 감싼 초코 크레페. 가격은 무려 1달러였다. 햄버거 네 개 값이나 되는 금액이었으니 어린 마음에 얼마나 충격이었을까. 그는 친구들과 가게 앞을 서성이며, 그 달콤한 간식을 사먹고 싶어 안달하던 기억을 들려주었다.
소소한 일상과 추을 나누다보니 어느새 목적지에 가까워졌다.
섬을 건너는 진료의 길
할아버지처럼 병원으로 가기 위해 우버를 이용하는 이들은 생각보다 많다. 직접 우버를 부르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보험사나 병원에서 대신 호출을 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거동이 불편하시거나 핸드폰 사용이 어려운 어른인 경우다. 가끔은 내리시면서 여긴 어디냐고 나에게 물으시는 분들도 계시다.
어떤 날은 재활치료를 위한 병원으로, 또 어떤 날은 베테랑(퇴역군인)을 위한 군인 병원으로.. 빅아일랜드나 마우이에서 진료를 위해 오아후까지 비행기를 타고 날아온 분들도 자주 만난다. 이들은 도착하자마자 캐리어 대신 진료 서류를 들고 병원으로 향한다. 그들의 여정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삶을 이어가기 위한 길 위의 싸움이다.
연결의 제도, 남겨진 과제
환자가 직접 앱을 켜지 않아도, 의료기관이나 보험사가 차량을 대신 예약해 주는 서비스(우버 헬스, Uber Health)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응급은 아니지만 정기적인 치료와 진료가 필요한 환자들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 이 서비스는 2018년에 시작해, 현재는 미국 전역에서 운영되고 있다. 비슷하게 리프트(Lyft Healthcare)도 비응급 의료 운송(Non-Emergency Medical Transportation, NEMT) 시장에 진출해 Medicaid, Medicare와 제휴해 환자 이동을 지원하고 있다.
독일은 Uber Health가 환자 이동 플랫폼으로 진출했고, 중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에서는 비응급 의료 운송(NEMT)을 공공·민간 차원에서 연구하거나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에도 유사한 서비스가 있다. 서울시 등 지자체의 ‘병원 안심동행 서비스’, 민간 기업인 위드메이트의 '의료 동행 서비스' 등이 그것이다. 아직은 정부 혹은 민간이 각각 서비스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듯한 모양새다. 정부와 민간이 함께 협업하는 차량 호출 플랫폼과 통합된 형태는 아직인 것 같다.
운전대 뒤에 앉은 내가 단순히 길을 잇는 사람이 아니라, 누군가의 의료 접근성을 지켜주는 안전망의 한 부분이라는 사실이 낯설고도 깊게 다가왔다. 하지만 길 위의 현실은 이상과 다르다. 휠체어 보조나 위생, 감염 위험을 이유로 의료 운행을 꺼리는 드라이버들도 있다. 그래서 이 제도가 단순한 교통 편의를 넘어, 누군가의 삶을 지탱하는 안전망이 되기 위해서는 더 확실한 제도적 장치와 사회적 신뢰가 필요하다.
손에 얹힌 축복
목적지에 도착해 휠체어를 내어드리자, 할아버지는 잠시 나를 바라보며 조용히 물었다.
“내가 당신을 위해 잠깐 기도해도 될까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는 내 손을 잡고 낮고 진지한 목소리로 기도를 올렸다. “이 운전자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길을 이어가게 해 주세요.”
그 순간, 마치 한 사람의 삶이 내 삶과 겹쳐지는 듯한 울림이 전해졌다. 길 위에서 나는 손님을 모시고 이동을 돕지만, 사실은 그분들이 내 삶에 더 큰 선물을 남겨주고 있었다.
마무리
짧은 운행이었지만, 강아지의 기다림에서부터 어린 시절 초코 크레페의 추억, 그리고 마지막 기도까지—그 시간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삶의 한 조각이었다. 도로 위에 살아 있는 알로하 정신이 사람들의 마음을 잇는다면, 제도는 그 길을 든든히 받쳐 주는 또 하나의 기반이 된다.
오늘도 나는 운전석에 앉아 다짐한다.
길 위의 만남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서로의 삶을 지탱하는 기도가 된다. 그리고 그 기도는 다시 나를 길 위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