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코칭과 회복탄력성
마음에도 날씨가 있는 것을 아이들은 아는지 간혹 체크해온다.
“선생님, 오늘 기분 아주 좋아요?”
“선생님은 짜증나지 않으세요?”
그럴 때마다 미소 지으며 대답한다.
“응, 괜찮아. 선생님 걱정하지 마, 고마워.”
하지만 속마음은 그렇지 않다. 마음 한편은 고달프고, 어깨는 하루 종일 묵직하게 굳어 있으며, 눈치를 보지 않으려 해도 어쩐지 주변을 살피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관한 척, 괜찮은 척하게 된다. 아이들 앞에서, 동료들 앞에서,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 앞에서도 그렇다.
사실 ‘괜찮은 척’은 나를 드러내지 않으려는 방어다. 누군가에게 티 내는 것이 민망하고, 마음을 들키면 나약해 보일까 봐 애써 덤덤해 보이려 한다. 이처럼 괜찮지 않은 자신을 계속 감추다 보면 도대체 무엇을 위해 이렇게 살아가는지 회의가 밀려온다.
어느 날 문득, ‘나는 이러려고 그렇게 열심히 공부했나?’하는 그 동안의 노력에 대한 허탈감도 밀려든다. 어떤 초등학교 교사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다.
“하루 종일 아이들 웃게 하느라 에너지를 다 쓰고 나면, 퇴근길에 내가 텅 빈 느낌이 들어요. 그런데 ‘괜찮지 않다’고 말할 데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그는 매일 잠들기 전, 짧은 문장으로 감정 일기를 쓰기 시작했어요. ‘오늘은 속상하다. 이유는 이러이러해서.’, ‘오늘은 웃긴 일이 있었다. 그래서 마음이 풀렸다.’ 놀랍게도 그 한 줄의 기록이 다시 교실에 설 수 있는 힘이 되었고, 자신답게 웃을 수 있는 작은 회복의 시간이 되었어요."
교사도 보통 사람이다. 겉으로는 괜찮아 보여도,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안다. 오히려 ‘나는 지금 괜찮지 않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마주하는 용기, 그것이 지속 가능한 교사로 서게 하는 진짜 힘이 된다. 감정을 억누르거나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부드럽게 들여다보고, 그런 자신을 인정하며, 회복하고자 하는 태도.
그것이야말로 자신을 지키는 일이며, 아이들에게도 정직한 감정 언어를 나누게 하는 하나의 연결 가르침이 된다.
출근 전에 스스로에게 조용히 물어보자.
‘지금 내 감정은 어떤가?’
그날그날 자신의 감정을 한 단어로 적어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은 한결 안정된다. 날씨를 체크하면 옷차림을 조절할 수 있듯, 내 감정의 날씨를 확인하면 오늘이 스트레스 상황인지 아닌지 가늠할 수 있고, 스스로를 돌볼 수 있게 된다.
퇴근 전, 교실을 나서기 전에 한 줄 메모라도 남겨보자.
‘오늘 내가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잠시나마 행복했던, 웃었던 순간은?’
아침처럼 저녁에도 감정을 표현하고 나면, 퇴근길의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진다. 감정이 혼자 속에서 곪지 않도록 말걸어 주는 것이다. 교사라서, 어른이라서, 선배라서 ‘괜찮은 척’했던 그동안의 습관 대신, 솔직한 언어로 말하는 방식을 선택해보자.
“오늘은 선생님이 조금 지쳐 있어. 그래서 말이 적을 수도 있어.”
이 한마디는 교사에게도 감정이 있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표현이다. 아이들 앞에서 먼저 감정을 표현해보는 일은, 솔선수범의 방식으로 감정을 가르치는 일이기도 하다.
오늘도 혹시 괜찮은 척하느라 애쓴 선생님이 있다면, 그 마음을 누가 몰라주더라도 스스로에게 이렇게 나직이 말해보자.
“오늘도 잘 버텼어. 넌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야.”
이 말을 듣는 순간, 우리의 뇌가 그 메시지를 그대로 받아들여 몸 전체에 긍정의 신경물질을 보내고 있다고 상상해보자. 그 상상만으로도, 마음은 이미 회복이 시작되었다고 보면 된다.
마음에도 날씨가 있다. 오늘 흐림과 맑음 사이 어딘가에 우리는 서 있을 것이다. 갑자기 쏟아진 소나기처럼
말 한마디에 젖기도 하고, 느닷없는 햇살처럼 아이의 웃음에 마음이 다시 반짝이기도 한다. 가끔은 안개처럼 이유 없이 흐릿하고, 가끔은 바람처럼 누군가의 말에 흔들린다. 어떤 날은 멈춰 서기만 해도 눈물이 뚝, 떨어지기도 한다.
그러면서 마음의 날씨는 늘 같을 수는 없다는 걸 안다. 흐림이 지나야 맑음이 오고, 쌀쌀한 바람이 불어야 봄도 더 반갑게 느껴진다. 그러니 오늘의 감정이 흐려도 괜찮다. 그 또한 지나갈 것이고, 내 안의 계절은 그렇게
천천히, 그러나 분명히 다음 날씨를 준비하고 있다.
날씨는 괜찮은 척을 하지 않는다. 비로, 눈으로, 햇살로, 바람으로 자신을 표현한다. 우리도 이제 그만 괜찮은 척하는 거다. 마음도 이 모습을 닮아더 좋지 않을까? 한계절보다 변화무쌍한 사계절이 아름답듯, 우리의 감정도 자연스럽게 옷을 갈아입는 것을 용납하자.
날씨를 체크하듯 내 마음을 체크하며 스스로를 돌보는거다. 아이들의 날씨도 체크해 보고, 동료들이나 가족들의 날씨도 체크해 볼 여유를 가진다면 그것이 곧 나 자신을 돌보는 일이 되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