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글을 쓰는가?

재능 없는 사람의 글쓰기

by 수윤

“글을 쓰는 이유가 뭔가요?”


브런치든, 블로그든, 몰래 쓰는 글이든 글을 쓰고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해 볼 법한 질문이다. 글이라는 게 형체가 있다면, 질문 던지는 사람들을 향해 코를 파며 ‘아직도 고민하고 있슈?’ 하며 피식 웃을지도 모르겠다.


머릿속에 질문이 떠오르면 다른 사람들의 의견이 궁금해진다. 오지선다에서 하나의 정답을 체크하는 것처럼, 타인의 정답지들에서 나의 답을 찾고 싶은 게으름일 수도 있겠다. ‘글을 쓰는 이유’를 검색하니 나오는 답변들은 대개 이렇다.


- 나를 잘 알고 싶어서

-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서

- 나를 드러내고 싶어서

- 그냥 쓰는 행위 자체가 좋아서


이번 질문은 오지선다가 아니라 주관식이었나 보다. 모두 내 마음 같지만, 모든 것이 내 마음과 같지 않다. 내 안에서 답을 찾기 위해서 되감기를 해야겠다. 처음 글을 썼던 때로.


누가 시켜서 쓰는 글이 아닌, 자발적으로 쓴 글의 처음은 감정일기였다. 감정의 소용돌이에 쓸려가지 않으려면 꽉 붙잡고 있을 지지대가 필요했고, 글이 훌륭한 지지대가 되어 주었다. 처음엔 일기라고 보기도 어려운, 한 두줄의 짤막한 감정 기록이었다. 여느 글쓰기 책에서 말하듯, 그 한 줄이 두 줄이 되고 한 문단이 되며 글쓰기는 천천히 발전했다. 창작의 욕구가 있었다기보다는 표현의 욕구였다고 봐야겠다. 아니, 토해내고 싶은 욕구인가? 어디에라도 내 마음을 게워내지 않으면 속이 부대껴 살 수가 없었다. 그래서 목 끝까지 검은 마음이 찰랑이면 와라락 노트에 게워내었다.


게워낸 글자들을 며칠, 몇 주가 지나 하나씩 주워 담았다.

‘아, 내가 이땐 이런 마음이었구나.’

‘이런 고민을 했었구나.’

일기장 한 권을 읽는데 어떤 책을 읽는 것보다 재미있었다. 내가 글을 유려하게 잘 써서 재밌었다기보다 흩뿌려진 나의 시간을 주워 담는 게 재밌었던 것 같다.


게워낸 글자들을 주우면서 내 것이 아닌 글자들도 발견했다. 그것들은 한 데 뒤섞여 있었지만, 그 글자들은 분명히 내 것이 아니었다. 넘어질 때 일으켜 주고, 울고 있을 때 등 두드려준 글자들은 다른 사람들에게서 온 글자였다. 책으로 그렇게 위로받고, 힘을 내고, 일어섰다. 고마운 글자들이었다.


생각이 거기까지 닿자 나의 글자들도 다른 사람에게 주고 싶어졌다. 처음 대학생이 되어 길을 잃은 기분이 들었을 때 내게 손 내밀어주었던 작가들처럼, 내가 그들에게 손 내밀어주고 싶었다. 사람은 다양하지만, 생애마다 하는 고민은 비슷하니까. 나와 비슷한 시기를 건너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터널 끝에서 여기까지만 오면 된다고 손전등을 흔들어주고 싶었다. 힘들고 외로운 누군가의 옆에 ‘나도 그랬다고’ 이야기해주고 싶었다.


돌이켜보니 글을 쓰고 싶은 이유와 목적은 분명했다. 어쩔 수 없이 계속 쓰게 되어서. 표현하고 싶어서, 그리고 그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이 되었으면 해서. 여태 글쓰기에 대한 이유를 묻는 건, 진짜 이유가 궁금해서가 아니었다.


“너 뭐 돼?”


내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대항할 수 있는 이유를 찾기 위함이었다. 내가 글 쓸 자격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답하고 싶어서였다. 김은숙 작가님의 유명한 말이 있다.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 헷갈리면 그건 없는 거라고. 재능이 있는 사람은 어떻게든 그 재능이 나를 비집고 나온다고. 나는 몰라도 주변 사람들은 다 안다고. 맞다, 잘생기고 예쁜 사람들도 자신의 미모를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다. 주변에서 잘생겼다고 예쁘다고 귀가 닳도록 이야기하니까. 재능이란 이런 것이다. 확실히 나는 재능이 없다. 백일장에서 한 번 상도 못 타본 내가 무슨.


그렇다고 포기할 이유는 없다. 나는 한강 작가님이나 김은숙 작가님처럼 되겠다는 게 아니니까. 글쓰기 책을 여럿 뒤적여봐도 재능이 없으면 포기하란 말은 없다. 글쓰기는 꾸준한 노력으로 늘 수 있다는 말만 있지. 김은숙 작가님도 재능의 중요성을 이야기하셨지만, 결국 끝에 강조한 건 노력이었다.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 생각할 시간에 글을 써야 한다고. 그런 생각이 들 틈이 없도록 노력하면 늘게 되어있다고 말이다.


브런치에 글을 쓰는 분들을 보면 정말 잘 쓰시는 분들도 많아 주눅 들기도 하지만, 내가 하는 말에 귀 기울여주는 사람도 있을 거라 생각하며 쓴다. 이렇게 한 글자, 한 글자씩 쓰다 보면 나도 그들처럼 좋을 글을 써낼 수 있을 거라 믿으며.


모든 쓰는 사람들의 쓰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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