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가다가 집 앞 노상에서 착한 양파를 만났다.
한 소쿠리에 5,000원이었고, 8개가 들어 있었다.
많이 필요 없어서, 조금만 사고 싶다고 했더니
대뜸 1개당 1,000원이라고 하신다.
가격 비율이 조금 터무니없긴 했지만 2개 샀다.
마침 고구마도 있어서 5,000원 주고 샀다.
아뿔싸~ 지갑을 열어보니 오만 원권밖에 없었다.
'다 담았는데, 잔돈이 없다고 하면 어쩌지?'
대뜸, "잔돈 있다!" 하신다.
민망할 뻔했는데, "후유~"
커다란 비닐봉지에 달랑 같이 집어넣고
돌아서자마자, 할머니가 얼른 안으로 들어가셨다.
이미 가고 있는 나를 어느새 소리쳐 부르신다.
굽은 허리에 손에는 작은 양파 1개를 든 채로.
멀리서 나도 손짓 몸짓 말소리로 응답했다.
"(웃으며) 괜찮아요. 괜찮아요."
할머니는 그래도 한동안 나를 향해 서 계셨다.
가격만큼 양이되지 않아서 미안하셨던 것일까?
할머니 손에 들려 있는 조그만 양파 1개에
할머니의 마음이 훅 밀고 들어와 쿵 앉는다.
나이가 들면 작은 일에도 곧 짠해지는 것이려니.
내가 더 가졌다는 기울어짐은 곧 미안함이 되고
미안함을 전하며 자신의 저울추를 평형시킨다.
물건 크기가 돈 크기와 같아야 함이 정의는 아니다.
마음이 한몫 거든다면 기울어져도 좋은 것!
예전엔, 시장에 가면 값을 깎거나 한 개 더 얹어야
장 보는 맛이 나는 거라며 흥정 너스레를 떨던 나였다.
그땐 참 잘도 철없었다.
손해 보면, 남는 게 없으면, 덜 가지면
대신 넉넉해진 마음이 손을 내민다는 것을 몰랐다.
자신에게 '잘살고 있네. 참 잘한 일이야.'
라는 자기 다독임이 곧 자존감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