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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를 또 낳았다.

수술방 스토리

by 수지로움 Mar 13. 2025

믿겨지지가 않는다. 내가 아기를 또 낳았다.


수술방에서 아기를 만났다. 바로 잠이 들었다. 눈을 뜨니 분주한 의료진이 보인다. 병실로 옮겨져 천장을 덩그러니 바라보고 있었다. 한참뒤 다급하게 뛰어들어오는 소리와 남편이 등장했다. 그의 떨리는 목소리를 들었다. ‘아휴 수지야’하며 울먹이는 그의 얼굴에서 사랑을 느낀다. 병원이 크다 보니 아기를 만나고 오는 길과 엇갈려 수술실 앞에서 내가 나오기만을 한참을 기다렸다는 그는 첫째 때와는 다르게 너무 긴 대기시간에 두려움을 느꼈나 보다. 짜식.. 나 안 죽는다.


첫째 때는 호흡 곤란으로 수술실 도착과 동시에 마취과 선생님께서 나를 재워버렸기 때문에 아이가 태어난 걸 볼 수 없었다. 밤에 분만을 하고 아침이 되어서야 병상에서 아이를 안아 볼 수 있었다. 물론 모자동실이 가능한 병원이기에 가능했다.



이번엔 반대로 모든 수술의 과정을 겪었다. 수술실로 들어가던 매 순간이 감사함이었다면 나의 두려움을 너무 미화시켜 버리는 것 같다. 무서웠다. 점점 악화되는 내 몸 상태가 무서웠다. 아이의 안녕도 걱정이 되었다. 진통을 했던 첫째와는 다르게 온몸이 비명을 지르는 임신중독증상이었다. 큰 병원에서도 다른 환자의 수술방 사이를 비집고 겨우 처치를 받은 셈이니 꽤나 중증의 환자가 되어 버렸던 것 같다.


수술방 대기실에서 수녀님의 기도를 받았다. 눈물이 났다. ‘아멘’ 신실하지도 않은 종교인이지만 위로가 되었다. 나를 위해 기도하고 있었을 가족들과 지인들의 마음이 이름도 모를 수녀님을 통해 느껴졌다. ‘나와 아이는 보호받겠구나’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에너지가 되어 내게 전달되는 것 같았다. 안심이 되었다.


드라마 속에서만 보던 엄청난 스케일의 수술방으로 옮겨졌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수술방 선생님들의 능수능란한 모습에 또 안심이 되었다. 내가 평생 쓸 일이 없길 바라는 무언가 대단해 보이는 수술 장비들을 보면서도 묘한 만족감을 느꼈다. ‘아 이곳에서 내가 위험한 게 더 이상한 일이겠다’.



척추 마취가 독감 예방주사 보다도 안 아팠다. 정말 작은 ’따끔‘으로 내 몸은 순식간에 수술 준비를 마쳤다. 베테랑 마취과 교수님 나이스!



늘 상상해 보았던 정신은 깨어있고 내 하반신은 수술 중인 모습이 시작되었다. 으, 너무 무서웠다. 몸이 몇 차례 흔들리고 배를 콱콱 눌렀다. 마취를 했음에도 ‘윽-’하며 입에서 비명이 절로 새어 나왔다. 그리곤 주치의 선생님의 ‘아기 나왔어요’ 소리가 들려왔다.



삐약거리는 아기의 쇳소리 가득한 울음이 수술방에 울려 퍼졌다. 그때부턴 다시 생각해도 무서운 개복 상태의 나는 안중에 없어졌다. 온 신경이 아기의 울음소리를 따라갔다. ’ 아기 컨디션이 좋네, 엄마!‘ 주치의 선생님의 목소리도 경쾌하다. 안도감이 밀려온다. 한 달이나 일찍 태어난 아기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칭찬이었다.



아기가 간단히 씻는 동안 나는 아기 소리만 듣는다. 그 시간이 왜 이리 길게 느껴지는지. 아기가 나온 직후 내 몸에 주입된 수많은 약물이 몸을 태우는 듯했다. 화끈 거리는 몸의 반응을 이기며 아기가 내게 오기만 기다린다.



’축하드려요’ 간호사님의 목소리와 함께 아기가 내게 왔다. 아기를 만질 수도 안을 수도 없었지만 뜨거운 눈물이 연신 흘러나왔다. 아주아주 작고 예쁜 내 두 번째 아가. 신이 주신 축복이 눈앞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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