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고르고, 바라보고, 다정하게

감정코칭과 회복탄력성

by 별빛수

교실에서 아이들과 하루를 보내다 보면 정말 예측하기 어려운 순간들이 자꾸 생긴다.


“선생님, 걔가 제 공책 찢었어요.”

“하기 싫어요.”

“왜 또 혼나요.”


이렇게 여러 목소리가 한꺼번에 쏟아지면 마음 한구석이 금방 바빠진다. 어떤 날에는 감정이 올라오는 속도가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느껴진다. 그때마다 나도 모르게 큰소리를 내거나 나중에 떠올리면 마음이 쓰라린 말을 뱉고 만다. 조금 조용해진 뒤에는 늘 비슷한 후회가 찾아온다. ‘내가 왜 그렇게 말했을까. 조금만 더 차분하게 바라볼 수는 없었을까.’


감정을 다루는 일은 언제나 쉽지 않다. 금방 사라질 것 같다가도 오래 머물고, 조용해 보이면서도 언제든 올라올 준비가 되어 있다.


이런 순간에 선택할 수 있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반사’이고, 다른 하나는 ‘반응’이다. ‘반사’는 내 안의 감정이 먼저 달려나가는 쪽이다. 화가 나면 목소리가 커지고, 짜증이 나면 얼굴이 굳어지고, 서운함이 밀려오면 그대로 아이에게 쏟아내 버리게 된다.


‘반응’은 잠깐 숨 고르기를 해보는 것이다. 마음에 올라오는 느낌을

조용히 바라보는 시간이다. ‘지금 내가 많이 화가 났구나. 조금만 멈춰야겠다.’ ‘이 말은 서운해서 나온 것 같아. 조금만 더 아이 입장에서 생각해 볼까.’ 이렇게 마음속에서 나에게 작은 질문을 던져보는 일이다.


어느 유치원 선생님이 이런 얘기를 해주었다. 예전에는 아이가 장난을 치면 곧장 화가 치밀어 혼냈는데, 이제는 속으로 ‘지금 내 안에 뭐가 있지?’ 하고 묻는다고 한다. 그 3초의 멈춤이 아이와의 관계를 많이 바꿔주었다고 했다.


돌아보면, ‘반사’는 감정이 나를 끌고 가는 것이고, ‘반응’은 내가 감정을 이끄는 것이다. 교실에서 교사의 감정은 하루의 공기처럼 아이들에게 그대로 전해진다.


억지로 참으려고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 다만, 그 감정을 그냥 터뜨릴지 아니면 잠깐 멈추고 다루어볼지를 선택할 수 있다는 걸 기억하면 좋겠다.


그 작은 선택이 쌓이면 아이들과의 관계도 더 부드러워지고, 나 자신도 조금 덜 지치게 된다. 어쩌면 매일 찾아오는 수많은 감정들은

조금만 더 숨 고르고, 조금 더 따뜻하게 바라보자고 우리에게 말을 거는 지도 모른다.


3초만 멈춰 보자. 감정이 올라올 때 곧바로 말하지 않고 속으로 하나, 둘, 셋 세어본다. 그 짧은 멈춤만으로도 말투와 표정이 달라진다.


훈육하기 전에 감정단어로 말걸기를 시작해보자. “나는 지금 속상해.” “마음이 좀 아프다.” 이렇게 먼저 내 마음을 말해본다. 아이들도 그 고백을 오래 기억한다.


수업이 끝난 뒤 오늘 느낀 감정을 한 줄로 적어보자. ‘오늘 나는 지쳤다. 이유는 OOO 때문이다.’ 이 짧은 기록이 감정과 나 사이에 적당한 거리를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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