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주걱은 판매원의 정성이자 고양이 장난감이다

나의 사전 100_Day 6.구두주걱

by 수인살롱

구두주걱은 판매원의 정성이자 고양이 장난감이다

주말에 짝지의 신발이 낡아 새 구두 한 켤레를 샀다. 계산대에서 판매원은 깔창과 구두주걱을 크기별로 두 개나 챙겨 주었다. 사실 구두주걱은 필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밝게 웃으며, 나를 배려한다는 눈빛으로 눈을 마주치는 판매원의 친절을 뿌리치기란 쉽지 않았다. 결국 검정색의 짧은 구두주걱 하나와 아이보리색의 긴 구두주걱 하나를 받아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와서 구두주걱을 거실에 내려두자 고양이들이 바로 관심을 보였다. 낯선 냄새와 처음 보는 물건이 신기한지 솜방망이 같은 앞발로 조심스럽게 톡톡 건드려 본다. 덤벼들거나 위험한 물건이 아니라는 판단이 섰는지, 이내 본격적으로 드리블을 시작한다. 구두주걱은 고양이들의 발끝에 이끌려 거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닌다.


식구들 중 구두주걱을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고양이들이 이렇게 재미나게 써 주니 다행이다. 나에게 친절을 베풀며 구두주걱을 챙겨 준 판매원의 마음도 헛되지 않은 것 같아, 그 또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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