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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30대 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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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떤사람A May 24. 2022

오랜만

오랫동안 vs 오랜만


한동안 긴 글을 토해내듯 쓰고 싶었다가

또 한동안 하이쿠보다 짧은 글로 쿨해지고 싶었다가

또 한참은 아무 흔적도 남기고 싶지 않아

아무것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 오랫동안 꺼내보지 않은

오래된 글을

오랜만에 읽으면

잊었던 내가 떠오르면서

잠시 다른 시공간에 머물게 된다.


그때의 감정, 온도, 생각의 방향, 어조, 표정…

모든 것이 내꺼인 듯 내가 아닌 것 같아서

낯설면서도 반갑다.

그리고 문득 고마워진다.

흘러간 건지, 사라진 건지, 지나쳐온건지, 증발한 건지,

알 수 없는 과거의 내가

글자로 어딘가에 박제되어 있다는 것이,

그리하여 언제고 다시 꺼내볼  있다는 것이


기록이란  해둔 과거의 내가 몹시 기특하다.


그래서 오늘도 한자락 남겨둔다.

여전히 종지 같은 마음으로 일희일비, 안달복달,

아웅다웅하며 사는 오늘의 나는,

때때로 내가 누리고 있는 것들의 감사함을 잊고

꽤나 자주 많이 조잘거리며 투덜대지만,

그만큼 또 꽤나 자주 많이 종종

내가 얼마나 복에 겨운 년인지도 잘 깨닫는다고.


미래의 내가  글을  ,

오늘의 내가 까마득하게 낯설지 않기를

맞아, 여전히 난 그래, 끄덕이길 기대한다.

마음  , 어딘가에 가라앉아 

반짝이는 작은 행복을 길어 려주는 기록이길

과거의 나에게 기특하다! 흐뭇해하길

오늘의 내가 미래의 나에게 전해본다.


(미래의 나님아, 이불킥하며 삭제하지마라,

조금만  시간이 지나 다시 열어보면 

그땐  너그럽게 과거의 너를  수치스러워할 날이 분명 올테닠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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