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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 Mar 10. 2022

아이가 2도 화상을 입었다.

영유아 사고 발생 시 알면 도움이 되는 정보들

아이는 아침 여섯 시 반쯤 일어났고 나도 비몽사몽 상태로 깨서 거실로 나왔다. 입안이 꺼끌꺼끌했고 마침 어제 선물 받은 차가 있었는데 유채&꿀 맛 차였다. 평소 카모마일&꿀 차를 즐겨 마시던 터라 신나게 커피포트에 물을 끓였다. 팔팔 끓는 물을 텀블러에 담고 너무 뜨거울 것 같아서 찬물을 조금 담았다.


아기를 데리고 남편이 자고 있는 침실에 들어갔다. 며칠 전부터 전기장판에서 자고 싶다는 남편이 침대 아래 바닥에 깔린 전기장판에서 이제 일어난 게 보였다. 둘이 전기장판에 앉아 아이가 방을 기어 다니는 것을 보며 웃고 있었다. 차를 한번 더 마셨는데 여전히 뜨거워 텀블러를 방바닥에 내려두었다. 텀블러 뚜껑을 닫지 않은 상태였다.


그리고 순식간에 아이가 텀블러로 기어갔고 곧 물이 엎질러졌다. 처음엔 어벙벙하던 아이도 뜨거운 물에 곧 비명을 지르며 울었다. 10초도 안된 그 순간이 슬로모션처럼 생생하다. 나는 아이를 둘러업고 당장 뜨거운 옷을 벗겼다. 어찌할 줄을 몰라 우는 아이를 껴안고 미안하다만 외쳤다. 급하게 남편이 인터넷을 찾아보더니 찬물을 끼얹어야 한다는데 가슴과 배 부위라서 찬 수건으로만 닦다가 결국 찬물을 받아 손으로 끼얹었다. 혹시 몰라 119에 전화해 긴급 의료 상담을 요청했으나 오늘따라 유난히 대기가 길어 연결이 되지 않았다. 아이는 괜찮아진 듯 보였으나 일부는 살같이 벚겨졌다. 집 근처 화상외과가 떠올라 당장 가기로 했다. 사고는 7시쯤 있었고 병원에 도착하니 8시 30분이었다.


접수 후 9시에 첫 진료를 받았다. 선생님이 아이 상처를 보자고 하셔서 옷을 벗겼더니 가슴과 배 부위에 어른 손만 한 크기로 빨갛게 남아있었고, 이를 본 선생님은 몇 가지 질문을 하시더니 2도 화상이라고 했다. 나는 너무 놀라서 2도요? 했고 왈칵 눈물이 낚다. 사실 경미한 화상일꺼라고, 괜찮을 거라고 믿고 싶었기 때문일테다.

내 얼굴에서 심각함을 느낀 아이가 놀라 큰소리로 울었다. 선생님은 부모가 울면 아이가 더 놀란다며 덤덤하게 약을 바르고 치료를 한 후 이틀 후에 오라고 하셨다. 나는 아이를 위해 눈물을 훔친 후 진료실 밖에서 대기하던 남편에게 이야기를 했고 카시트에서 자는 아이를 바라보며 마른세수를 수십 번 했다. 집에 도착해서 아이는 천사 같은 얼굴로 밥을 먹고 잠들었다. 아이가 잘 자 주어 조금 긴장이 풀렸으나 여전히 심장이 벌렁거렸다. 너무 피곤했으나 잠을 잘 수 없었다. 2도 화상에 대해서 알아보면서 2-3주 정도 치료가 걸린 다는 것, 2도 화상에도 표재성 혹은 심재성 두 가지 형태가 있고 심재성이 훨씬 심각하다는 것, 상처가 생길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해 알게 됐다.


처음엔 자책했다. 내가 물을 팔팔 끓이지 않았다면, 아예 차를 마시지 않았으면, 텀블러 뚜껑을 닫았으면, 텀블러를 바닥에 내려놓지만 않았으면,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텐데…


그리고 미안함 마음이 가득 올라왔다. 기어다는 것을 매우 좋아하는 아이인데 상처부위가 아플까 염려되어 기지 못하게 했다. 그 좋아하는 기어 다니기를 못하게 하니 얼마나 심심할까. 계속 내가 앉아서 같이 놀아주다가 잠깐 이유식을 데우러 갈 때 나를 따라 기어 오려고 하길래 큰소리로 ‘안돼!’라고 했더니 울상이 되어 날 봤다. 안타까웠다.


