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 Jan 18. 2022

아이와 단 둘이 외출하는 용기

겁쟁이 엄마 안 할래요

출산 날짜가 같은 육아 동지 J가 혼자 운전을 해서 아이와 밖을 다닌다는 이야기를 했다. 유아차에 아이를 태워 곧잘 산책도 한다고 말했다. J뿐만 아니라 S는 아이를 데리고 직접 차를 운전해 우리 집에 놀러 왔다. 나는 그녀들이 진짜 멋지다고 생각했다.


며칠 전엔 이웃에게서 점심식사를 초대받았다. 옆 동에 살며, 아들을 둘 키운 이웃 주민인데 본인은 이맘때인 6개월쯤 정말 힘들었다 하시면서, 아이 낮잠 시간에 와서 밥이라도 편히 먹으라고 하셨다. 나는 냉큼 알겠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이내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왜냐면 나는 아이랑 단둘이 다른 집에 가본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남들은 원래 이렇게 하는 건가? 6개월 밖에 안된 아기를 데리고 엄마 혼자 외출도 잘하고, 운전도 한다고? 우리 아이는 양가 부모님 댁에 며칠을 머물 때를 제외하고는 타인의 집에서 낮잠을 자본적이 없다. 항상 친구들 아이가 우리 집에 와서 같이 놀았었다. 나는 운전을 못하거니와, 아기띠를 해본 적도 없어서 (아이가 아주 어릴 때부터 침대에 누워 잔 덕분에) 아기띠를 하고 아이를 데리고 나간다는 것은 거의 도전에 가까운 일이었다. 카시트 없이 택시를 타는 것도 그렇다. 게다가 유아차를 끌기에는 집 주변 환경이 썩 좋지 않았다. 그렇다고 아이를 그냥 들고 나가 걷기에는 내 어깨와 등이 고통을 무시할 수 없는 상태라 그것도 무리수였다.


사실 외출 자체를 시도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아이가 100일이 되기 전 어느 주말, 아이를 유아차에 태워 남편과 산책을 도전해본 적이 있다. 하지만 5분 정도 갔을 때 아이는 엉엉 울었다. 우선 유아차가 익숙하지 않았을 테고, 처음 경험한 보도블록이 울퉁불퉁해서 아이가 놀랐을 것이다. 엉엉 우는 아이를 남편이 둘러업고, 나는 유아차를 끌고 집으로 반쯤 달리며 헐레벌떡 돌아왔던 기억이 있다. 그 이후로는 15분 정도 외출했는데 집에 돌아오는 과정은 비슷했다. 나는 이런 시간을 혼자 감당하기 무서웠다.


그렇지만 주변 친구들이 운전을 하고, 아이를 데리고 다른 집에 다니는 것을 보니 나는 그동안 내가 아이를 너무 집에서만, 안전한 공간에서 편하게만 키우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용기를 얻었다. 그래서 지난주부터, 6개월을 1주 앞둔 나는 아이와 단둘이 외출을 도전해보고 있다.


도전 첫째 날

생전 처음 아기띠를 매고 집 근처 성곽길을 20분 정도 걸었다. 문제는 아기띠가 허리에 무리가 갈 수 있자는 것을 몰랐다는 것. 게다가 아기띠를 처음 해서 허리에 살짝 헐렁하게 했더니 아래 허리가 너무 뻐근했다. 척추측만이 있어 유독 허리가 안 좋고 라운드 숄더로 굽은 어깨의 소유자에게 잘못된 아기띠 착용은 치명적이었다.


도전 둘째 날

이주 뒤, 다시 한번 용기를 내고 집 밖을 나갔다. 그동안 집에만 있었기 때문에 날씨를 모르고 나갔는데.. 입술이 파래지고 오들오들 떨릴 정도로 추웠다! 아기띠를 하고 패딩을 입는 게 불편해서 얇게 입었더니 더 추웠던 것 같다. 결국 20분 만에 후퇴! 그래도 어쩐지 이제는 잘 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들과 함께 나간 주말

주말에는 가족들의 도움을 받아 아이를 유아 차에 태우고 적당한 코스를 찾기 위해 집 주변을 돌아다녔다. 다행히 아이는 주변을 구경하며 은근 산책을 즐겼다.


도전 셋째 날

오늘은 이웃의 집에 초대받아 처음으로 가족 외 타인의 집에 놀러갔다. 아이는 새로운 환경에 매우 흥미를 보이며 놀았다. 아쉽게도 아이가 낮잠을 자진 못했지만 이제 다른 친구 집에 놀러 갈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


아이와 단둘이 산책을 일상적으로  

오늘은 아이가 태어난 지 182일이자 나 역시 엄마로 살게 된 지 182일이 되었다. 엄마로 태어난 것은, 삼십 년 넘게 본인이 가장 중요한 줄 알았던 내 삶에, 나보다 더 소중한 타인이 생기는 놀라운 경험이었다. 진부하기 짝이 없다고 생각했던 ‘내 목숨보다도 소중한’이라는 표현이 절절하게 와닿게 되기도 하다. 그동안은 그런 아이가 행여나 다칠세라 집에서만 꽁꽁 키웠지만 이제는 겁쟁이 엄마에서 한걸음 나아가려고 한다.


유아차든 아기띠든 우선 아이를 데리고 혼자 나가봐야겠다. 세상에 궁금하고 재밌는 게 정말 많은데 집 안에서만 있게 해서 답답했지 아가야, 쫄보 초보 엄마지만 용기를 내볼게. 운전 공포를 이기고 운전대를 잡는 날까지 응원해줘 아가야!


아이와 단둘이 나갔던 두번째 외출
매거진의 이전글 6주부터 했던 수면교육이 6개월에 무너졌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