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8월 3일, 훤이가 수이에게
2023년 8월 3일
by 훤이
손 편지 진짜 오랜만에 쓰는 것 같은데 요런 기회에 쓰게 되네.
너에게 축사를 부탁하고선 좀 부담스러울 수 있는 미션임을 알고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하다가 내가 너에게 편지를 쓰고 너의 답신이 축사가 되면 어떨까 생각해 봤어! 비록 우린 내일 줌으로 또 만나서 수다를 떨겠지만 (그리고 이상하게 난 항상 너한테 할 말이 있더라고… 항상 난 내 삶이 좀 재미없는 편이다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걸 보면 신기해) 오늘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볼까 해! (조금은 간지러운 이야기가 될 것 같구나… 큼흠..)
08년도에 너를 처음 보고 지금 벌써 15년째다! 처음에는 그냥 너가 통통 튀는 나와는 좀 다른 밝은 아이? 정도로 생각했는데 같이 살면서 생각보다 더 weird (기억나?ㅎㅎ) 한 아이이긴 하지만 참 따뜻하고 나와는 다르게 열심히 사는 모습에 배울 점이 많은 친구구나라는 생각을 했던 것이 기억이 나. 그리고 그 생각이 지금까지도 변하지 않고 있어서 그런 너가 나의 친구라는 점에 고맙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
항상 내 고민이나 어두운 면을 잘 드러내지 않은 편이지만 너한테는 그런 부분들을 보이면 넌 항상 그 어두운 면을 더 밝고 무거운 고민들을 가볍게 만들어줘. 넌 항상 내가 충분히 공유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표현하지만 내가 힘든 일이 있을 때는 항상 너를 찾게 된다는 걸 잊지 말아 줘. 난 항상 무슨 말을 하면 상대방은 이런 말을 하는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걱정하고 고민하는데 너의 그런 모습이 너만은 평가하지 않을 거라는 신뢰가 어느 순간 생기게 만든 것 같아. 항상 나를 위해 거기 있어줘서 고마워.
plus 너는 긍정적인 의미로 나에게 자극을 주는 것 같아. 대학교 때 나는 미드 자막 번역이나 하면서 돈 버는 거에 몰두하면서 집에서 많이 나가지 않고 있을 때도 너는 항상 외부 활동을 하면서 열심히 성장하는 방향으로 사는 게 나와는 다르게 멋있어 보였고 취업을 하고 난 이후에도 너의 회사 생활 이야기나 이직을 하는 과정들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면 너는 너만의 기준이 항상 명확히 있었어. 스스로를 의심하는 편인 나와 다르게 너는 그런 기준들에 대한 자신감이 있어 보였고 나도 그런 자신감을 조금 더 가져야겠다 생각했지.
너가 미국으로 이민 간 것도 난 정말 용기 있는 행동이라 생각하고 거기서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지속적으로 너에게 맞는 일을 찾는 걸 보면 정말 멋지다는 생각이 들어. 그런 걸 보면 너는 항상 나보다 많은 면에서 더 강한 사람임을 느끼게 되고 나도 더 강하고 나만의 가치관을 명확히 하면서 살아야겠다는 긍정적인 자극을 받아.
결국 08년도 이후로 지금의 날 보면 난 많이 성장했다 생각하는데 나의 성장에는 너의 영향도 있다는 걸 알아둬! 앞으로도 넌 그대로의 모습대로 살아! 그리고 나에게 계속 이런 긍정적인 자극을 주는 친구로 남아줘.
너는 어떤 상황에서든 너가 하고 싶은 걸 찾고 너다운 삶을 잘 살 수 있을 거라 난 믿어 의심치 않아. 지금은 좀 물리적인 거리가 멀어서 내가 너의 곁에 항상 있을 순 없겠지만 내가 너의 1호 팬이면서 항상 너를 위해 기도한다는 걸 알아줘 (너무 크리스챤스럽니 ㅎㅎ)
너가 삶의 기로에서 어떤 선택을 하던 응원하겠다는 의미로 최근 너의 삶에 건강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듯한 테니스가 떠올라 스누피와 테니스 공이 그려진 운동복과 세트로 사용할 수 있게 같은 컬러 테마의 테니스 가방을 보낸다. 원래 축사 이런 거 부탁할 때 끝나고 나면 돈봉투 주던데… 해외에 있는 너에게 돈을 띡 보내는 것도 웃기고 우리 사이엔 조금 더 의미 있는 선물을 해야만 내가 만족스러울 것 같아서. 암튼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고 마음에 안 들더라도 풀 세트로 입고 사진이나 하나 찍어 보내라 (뒤에 스누피 그림이 좀 커서 우리 나이에 이렇게 큰 캐릭터 그림이라니… 부담스럽긴 할 수도 있겠다 싶었ㅋㅋㅋ 지만 귀여우니까 그냥 이거 받어)
그리고 우리 축사 테마곡은 Toy Story - You’ve Got a Friend In Me입니다. 거기에 맞는 편지지 어떠냐! 뭔가 토이스토리 편지지를 다이소에서 찾았다는 사실에 혼자 흥분해서 꼭 자랑하고 싶었음…!
암튼 이런저런 말 많이 했지만 결국 하고 싶은 말은 내 친구가 되어줘서 고맙고 물리적으로는 멀리 있지만 너가 나에게 끼치는 수많은 영향에 감사함을 꼭 말해주고 싶었어. 나도 너에게 그런 좋은 친구이길 바라 :) 항상 건강 챙기고 우리는 이제 내일 줌에서 또 보쟈잉!
2023년 8월 3일
엘리멘탈 영화 시간을 기다리며, 훤이가
사진설명
한국어로 '우체국 택배' 로고가 박힌 익숙한 박스가 현관 앞에 놓여있어서 의아했는데, 훤이가 한국에서 보내준 패키지. 바다를 건너 날아왔다고 생각하니 더 애틋했고, 열심히 포장했을 훤이가 생각나서 고마웠습니다. / by 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