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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진 Dec 26. 2022

서평: 레슨 인 케미스트리

어딘가 현실에도 있었으면 하는 멋있는 언니의 이야기 

여성 과학자가 거의 없던 1960년대를 배경으로 화학자이자 싱글맘이었던 엘리자벳 (Elizabeth Zott)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실제로 이런 사람이 제발 어딘가에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 정도로 매력적인 주인공이다. 엘리자벳은 사회가 부여한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오롯이 사실을 바탕으로 사고하는 이성적인 캐릭터이다. 감정에 호소하지 않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그녀의 주장에 빠져들고 확신을 얻게 된다. 이렇게 이 소설은 캐릭터의 힘으로 영리하게 차별과 성역할의 부당성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I’m not contagious,” she said, unfolding her hands. “I do not have cholera. No one will catch having a baby from me.: 화학자로 근무하던 연구원에서 그녀가 미혼모로서 임신을 하자 사직을 요구했고 이에 대한 엘리자벳의 대답이다. 


“A man can make lunch, Mr. Pine. It is not biologically impossible.”


이 책을 관통하는 주장이자 내가 가장 좋아했던 시선은 화학자인 엘리자벳의 눈에는 우리 인간이란 결국 다 똑같은 유기체라는 사실이다. 주기율표 외에는 화학에 대해 1도 모르지만 그녀의 논리대로라면 우린 똑같은 원소로 구성된 다를 게 없는 존재이다. 하지만 사회와 인간들은 끊임없이 그 안에서 구별을 짓고 카테고리를 만들어 각 개인들에게 라벨을 붙여버린다. 라벨을 붙이는 것뿐만 아니라 사회는 각 카테고리에게 보이지 않는 선을 긋고 넘어오지 못하게 만든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5,60년대 결혼 한 여성에게 요구됐던 역할들, 이 시대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직장 내 여성의 위치, 어린이이고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이런저런 건 하면 되지 않아라고 말하는 어른들.. 우리는 알게 모르게 타인에게 한계를 부여하고 스스로도 한계를 내면화시키고 있다. 엘리자벳은 이런 한계에 계속해서 저항한다. 여자라서, 엄마라서, 어린이라서, 강아지라서, 월급쟁이 회사원이기 때문에 할 수 없는 일은 없다. 자신뿐 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책을 읽는 독자도 엘리자벳과 함께 조금씩 해방되어 간다.    


Elizabeth simply refused to accept limits, not just for herself, but for others.


Courage is the root of change—and change is what we’re chemically designed to do. So when you wake up tomorrow, make this pledge. No more holding yourself back. No more subscribing to others’ opinions of what you can and cannot achieve. And no more allowing anyone to pigeonhole you into useless categories of sex, race, economic status, and religion. Do not allow your talents to lie dormant, ladies. Design your own future. When you go home today, ask yourself what you will change. And then get started.”


하지만 슈퍼파워를 가진 이런 매력적인 캐릭터가 주는 허무함이 있다. 눈에 띄게 똑똑한데 외모도 독보적이고 거기에 카리스마까지 있는 엘리자벳은 판타지에 가깝다. 차별은 언제나 존재했었고 한 개인이 그러한 사회적 억압을 뛰어넘는 것은 더욱 판타지 같은 이야기이다. 엘리자벳 같이 아주 특별한 개인이 되어야만 이 불공평한 시스템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일까? 왜 개인들만 죽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인가, 왜 우리만 계속해서 성공신화를 써야 하는 것인가. 도대체 언제쯤 차별을 만들어내는 사회 구조와 관습에 대해 논의할 것인가? 소설의 중간중간 이런 문제의식을 작가가 보여줘서 공감하며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She (Elizabeth) didn’t like the notion that systems had to be outsmarted. Why couldn’t they just be smart in the first place? - 뛰어넘어야 하는 시스템이라는 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왜 애초에 처음부터 제대로 된 시스템일 수 없는 걸까? 


성직자: “Your relatives can’t make you important or smart. They can’t make you you.”

Mad (엘리자벳 딸): “What makes me me, then?”

성직자: “What you choose to do. How you live your life.”

Mad: “But lots of people don’t get to choose how they get to live. Like slaves.

성직자: “Well,” the reverend said, chagrined by her simple wisdom. “That’s true, too.”


Title: Lessons in Chemistry

Author: Bonnie Garmus

Publisher: Double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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