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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RYSTAL KIM Nov 01. 2021

20대의 마지막 시간속에서

가끔 내가 골몰히 빠져드는 생각이란 이렇다. '오늘 나는 괜찮나.'
가끔은 괜찮다가도 가끔은 또 누군가 툭 건드리기만해도 눈물이 날것 같은 감정에 빠져들 때가 있다. 쉽게 화가 나기도 하고, 또 아무렇지 않게 이해되기도 하고 그렇다.
요 며칠의 마음날씨는 대체로 좋지 못하다. 하고 싶었던 주제에 맞춰 서류를 제출하고 나서이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상황이 손에 잡히지 않는것만 같아서 마음이 괜스럽게 어렵다.
박사 공부도, 강사일도, 사업도 요즘엔 쉽사리 마음이 어려워지곤 한다.
어느것도 손에 잡히지 않기도 하고 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기도 하다.
이럴 때에는 책에 빠져 쉽게 마음을 주고나면 될 일이었지만, 요즘엔 그것마저도 어려운듯 하다.

타인의 어려움을 들어주는 일이란, 내겐 쉬운 일이다.  이해하고 어려운 마음을 공감하면 되는 것이고, 그게 마음을 무겁게 하지 않아서 어렵게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내 마음을 누군가에게 털어놓는 것이란 정말 어렵다. 스스로가 타인을 감정 쓰레기통처럼 취급하게 될까봐 무섭고 미안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과 연락하는걸 좋아하지 않기 떄문에, 내가 늘 연락 하는 사람일랑 정해져 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치게 만들고 싶지 않다. 그래서 내가 아픈건 혼자서만 감내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부단히 노력하는 사람들을 가만히 지켜본다. 어딘가에 소속되지 않은 지금의 마음과 지난날 회사에서 버겁도록 감정노동하던 때를 비추어 본다. 그때만큼 마음이 어렵나, 어렵지 않나.

직업은 다 어렵다고 하는데. 이 어려운걸 다들 왜 태어나서 죽을때까지 행해야 하는건가. 누구나가 바라는 안정적인 직장을 가진 친구는 당장의 월급은 적지만 연금을 보며 회사 생활을 한다고 한다. 당장에 월급이 많은 친구는 어떻게 하면 좀 더 돈을 많이 벌 수 없을까에 대해서 고민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서로가 서로를 평가해야하는 다양한 관계속에서의 일로 늘 어렵다는 이야기를 한다.

어느덧 우리는 성인이 되고, 사회인이 되어버렸다. 그러다가 서른 언저리가 되었다. 서른이 되면 이제 정말 자기 인생을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한 평가지표처럼 내가 누구냐는 명함으로 스스로를 증명해 보여야하는 일이 많아 질텐데. 빠르게 펼쳐질 미래를 연상해보고자면 마냥 두렵다.

당장의 내일이나 모레의 상황들 속에서 또 어떤 내가 될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지금 하고 있는 고민이나 어려운 마음들이 결국엔 내가 알에서 깨어나기 위한 몸부림이었다고 기록되고 싶다.

그래서 이 얕고 보잘것 없는 일상을 써내본다.


가끔 10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사실 나는 10대가 줄곧 행복하지 않았기 떄문에 언제나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없다고 대답한다. 공부가 아쉽지 않은 것이 아니라, 마음은 일찍이 철이 들어버렸는데 처한 상황을 도저히 나가갈 수가 없어 지금 돌이켜 보면 그때 마음이 크게 아팠던것 같다.

가끔 학생들을 조우하면, 내가 걸어왔던 학생시절을 보내고 있는 친구들을 발견할 때가 있다.
쉽사리 도움을 건내어 주지 못하지만, 그들의 마음에 부담이 되지 않는 선에서 에둘러 이야기를 널부려 놓고 올 때가 있다.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과 마음에 대해서 단상을 정의 내리는 것일랑, 지금은 저 넘어에 있는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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