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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소로 Mar 19. 2024

한편에 두가지 이야기를 하려다
아무것도 되지못한 한편

1. 체육관에 가려고 체크아웃한 전기자전거의 배터리가 한칸이 남았다. 

2. 바다의 수면위로 올라오는 고래의 모습은 수면에 가까워져서야 보인다. 

두가지 다른 장면은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마지막 순간에 대한 서로다른 모습들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둘 속에서 끌어내려는 결론은 지금 당장이라도 게임이 끝날 수 있는 순간 속에서도 마라토너가 달리듯 달리는 일의 가치다.


1-1. 한칸 남은 배터리의 자전거 페달은 불안하게 밟힌다. 마치 혹한 속에서 어림짐작으로 곧 장작이 다 떨어질때가 됐는데 헛간을 열어볼 수는 없는 집주인의 마음같은 것이다. 비유를 해도 왜 이런 옛날옛적 비유인지 모르겠다. 어디 굴뚝에 연기나는 시절을 산것도 아닌데 말이지. 전기자전거의 전기와 혹한기의 장작은 분명히 히 가치있는 것들인데 왜 불안을 불러내는걸까. 좋은것도 넉넉해야 좋지 쪼들리면 오히려 안좋은것만 못하다는 말로 정리하고 넘어가는게 맞는걸까. 그런가? 


2-1. 고래는 깊이를 알수없는 지점까지 잠수해 내려간다. 긴긴 하강 이후에는 다시 긴긴 상승이 필요하다. 수면위로 올라오는 모든 것들은 갑자기 나타나는 것처럼 보인다. 깜짝 놀라서 욕을 뱉을지도 모른다. 너 왜 갑자기 불쑥 올라와서 사람 놀래키는거냐고 질책한다면 고래입장에서는 적잖이 억울할 것이다. 그렇다. 고래 입장에서는 긴긴 여정을 똑같은 속도로 지나왔는데 갑자기 등장했다며 놀라는 사람들의 모습이 곱게 보이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 고래 한마리가 해저에서부터 100미터를 같은 속도로 10분간 헤엄쳐 올라왔다고 하면, 객관적으로 이성적으로 봤을때는 10분의 시간 속에는 고래의 운동이라는 주목할만한 사건이 대체로 균등하게 분포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감각적으로는 10분 중에서 겨우 마지막 몇초 - 길어야 3-4초 정도에 기겁할만한 사건 - 미친 거대한 고래 한마리가 갑자기 시커먼 바닷속에서 솓구쳐 올라 배를 박살내버리는 - 사건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러니까 눈으로 보는 세상은 9분 56초를 생략하고 오로지 4초에 그 고래의 모든 여정을 압축시켜 보여준다. 그래서 마지막 순간만큼 그 이전의 순간들도 똑같이 중요한거라는 교훈과 함께 고래 일화를 마무리 하면 깔끔한 정리가 될까. 그런가?


1-2. 좋은것이 많든 적든 그 좋음을 마지막까지 음미할수 있기 위해서는 그 좋음이 사라져버린 세계를 감당할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아니 이건 내가 의도한 뉘앙스가 아니었다. 다시, 좋은게 사라져버린 세계를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 좋은것이 거의 사라져가는 순간, 혹은 언제 완전히 사라져버릴지 알 수 없는 불안한 순간까지도 그 좋은것의 좋음을 온전히 좋은 것으로 음미할 수 있다. 사실상 세계는 그렇지 않아서, 석유 비축량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불안으로 무너지는 경제이론이 일반적이지만 꼭 거시세계와 논조를 함께할 필요는 없다. 


2-2. 그래도 마지막 순간이 중요하다. 고래의 육중한 몸통이나 마라토너의 날랜 다리는 두시간 몇분동안 똑같이 번갈아 움직이지만 고래와 마라토너 외부의 세계는 마지막 순간에 가서야 끓기 시작하도록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2번 주제가 아직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았는데 잠이 쏟아져서 마무리할 자신이 없다. 이 글도 마찬가지로 마지막을 향해가고 있는 상황에 여기서 문장을 마쳐버린















다면 아마도 꽤나 허탈한 글이 되고 말것이다. 50도정도도 괜찮고, 7-80도 정도도 뜻뜻하게 괜찮지만 100도에 다다랐을때에 액체의 형태가 근본적으로 총체적으로 달라지는 끓는 상태를 보지는 못할 수 밖에 없다. 물론 못봐도 된다. 못본다고 뭐가 어떻게 되는건 아니기 때문이다. 마지막에 세계의 모든 변화가 예정되어 있다는 사실이 사실일 뿐이다. 못봐도 괜찮지만, 사실은 여전히 사실이다. 세계의 모든 변화는 마지막 순간에 일어나겠지만 그걸 보지 못해도 큰 문제는 없다. 도저히 수습이 되지 않는 이 어정쩡함이 남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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