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이야기
6월의 첫날이다. 달력은 조용히 넘어갔지만, 마음속 어딘가에선 시간이 또박또박 걸음을 옮기며 내 삶의 수명을 하나씩 세어 가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 달이 바뀌는 날이면, 나는 유독 세상의 불빛들을 더 선명하게 바라보게 된다. 어두운 시대, 혼란스러운 사회 속에서도 여전히 꺼지지 않고 타오르고 있는 불빛들.
오늘은 그 가운데 세 사람을 마음 깊이 저장해두고 싶다. 나도 모르게 눈길이 가고, 가슴이 반응했던 이름들이다.
첫 번째는 이재명 후보.
그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마음속 어딘가가 단단해진다. 거대한 권력의 물살 속에서도 민심을 품고 꿋꿋이 걸어가는 그의 모습은, 어느 순간 세종대왕의 풍채와 겹쳐 보이기도 했다. 검은 힘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고, “암행어사요!”라고 외칠 것 같은 사람. 내게 그는, 빛이다.
두 번째는 조국혁신당의 박은정 의원이다.
검찰개혁이라는 첨예한 싸움 속에서 회유와 압박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소신을 꺾지 않았다고 한다. 지금도 법사위에서 때때로 빛나는 목소리를 내는 그의 모습을 보면, 나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다. 크게 드러나진 않아도, 제 자리를 지키며 흔들림 없이 살아가는 사람. 그 고요한 신념의 불꽃은 오히려 더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세 번째는, 어느 기사에서 만난 이름.
2024년 6월 20일, 캐나다 참전용사 존 로버트 코미어.
“Not Home, But Where I Fought.”
그는 생전에 바라던 대로, 고향이 아닌, 자신이 19세에 와서 싸웠던 한국 땅, 부산 유엔기념공원에 묻혔다. 기사를 처음 접한 순간,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벅참이 가슴을 채웠다. 그는 말없이, 그러나 가장 뜨겁게 이 땅에 돌아와 또 하나의 불이 되었다.
이들 세 사람은 모두, 내게 '불빛'이었다. 세상이 어둡고 혼탁할수록, 그 존재들이 더욱 또렷하게 다가왔다. 겉으론 조용해 보여도, 속으로는 용기와 진심이 느껴지는 사람들. 그들이 있어, 이 지구가 아직 살아 있다는 온기를 느낀다.
내 눈에 보이는 불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분명,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바람에 흔들리며 꺼지지 않고 타오르는 불꽃들이 있으리라. 나는 그것을 ‘민심’이라 부르기로 했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마음으로는 분명히 느껴지는 그 불빛. 그리고 그 불빛은, 어느새 내 안의 희망을 다시 일으켜 세운다.
그 희망은, 때로는 아주 가까운 곳에서 시작된다. 문득, 나의 가족들이 떠올랐다. 한 사람도 교회에 다니지 않는다. 그들이 교회에서 받은 것은 위로가 아니라 상처였고, 목사들의 설교는 삶을 흔드는 말이 되지 못한 채 허공에 떠도는 소리에 머물렀다.
하지만 내 어머니는, 유산은 남기지 않으셨지만 신앙심 하나만은 내게 남겨주셨다. 그 믿음이 내 삶의 버팀목이 되었고, 나는 그것 하나로 평생을 감사하며 살아왔다.
그래서 내게는 조용한 소망이 하나 있다. 언젠가 가족들도 교회에 나아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예배하며 살아가는 날이 오기를. 혼자든, 함께든, 기쁠 때든, 슬플 때든.
한때 나는 너무 많은 말을 쏟아냈다.
“교회 가야지”
“예배는 하고 살아야지”
“성경 읽어봐”
“기도는 하니?”
“찬송은 곡조 있는 기도잖아…”
나는 그 말들이 사랑이라 믿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조급한 마음이 앞선 잔소리에 불과했다. 진심은 있었지만, 따뜻함은 부족했다. 그래서 이제는 말하지 않는다. 그저 기도하며, 조용히 기다린다. 내가 먼저 꺼지지 않는 신앙의 불을 지키며 살아가는 것. 그 불빛이 언젠가 그들의 마음에도 스며들기를 바란다.
말은 때로 짐이 되지만, 마음으로 전해지는 것은 언제나 사랑이다. 그리고 그 사랑이 어떻게 내게 흘러와 조용히 불을 밝혔는지를, 나는 이제야 비로소 깨닫는다.
그들은, 내 삶에 묵묵히 불을 밝혀준 사람들이었다. 어둠을 탓하기보다는 내가 지닌 작은 불 하나라도 끝까지 지키며 살아야겠다는 다짐이 오늘따라 마음 깊이 타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