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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이 Jan 26. 2023

미국의 햄버거 오형제

가장 미국스러운 버거와 감자를 만드는 오형제 이야기


지구를 지키는 독수리 오형제가 있다면 미국에는 햄버거 오형제가 있다. 이제는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버거 체인 <FIVE GUYS(파이브 가이즈)> 이야기다. 이들의 전설은 1986년 버지니아주로 거슬러가는데...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다섯 아들에게 아버지 제리 머렐(Jerry Murrell)이 던진 선택지. '너네 대학교 갈래, 그 학비 모아서 다 같이 비즈니스 한 번 해볼래?' 아들들의 선택은 비즈니스였고. 그렇게 햄버거 오형제의 역사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아들이 다섯이면 '다섯 아들들'(five sons)이 더 맞을 것 같은데 '다섯 남자들'(five guys)이 된 이유? 알고 보니 아들들 중 한 명은 회사에 뜻이 있어 이후에 조인했다고. 그러니까 처음엔 아버지 포함 '다섯 남자들'이 차린 버거집이었던 셈이다.


다섯 아들들과 아버지. 출처: FORBES/2012년


이렇게 오형제가 똘똘 뭉쳐 탄생한 <파이브 가이즈>는 In-N-Out(인 앤 아웃), Shake Shack(쉑쉑)과 함께 미국 3대 프리미엄 버거 체인 중 하나로 불린다. 인상적인 건 TV 광고 한 번 안 했다는 것. 'Let the food speak for itself(음식이 알아서 증명할 것)'이라는 철학으로 입소문으로 여기까지 왔단다. 미국 내 1000여 개 매장, 유럽 등 23개 국가에서 1500개 넘는 매장을 운영하고 있고 2023년에는 한국에도 론칭 예정이라고 한다.


로컬 버거 체인, 수게버거집, 다이너 버거집... 엘에이만 해도 버거집이 다양하다. 그중 <파이브 가이즈>부터 소개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맛있어서. 미국 햄버거라고 다 맛있지 않은데 내 입에는 <파이브 가이즈>가 맛있다. 정확히는 '미국 스럽게' 맛있다. 그냥 투박한 듯 심플한데 맛있는 게, 딱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오늘의 감자'의 출처 및 '우리 매장에는 냉동고가 없다'는 메시지가 적힌 매장.


미국에서 <파이브 가이즈>는 '감자'로 통한다. 매장에 보란 듯이 감자 포대기들이 쌓여있다. 카운터 옆엔 '오늘의 감자' 원산지까지 적어놓았다. '아이다호의 젠슨 아저씨네 감자' 처럼. 이렇게 공수한 생 감자를 썰어서 땅콩기름에 튀기면 집에서 만든 것 같은 적당히 묵직하고 도톰한 감자튀김이 나온다. 바삭 깨물면 뜨겁고 포슬거리는 감자가 입안 가득 터진다.


좋아했던 미국 광고들은 간단한 카피 한 줄로 마음을 건드렸다. <파이브 가이즈> 카피도 만만치 않다. '우리 매장에는 냉동고가 없어요.' 딱 한 줄로 소비자 마음속 '신선한 버거를 만드는 곳'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고정시킨다. 생 감자를 쓰고 매일 패티를 만든다는 점을 이렇게 보여준다원샷 원킬. 


버거를 주문할 땐 토핑을 함께 고른다. 15가지 토핑을 추가비용 없이 고르고 싶은 만큼 고를 수 있다. 토핑이 다양하다보니 <파이브 가이즈> 버거를 먹을 수 있는 방법은 총 250,000가지, 하루에 하나씩 먹으려면 684년이 걸린다고. 참고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초이스는 양상추, 토마토, 할라피뇨, 머스터드. 누가 뭘 시켰는지도 재미포인트다.


음식이 나오는데 최소 10분은 걸린다. <파이브 가이즈>의 주방에는 타이머가 없다고 한다. 시계가 아닌 사람이 천천히 신경써서 음식을 만들기 위험이라고. 어쩜 준비시간도 제조방식도 패스트푸드가 아니다 했는데 가격도 패스트푸드가 아니다. 둘이서 일반 버거, 작은 치즈버거, 중간사이즈 감자튀김을 시켰더니 한화로 3만 5천 원 (미국 돈으로 29불).


<파이브 가이즈>는 감자가 must다.


<파이브 가이즈>를 먹으며 잠시 예전 광고회사 시절 생각이 났다. 차장님이 북한산을 보시더니 어렴풋하게 '후... 저건... "남자 산"이야...'라고 하시는 거다. 차장님께 그럼 '여자 산'은 어떤 산이냐고 했더니 안산(?)이라고 하셨었나... 아무튼. 북한산이 '남자 산'이라면 이건 '남자의 버거'다. 요즘 같은 때 남자는 이렇다, 여자는 이렇다 하는게 웃기지만, '남자의 버거' 만큼 이 버거를 잘 설명할 수 있는 다른 말이 지금은 생각이 나지 않는다.


물론 이름 때문일 수도 있다. <파이브 가이즈>, '다섯 남자들.' 아무튼 이유가 뭐든지 간에, 이 버거에서는 남자냄새가 폴폴 난다. 남자도 다양한 남자가 있겠지만 이 남자는... 뭐랄까, 말이 많지는 않지만 진국인 그런 남자. 약속을 지키는 남자. 젠틀하진 않지만 섬세한 남자다. 미디어에서 흔히 말하는 '상남자.' 겉으로는 투박하고 거칠지만 기본에 충실한 남자, 그러니까 버거다. '남자의 버거'다. 원칙으로 승부하는 '남자의 버거'가 궁금하다면 <파이브 가이즈>를 추천한다. 오형제가 커다란 포대기에 감자를 싣고 와서 막 튀긴 감자와 원칙에 충실한 '미국 햄버거'를 맛볼 수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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