분명 자책이나 미안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어쩌면 부모이기 때문에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건 아이를 지켜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아이가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자주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게 하고, 아이가 놀라지 않도록 눈물 없이 의사 선생님과 대화하며, 아이가 기어 다니기 대신 다른 것들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산책을 하거나 책을 읽어주는 등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는 것이다.


두 번째 병원에 갔을 때는 생각보다 상황이 많이 호전되어 있었다. 처음 크게 붉었던 부위는 모두 가라앉고 어른 엄지손가락 두 마디 정도만 동그랗게 살갗이 벗겨져 있었다. 혹시 몰라 매일 병원에 가고 싶었지만 의사 선생님께서 다행히 심각하진 않으니 이틀에 한 번만 오시라고, 애기가 여기 오는 게 힘들 수 있다는 말씀에 마음을 편히 갖기로 했다.


그렇게 이틀에 한 번씩 병원을 찾았다. 아이는 매번 울었지만 이제 나는 울지 않고 침착하게 우는 아이를 달래거나 상태를 체크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사고가 발생 후 10 일이 지난 날, 마지막으로 병원을 찾았다. 흉터 연고를 처방해주셔서 조금씩 바르기로 했다. 다행히 생각보다 짧게 치료하고 잘 회복할 수 있었다. 담당해주신 의사 선생님께서 너무 잘 진료해주셨고, 병원도 가까웠고, 아이도 잘 버텨주어 감사하고 감사했다.




사고 발생 전에 미리 알면 좋을 정보 1 : 집 근처 병원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는 게 좋다.

먼저 질병이나 예방접종을 위해서는 자주 가는 소아과, 소아 전문 치과를 정해두기를 추천한다. 나는 당근 마켓에서 동네 소아과를 몇 군데 추천받았고 여러 리뷰를 찾아보며 한 곳에 정착했다. 다행히 현재까지 정말 만족하면서 다니고 있다. 이렇게 한 곳에 정착한 이유는 장기적으로 아이에게 더 나은 진료를 제공해줄 수 있으리라 믿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아이를 보면 아이 발달 상황이나 상태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을까 생각해서다. 또한 이가 나게 되는 경우를 대비해 소아 전문 치과도 미리 알아둔 상태다. 큰 이변이 없는 한 소아과와 함께 장기적으로 다니려고 한다.


질병뿐 아니라 사고에 대비해 소아전문 응급의료센터, 화상병원을 알아두면 좋다. 응급실도 소아전문 응급의료센터가 있다. 많지는 않지만 확실히 아이들을 전문으로 케어하기 때문에 여러모로 아이들에게 알맞다. 화상 병원의 경우 화상 사고 발생 시 일반 응급실보다 화상병원을 바로 찾는 게 더 적합한 조치를 받을 수 있다. 화상과 관련된 사고들 중에 응급실이나 피부과 등 화상 전문 병원이 아닌 곳을 방문했다가 적합한 치료를 받지 못해서 고생하는 경우를 꽤 봤다. 특히 소아 화상의 경우는 상태가 위급 해보이지 않더라도 꼭 병원을 찾아 진찰을 받아야 한다고 한다.

나의 경우 우연히 사고 일주일 전에 집 근처에 대형 화상 병원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덕분에 빠르게 병원을 찾을 수 있었다.



사고 발생 전에 미리 알면 좋을 정보 2 : 언제든 119에 전화하면 긴급 의료상담을 받을 수 있다.

응급실이나 병원을 찾는 게 최고이긴 하나, 병원에 가는 것도 시간이 걸리고 또 아이에게 스트레스이기도 하다. 그래서 사고 후 대처 방법을 잘 모르겠을 때 요긴하게 쓰고 있다. 언제든 119에 전화해서 긴급 의료상담을 받겠다고 하면 연결해준다. 나의 경우 병원에 바로 가기 애매한 시간이나, 급하게 전문의 의견이 필요할 때, 상황이 애매해서 인터넷에 찾는 정보로는 잘 모르겠는 경우에 이곳에 문의 후 이후에 대한 의사 판단을 한다. 물론 어떠한 상황이든 병원에 갈 수 있다면 직접 의사 선생님의 소견을 듣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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