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션은 시행착오의 결과물이다

나의 사전 100_Day 12.쿠션

by 수인살롱

쿠션은 시행착오의 결과물이다.


소파에는 네 개의 쿠션이 있고 침대에는 두 개의 쿠션이 있다. 소파를 사면 공짜로 딸려오는 쿠션도 있고, 예뻐 보여서 따로 산 쿠션도 있다. 네모난 모양이 좋아 보여서 고른 것도 있고, 동그란 형태가 귀여워 보여 집어 든 것도 있다. 화려한 패턴에 끌린 적도 있고, 쨍한 색감이 마음에 들어 데려온 적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좋아 보여서’ 산 쿠션들은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힘이 빠진다. 세탁을 하고 나면 형태가 흐트러지고, 실용성은 떨어지고, 디자인도 금세 싫증이 난다. 결국 걸리적거린다는 이유로 구석으로 밀려난다.


지금 나의 최애 쿠션은 삼각형 모양의 단단한 등받이 쿠션이다. 침대에 비스듬히 기대어 책을 읽을 때도, 노트북을 올려두고 글을 쓸 때도 묵직하게 내 등을 받쳐준다. 색깔은 밍밍한 아이보리라 딱히 예쁘지도 않지만, 가장 튼튼하고 가장 듬직하다. 여러 번의 실패 끝에 정착한, 몸에 맞는 쿠션이다.


생각해 보면 쿠션뿐 아니라 내가 글을 읽고 쓰는 과정도 시행착오의 결과물이다. 사람들 틈에 섞여 밤거리를 떠돌고, 몸에 맞지도 않는 술을 마시며 나의 존재를 확인하려 애쓴 시간들이 있었다. 시간도 에너지도 많이 낭비했다. 글을 통해 다시 나에게로 돌아오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이제는 시행착오를 하더라도 그 범위가 많이 좁아졌다. 글 속에서 길을 잃기도 하지만, 결국 다시 글 속에서 나를 찾아낸다. 예쁘지는 않아도 오래 기대어 쓸 수 있는 쿠션처럼, 글은 지금의 나를 가장 단단하게 받쳐주는 자리다.

매거진의 이전글소파는 충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