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이 겹겹이 쌓일 때

탈 출

by 수지로움

우울감과 지치는 마음이 지속될 때, 마치 이 순간이 영원히 계속될 것처럼 느껴진다.

머리로는 이 기분과 이 상황은 분명 끝이 있음을 알고 있지만 마음은 이를 거부한다.


나만 없어지면 모든 것이 나아질 것 같은 기분이 들 때 즈음 나는 깨닫는다.

아, 내가 우울증으로 접어들기 시작했구나. 정신을 번쩍 차려야 한다.


육아와 집안일, 사사로운 문제들을 다 제쳐두고 자야 한다. 먹고 자고 먹고 또 자야 한다.

나를 살리는 일은 잘 먹고 잘 자는 수 밖엔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이 또 있다.

육아 중에는 집이 일터이기 때문에 그곳에서 나와야 한다.

아이를 두고 나오는 것이 가장 좋지만 그럴 수 없다면 애를 데리고라도 나와야 한다.

쌓여있는 빨래와 설거지. 이 세상에 나와 아이만이 존재하는 듯 그 동떨어진 곳에서 나와야 한다. 사람들이 바삐 움직이고, 다양한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나오면 비로소 내가 집중하던 절망감에서 해방될 수 있다.


햇살 아래 걷는 일, 상쾌한 공기를 마시는 일.

내가 설거지하지 않아도 되는 컵에 남이 내려 준 커피를 마시는 일.

남이 차려 준 뜨거운 음식을 호호 불어 정성껏 목으로 넘기는 일.


우울감이 지속될 때엔, 나를 가둬 둔 그곳에서 나와야만 한다.


그래야 그 절망감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육아라는 과정을, 사람들 키워내는 인고의 시간을 겸허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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