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레인지는 조급함이다

나의 사전 100_ Day 23. 가스레인지

by 수인살롱

가스레인지는 조급함이다.


가스레인지 1구와 전기레인지 2구가 섞인 레인지를 사용 중이다. 성질이 급한 나는 화력이 센 가스레인지를 선호한다. 급히 식사 준비를 해야 할 때면 3구를 동시에 돌린다. 빠르게 끓이고, 굽고, 볶아야 마음이 놓인다. 그런데 전기레인지는 내 성에 차지 않는다. 열이 오르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고, 한 번 달궈지면 쉽게 식지도 않는다.


그래서 나는 편법을 쓴다. 먼저 가스레인지 위에 올려 불을 확 끌어올린다. 팬이 달아오르면 그제야 전기레인지로 옮긴다. 뜨겁게 시작해서, 오래 가기 위해 천천히 불을 유지한다. 조급함과 인내심을 한 끼 식사 안에서 번갈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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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도 다르지 않다. 처음에는 피치를 올려 달렸다. 일주일에 두세 권씩 읽으며 1년에 백여 권을 채웠다. 숫자가 쌓이는 것이 뿌듯했고, 속도가 곧 성취라고 믿었다. 하지만 오래 가려면 화력을 조절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계속 타오르기 위해서는 한 번씩 불을 낮춰야 한다는 것을.


지금은 예전만큼 읽지 못한다. 대신 한 문장을 오래 붙든다. 빠르게 끓여내는 지식보다, 은근한 불에서 뭉근히 익는 이해를 택한다. 가스레인지 같은 열정도 필요하지만, 전기레인지 같은 지속성도 필요하다. 빨리 달리는 것도 좋지만, 꺼지지 않게 오래 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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