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코칭과 회복탄력성
하루에도 몇 번씩 사람이라면 감정의 파도에 흔들린다. 속상하고, 섭섭하고, 불편하고, 울컥해지고...하지만 누군가로부터 “지금 기분이 어때요?”라고 질문을 받으면, 정확하게 답하지 못하고 두루뭉술하게 말하곤 한다.
“그냥… 좀 별로.”
“기분이 안 좋아.”
“짜증나.”
이렇게 뭉뚱그려진 표현은 내 마음을 제대로 전달해주지 못한다. 감정을 말로 표현할 수 없으면, 그 감정은 더 오래, 더 깊게 내 마음에 머무른다.
감정에도 통용되는 이름표가 필요하다. 분명하게 이름을 붙이는 순간, 그 감정은 정리가 되고, 방향이 생기며, 나도 타인도 이해할 수 있는 살아있는 언어가 되어 상호작용 도구가 된다.
감정 어휘는 단순한 국어 실력이 아니다. 마음 건강을 지키는 힘이라 말할 수 있다. 감정의 이름을 알면 알수록 내 마음을 더 잘 이해하고, 타인의 마음에도 더 잘 다가갈 수 있다.
아이들과 다툰 한 학생이 “짜증나요!” 라고 소리 질렀다. 씩씩대는 어깨를 보니 억울한 일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 아이를 복도로 불러 내어 조용히 말했다.
“지금 짜증난 같아 보이는데 혹시 무슨 일이 있었니? 내가 보기엔 속상한 것도 같도 무시당한 것 같은데, 넌 어떠니?”
그 말에 아이 눈에 순식간에 눈물이 핑그르르 돌았다.
“네… 짜증나요. 걔가 내 말이 아직 안끝났는데 계속 끼어들고 끊어요.”
‘짜증’이라는 단어 아래에는 ‘속상함’, ‘무시당함’, ‘당황’, ‘억울함’ 같은 다양한 감정이 웅크리고 경우가 많다. 정확한 감정 어휘를 알수록, 그 감정을 더 쉽고 안전하게 표현할 수 있다. 이런 언어를 선생님이 먼저 사용할 때, 아이들도 감정을 있는 그대로 말하는 방법을 배워간다.
감정을 제대로 말로 표현하는 능력은 아이들의 자기이해, 자기조절, 공감 능력의 시작이다. 그 언어는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교실 문화 속에서 자라난다.
감정을 억누르거나 ‘좋은 감정 vs 나쁜 감정’으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인식하고 말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아이들의 감정 회복탄력성을 키워주는 일이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선생님 스스로가 감정을 인식하고 말하는 연습을 시작하는 것이다.
감정 어휘표를 교실에 붙여두는 것을 권한다. ‘기쁨’, ‘슬픔’, ‘두려움’, ‘당황’, ‘분노’, ‘외로움’ 등 감정의 범주별 단어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면 아이들이 감정을 정확히 표현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지금 너는 이런 기분일까?” 라고 되물어 주자. “짜증났구나”보다는 “속상했니?” 또는 “억울했어?”라는 식으로 감정을 구체화해주는 질문은 아이가 자기 감정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하루 한 문장, 감정 일기 쓰기도 해보자. 수업 마무리나 아침 시간에 3~분 정도 시간을 내어, “오늘 나는 ~해서 (기분)했다.”를 채우는 활동이다. "오늘은 친구가 나랑 밥 같이 먹자고 해서 기뻤다."라고 쓰다보면 자신이 느낀 감정을 알게 되고, 더욱 자신을 사랑하는 아이로 되어갈 것이다.
감정을 정확히 표현하는 아이는 자신을 더 잘 이해하고, 친구를 더 잘 품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언어는, 바로 교실 안의 선생님, 어른들으로부터 시작된다. 교사의 솔선수범으로 또다른 아이들의 솔선수범이 이어진다면 어느 새 문화로 자리잡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