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 남긴 발자국

은퇴후 글쓰기

by 별빛수

지금 이 순간도 글은 누군가의 교재다. 우리는 흔히 교과서라고 하면 정답이나 완벽함을 떠올린다. 하지만 삶이라는 진짜 교재는 정답보다는 질문이 많고, 완벽한 모습보다는 불완전함에서 더 큰 매력을 느끼게 한다. 진짜 인생의 배움은 거창한 순간보다는 일상의 사소한 순간에 스며들어 숨어 있는 법이다.


하루를 버텨낸 마음의 여유, 사람 때문에 힘들었지만 그래도 다시 웃어보려던 순간, 스스로를 조금 더 알아가고 받아들였던 그런 시간들이 그렇게 가벼운 시간들이 아니다.


이런 것들이 모인 보통의 일상이야말로 따뜻한 위로이자 나만의 진짜 성장이다. 어쩌면 이 보통의 이야기들이 누군가에게는 삶의 방향을 응원해 주는 치어리더가 되어줄지도 모른다.


흔히, 애국자라고 하면 목숨을 바쳐 나라를 지키는 사람이라고 떠올리겠지만, 나물을 다듬다 남은 딱딱한 대 같은 것들을 채수로 만들어야겠다는 마음, 그 절약하고 아끼는 또는 쓸모를 더 생각해 보는 것도 애국이다.


블로그에서 담담하게 일상을 기록한 글을 읽다 보면 특별하지 않은 그 글에 "덕분에 다시 용기가 났어요."라는 댓글을 볼 수 있다. 우리가 그냥 지나치는 평범한 하루가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힘과 위로가 될 수 있다는 반증이다.


종종 나만의 행복일기장에서 자주 내게 묻는다.


"오늘 내가 새롭게 알게 된 건 뭘까?"

"오늘 꼭 기억해두고 싶은 내 감정은 무엇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한 일은 무엇이었나?"

"용서하는 삶을 실천하였다면 그 내용은 무엇이었나?"


때로는 나 자신에게 건넨 작은 다짐, 때로는 누군가와의 대화 중에 툭 나온 진심 어린 한마디를 놓치지 않으려 한다. 그것이 언젠가 나에게 회복탄력성을 불러내어 응원해 줄 것을 알기 때문이다. 심장 집중 호흡을 할 때, 과거의 고마운 추억들을 떠올리며 호흡을 하면 훨씬 빨리 심장이 정화되는 느낌을 준다.


아무 생각 없이 흘러나온 말이 오히려 내 마음의 깊은 곳을 드러내곤 할 때도 있다. 이런 순간들을 모으면 삶이 한층 더 풍성하고 생생해진다.


돌아보면 우리는 늘 주변 사람의 삶을 통해서 성장하고 위로받았다. 혼자 고군분투하며 치열하게 사는 것 같아 보여도 친구가 보내준 따뜻한 메시지 하나, 낯선 사람의 우연한 친절, 책이나 영화 속 인상 깊었던 한 줄이 내 마음을 움직이고 삶의 방향을 바꾸어준 내비게이션이었다.


내가 살아가는 오늘 하루도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그런 의미로 다가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소소하게 느껴지는 일상도 소중하다. 살아낸 지금 이야기가 아직 미완성이거나 부족해 보여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나만 부족한 것이 아니라는 위로가 되어서 그렇지 않을까? 모든 걸 완벽하게 정리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냥 마음을 담아 편하게 써 내려가 보면 어떨까?


지금 이 순간 나의 삶은 누군가에게 필요한 위로이자 아름다운 길잡이가 될 수 있다. 우리가 써 내려가는 문장 하나하나가 어느 한 사람의 마음을 따스하게 비추는 등불이 될지 누가 알랴. 그러니 오늘 하루를 소중히 간직하며 삶의 이야기를 천천히 써보자고 나와 당신을 응원한다. 우리의 글이 언젠가 누군가의 내일을 안내해 주는 희미한 발자국이라도 된다면 길이 길로 이어지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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