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는 언제부터 어른이였을까?

꼬마 엄마

by 붕어예요

내가 어릴 때부터 우리 집 형편은 넉넉하지 못했다.
두 살 터울의 남동생과 나만이 집을 지켰고,
부모님은 새벽같이 출근하셔서 밤늦게까지 일하셨다.
주말도 없이 치열하게 살아가셨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저절로 남동생을 챙기고, 살림을 도맡아 하게 되었다.

기억나는 건 내 나이 아홉 살 무렵부터다.
그 이전의 나는 기억조차 없다.

한겨울, 집엔 보일러 기름이 없었다.
나는 찬물로 샤워했지만,
남동생만은 따뜻한 물로 씻기고 싶었다.
들통에 물을 끓여 찬물에 섞고,
조심조심 그 아이를 씻겨줬다.

밥을 해서 먹이고,
밤늦게 부모님이 퇴근하실 즈음엔
이불을 펴고, 주전자에 따뜻한 물을 담아 머리맡에 두었다.

그제야 나는 내 방으로 돌아가 조용히 잠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어린아이면서도 누군가의 엄마처럼 살았다.

중학교를 가고, 고등학교를 갔다.
나도 대학교에 가고 싶었지만,
‘그건 내 것이 아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포기했다.

그렇게 스무 살이 됐고,
늦은 사춘기였을까.
불안한 미래 탓이었을까.
나는 방황했고, 무너졌다.

정신을 차리고 엄마와 작은 가게를 열었다.
내가 사업자를 내고 시작한 첫 일.
하지만 장사는 쉽지 않았고 결국 망했다.

그 빚은 고스란히 내 몫이 되었다.

막막했다.
나는 뭘 할 수 있지?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하지?

그제야 신문을 뒤지기 시작했다.

월 300~500만 원!

눈에 확 띄는 문구.
다단계인가? 무슨 일인데 이렇게 많이 준다는 거지?

어린 마음, 뛰는 심장.

아무것도 모른 채 보험의 ‘보’ 자도 모른 채
나는 그 일을 시작했다.

보험 텔레마케터.
목소리 하나로 살아남아야 하는 전쟁터.

그렇게 나는 또 한 번,
나를 몰아넣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