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관리사의 부재.
엄마 없는 티가 나는 데 걸리는 시간 겨우 일주일.
지난주 토요일 예상치 못한 입원으로 아무런 준비 없이 나온 외출길이 지금까지 이어졌다.
첫째 아이에게 엄마가 없는 시간을 잘 지낼 수 있는 준비를 하나도 못해주고 나는 둘째를 낳고 조리원까지 왔다.
다행히 컨디션이 좋았던 날 병원 로비에서 첫째 아이와 두 차례 잠깐씩 시간을 보냈다.
아빠와 손을 잡고 뒤돌아 가는 뒷모습을 보며 괜스레 마음이 찡하고 애렸다. 어린것이 투정도 없이 참아내고 있는 것 같아 속이 상했다. 그래서 나는 쉽게 발길을 돌릴 수가 없어 하염없이 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그리곤 둘째 아이를 출산했다. 내 몸은 이제 또 다른 회복기를 맞이했다. 수술상처가 잘 아물길, 임신중독증 증상이 차츰 없어 지기를 기다려야 했다. 이어서 평생 쓸 내 몸을 잘 지켜내야 하는 산욕기에 접어들었다. 인생의 마지막 산후조리 시기가 되었다.
신생아집중치료실, 니큐에 들어간 둘째를 병원에 남겨두고 퇴원하는 길이 참으로 이상했다. 아기를 낳았는데, 혼자서 돌아가는 그 길은 설명할 수 없는 공허한 마음이었다. 할머니 집에 두고 온 첫째에게 집중되었던 그 마음이 온통 병원 4층, 작은 니큐 속 둘째에게로 향한다.
조리원에 들어오기 전까지도 아기 없이 조리원에 가는 것 자체가 싫었다. 앞으로 긴 시간 육아에 전념해야 하는 내 몸을 잘 돌보는 것도 아이들을 위한 일이라는 생각에 이곳에 머물기로 했다. 남편의 완강한 태도가 아니었다면 나는 어쩌면 이곳 생활을 시작도 전에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방 한 켠에 덩그러니 비어있는 아기 요람, 갓난아기의 울음소리가 가득 한 신생아실, 아이를 안고 복도를 지나가는 산모의 뒷모습. 그 모든 게 눈물샘을 자극했다. 담담한 척했지만 가슴 한켠이 저릿했다.
조리원에서의 첫날이 지나고, 따뜻한 오후를 지날 즈음 첫째 아이가 면회를 왔다. 잠시 호르몬의 늪에 빠져 있던 내 정신이 번쩍였다. 나의 하늘 같은 보물이 여기에도 있구나. 엄마를 기다리고 있었구나.
엄마와 떨어진 지 일주일이 된 첫째 아이가 이젠 엄마랑 집에 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한다. 할머니집 말고 우리 집에 가고 싶다는 아이의 말에 가슴이 시큰하다. 어린것이 그 말을 하기까지 참고 있었을 낮과 밤을 생각하니 마음이 저릿하다.
잘 참고 있어서 기특하고 고마울 뿐이었는데, 그저 미안한 마음 밖엔 들지가 않았다. 아이를 꼭 안아주는 것 밖엔 할 수 없었다. 그러는 내내 내 눈에는 아이의 손톱만 보인다. 너무 길어져 버린 손톱 길이. 한 번도 그 정도로 길어진 적이 없는데 부러지거나 찢어질까 봐 걱정이 되었다.
남편에게 아이의 손톱을 꼭 깎아주라 당부하던 중, 아빠가 깎는 건 아파서 싫다는 아이의 말에 부랴부랴 산후조리원에 챙겨 왔던 어른용 손톱깎이를 가져왔다. 그 작은 손에 길쭉하게 자라난 손톱이 내 마음을 찔렀다.
아이과 나는 손을 마주 잡고 길게 자라난 손톱을 깎았다. 똑똑 잘려나가는 손톱에 내 마음의 죄책감도 떨어져 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어떤 손톱은 이미 찢어질 것 같이 위태로웠다. 많이 불편했겠다. 우리 아들. 시원한 마음과 따가운 마음이 공존했다.
겨우 일주일인데, 숨길 수 없는 티가 난다.
엄마눈에는 다 티가 난다.
길쭉하게 자라난 손톱.
샐 죽 거리는 표정.
담담한 척 말하는 말투.
엄마 품에 안겨 슬쩍 힘이 들어가는 작은 손.
엄마한테는 다 티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