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노란 초유를 기다리며
젖이 도는 꿈을 꿨다.
똑하고 가슴 끝에 맺힌 샛 노란 초유를 보며 환호를 지른다.
니큐로 들어간 아기에게 무엇이라도 해주고 싶은 마음에 빨리 초유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마음이 꿈까지 따라왔나 보다.
아기랑 연결된 탯줄이 없어진 애미는 어떻게든 무언가를 내어주고 싶은 마음이다. 엄마 몸에서 최대한 줄 수 있는 게 있다면 모유 일 것.
엄마 몸에서 떼어져 나온 줄 도 모르고 기계 속에 들어가 누워 있는 것이 마음이 쓰리다. 니큐로 들어간 이유가 단순한 호흡 문제, 미성숙아로 태어났기 때문인지라 의학적으로 아기가 염려되는 것은 아니다. 분명 건강할 것이다. 그럼에도 무엇이든 더 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엄마가 탯줄로 주고 싶었던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양질의 영양분을 모유를 통해서라도 주고 싶은 마음이랄까..
첫째를 낳았을 때는 분만이 끝나고 모두가 내 가슴이 공공재라도 된다는 냥, 모유를 찾는 것이 불편했다. ‘젖’이란 단어도 너무 불쾌했다. 내가 동물도 아니고.. 내 몸도 아직 추스르지 못했는데 왜 이렇게 다들 젖젖 거리는지 인생의 첫 분만을 끝낸 산모에게는 꽤나 힘든 시간이었다.
그러나.. 경산모는 다르지!! 엄마는 강하다. 내 가슴이 뭐 그리 중허다고, 그리고 이제 내 가슴은 아기와 나의 공공재가 맞다. 조금이라도 더 좋은 컨디션을 만들기 위해 챙겨 먹는다. 다이어트 따위 애 크면 다 할 수 있다. 몸무게도 신경 쓰이지 않는다.
빨리 걸어서 아기를 보러 가고 싶은 마음으로 수술 당일부터 바지런히 움직였다. 나는 환자로만 누워있던 첫째때와는 달랐다. 빨리 걸어야 하니 소변줄도 빼달라고 하는 성격 급한 경산모가 되었다. 덕분에 다음날 오전부터 직립 보행이 가능해졌다. 첫째 때는 느림보 달팽이 었다면, 이번엔 모터 달린 달팽이랄까? 제왕절개 수술 12시간이 채 되지 않았는데 스스로 걸어서 엑스레이 찍으러 갔다는 내 소식에 주치의 선생님은 경쾌하게 좋습니다! 를 외쳤다고 한다. 첫째 때는 몰랐던 초인적인 힘이었다. 어설픈 초보 엄마로 살아온 4년의 시간이 둘째부터는 노련한 둘째 엄마 1일로 기지를 발휘한다.
찢어진 수술 상처를 빨리 회복해야 다시 에너지를 비축할 수 있다는 일념으로 수술 다음날부터 바지런히 운동을 했다. 진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쉬지 않고 움직였다.
꿈을 꾸고 가슴을 만져본다. 무언가 단단해지기 시작했다. 좋은 신호다. 내일이면 퇴원을 하고 조리원으로 옮기니 타이밍도 좋다. 콸콸 쏟아지는 초유를 유축하는 내 모습을 기대한다. 이런 생각을 하는 나를 보니 아줌마 다 되었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내가 부끄럽지 않다. 내 새끼 먹이고 싶은 마음이 얼마나 자랑스러운 모성애인가? 지금의 나는 이성이 없는 본능의 동물일 뿐, 인정해야 한다.
분만의 과정은 아무리 의학이 발달했어도 동물 그 자체이다.
임신부터 시작된 이 모든 과정은 내가 동물임을 증명해 내는 과정이다. 자연의 생태계의 섭리에 따라 새끼를 낳은 어미는 강해야 한다. 새끼에게 젖을 물리고 양질의 영양분을 제공하여 포동포동 살찌우는 것이 목표다.
내일부턴 초유가 나올 것 같다. 좋다 좋아!! 기다려 우리 아가, 엄마가 온갖 면역력을 담아 가져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