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세계의 주인>과 서사의 시간
영화 <세계의 주인>은 좋았는데, 그건 단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들 중 하나인 바흐의 칸타타 ‘양들은 한가로이 풀을 뜯고’ 피아노 버전이 유일한 음악으로 삽입되어서만은 아니었다.
<세계의 주인>을 본 후 영화감독 봉준호와 윤가은, 영화 평론가 김혜리가 함께 대화 나누는 GV 영상 앞부분을 조금 보았다. 봉준호는 “윤가은 팬클럽 서울 지부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만큼 그의 영화를 좋아하는 듯 보였다. 대화 초반에 봉준호는 윤가은에게 극본에 관해 물었다. 어떻게 하면 이런 (그러니까, 이토록 좋은) 극본을 쓸 수 있냐는 물음이었다. 윤가은의 이야기는 조심스럽게, 서서히, 은근하게 관객에게 스미는 것이었고, 그러므로 그 물음은 그렇게 천천히 알게 되는 이야기의 아름다움을 어떻게 만들어 내는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윤가은 감독은 어느 시기 즈음인가부터 영화의 서사적 형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답했다. 어떤 사건이 벌어지고, 그 사건이 이야기의 시발점이 되어 인물들 간 갈등이 서서히 커지고, 그러다 그 갈등이 결국 폭발하는 지점에 이르면서 결말로 이어지는 이야기가 아니라, 다른 방식의 서사가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했다. 앞 뒤 사건들의 논리가 척척 맞고, 그렇게 진행될 때에만 이야기다운 이야기가 되는 것이 아니라, 말도 안 되는 사건의 비틀기, 혹은 우회 같은 것이 만들어 내는 또 다른 종류의 서사의 형식이.
이런 말은 음악에도 똑같이 할 수 있다. 시간의 흐름을 어떻게 조형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본질적으로 음악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