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무뎌지고 차가워지는 나

편리하지만 버거운 변화

by 미도리진

친구들이, 주변 사람들이 나에게 '하녀병'이 있다고 말을 하던 시기가 있었다.

나는 착한 딸, 착한 사람 콤플렉스가 있어서 무조건 참고, 남을 먼저 배려하며 지냈다.

그게 편하고 또한 당연한 일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살아가면서 나는 너무 많이 다치고 상처 받고 치이고.. 좋게 말하면 단단해진 것이지만, 다른 말로 하면 무뎌지고 차가워져 갔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나의 변화를 느꼈는데, 참으로 신기한 것은 심리테스트의 결과도 달라졌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공감을 잘 못한다',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세요'라는 문장들이 자꾸만 나타났다. 나는 깜.짝. 놀.랐.다.


물론 나는 아직도 촉이 빠르고 눈치가 백단이다. 하지만 예전보다 말도 툭툭 내뱉고, 다른 사람에게 실망도 잘한다. 포기도 빠르다. 그러고나면, 마음을 닫는다. 그리고 다시 나에게로 돌아간다. 여지를 주지 않고. 아니면, 아주 조금의 여지만 남기고서.


물론 바쁘기도 하다. 점점 이곳저곳에 참여하면서, 회사도 다녀야 하고, 아내 노릇도 해야 한다. 또한 사람들에게 베푸는 나의 호의가 아무런 보람 없이 제로가 되기도 한다. 이럴 때마다 나는 '어차피 모든 것을 할 수는 없고, 모두를 만족시킬 수도 없으니 어쩔 수 없다' 라며 나를 합리화한다.


하지만 생각한다.

'이게 과연 옳은 방법일까?'




나보다 훨씬 유명하고 바쁘신 분들도 이렇게나 열심히 살면서 피드백을 하고, 자기 계발을 하고, 대화에 참여하는데, 나라는 인간이 이래도 될까, 싶기도 하다.

내 마음속의 상처 때문에, 그 울고 있는 아이 때문에 나는 타인에게 실례를 저지르고 있을 수도 있다, 라는 생각도 든다. 그런 자책이 들 때면 너무나 마음이 아프다.

점점 무뎌져 가는 내가 때로는 두렵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것도 나란 사람의 실체 중의 하나인 것을.


물론 아직도 나는 마음이 꽤나 따뜻한 사람에 속한다.

회사에서는 내가 가장 많이 먹을 것을 사 들고 다니고 - 동료들 주려고 - , 막내 영어샘을 가장 많이 챙기고 있다. 어제도 돌아가신 엄마를 생각하며 울었고, 신랑에게도 잘해준다 -라고 생각하지만 아닐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는 나의 차가운 이면을 알고 있다. 점점 무감각해져 가는 나의 감정들. 무엇에도 크게 감응하지 못하고 그러려니 한다. 어느샌가 소설을 읽지 못하게 되었다.


계속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