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주차장 공간은 예전부터 넉넉하지 못했다. 그래도 그럭저럭 견딜 만했다. 그런데 최근에 상황이 달라졌다.신입사원이 40명 넘게 입사했고, 다른 조직 인원 40여 명이 우리 건물로 이사를 왔다. 물리적으로 사람이 늘어나니 주차장은 금세 한계에 다다랐다. 6층짜리 주차타워는 수용 인원을 넘긴 것 같다. 이중, 삼중주차는 기본이고, 층층을 오르내리는 길목마다 차들이 줄지어 서 있다. 출퇴근길에 주차타워를 1층부터 6층까지 오르락 내리락하다 보면 생각보다 시간이 꽤 걸린다. 바쁜 아침에 주차하느라 쓰는 5분이 얼마나 귀중한지 모른다.
퇴근길, 내 차 앞에 이중주차가 되어 있었다. 다행히 사이드 브레이크는 풀려 있었다. 하지만 SUV 차량이라 크고 무거웠다. 혼자 힘으로 밀기에는 쉽지 않았다. 다른 차들과 부딪힐까 봐 조심스럽기도 했고, 즐거워야 할 퇴근길에 인상부터 찌푸려졌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해 볼까 했다. 하지만 친분이 있는 사이도 아니고, 다들 바쁜 걸음으로 퇴근 중이었다. “잠깐만 도와주세요”라는 말이 입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결국 혼자서 낑낑거리며 온 힘을 다해 차를 밀었다. 세차한 지 오래된 차였는지 손에 먼지도 묻었다. 미간이 찌푸러졌다. 그래도 생각을 달리해야지 하며 휴우~ 하고 크게 숨을 내쉬어본다. 상대방도 사정이 있었겠지.바쁜 출근길에 주차할 곳이 없었겠지. 나 역시 본관에서 근무하던 시절, 주차 공간이 없어 불법주차를 하곤 했었으니까.
점심시간, 팀 동료들과 식당에 가서 줄을 서고 있었다. 특식이 나오는 날이라 배식 줄이 유난히 길었다. 한참을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한 동료가 급하게 전화를 받더니 밖으로 나갔다. 이중주차해 둔 차를 빼 달라는 연락을 받은 것이다. 줄만 서서 기다리다가 밥도 먹지 못한 채, 추운 날씨에 다시 주차장까지 걸어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주차장과 식당은 빠르게 걸어도 5분 이상 걸리는 거리다. 나라면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했을텐데 그 동료는 화를 내지도, 인상을 찌푸리지도 않았다. 덤덤하게 차를 빼주러 나갔다. 그 모습을 보며 '아, 이 사람 괜찮은 사람이구나. 나보다 나이도 어리지만, 본받을 만한 태도를 가진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중주차라는 불편한 상황 덕분에 나는 타인의 입장도 다시 생각했고, 나의 과거 행동을 돌아봤고, 동료의 새로운 모습도 보았다. 이중주차가 꼭 불편하고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회사 차원에서 물리적인 주차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필요하다. 새로운 주차타워 건설 이야기도 나오지만, 비용과 공간을 생각하면 쉬운 결정은 아니다. 통근버스나 대중교통 이용도 말처럼 간단하지 않다. 지역적인 한계도 있고, 자가용에 익숙한 세대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결국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서로 조금씩 양보하며 이 불편을 견뎌내야 한다. 이중주차로 인해 불편함을 겪었지만, 그 불편함을 통해 사람을 다시 보고 나 자신을 되돌아봤다.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도, 조금은 선명해졌다. 밥 한 끼를 놓치고 추운 날씨에 다시 걸어가면서도 얼굴 하나 찌푸리지 않던 그 동료처럼 불편을 불평으로 키우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같은 상황에서도 짜증으로 하루를 망칠 수도 있고, 사람을 이해하는 방향으로 하루를 남겨둘 수도 있다면 나는 후자를 선택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