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주 May 05. 2022

'임영웅'이라는 위로

BGM. 인생찬가 (임영웅)

나오고야 말았다. 임영웅 1집이. 5월 2일, 임영웅의 첫 정규앨범은 발매와 동시에 내가 사용 중인 '멜론'에서 차트 상위권을 차지했다. 5월 5일 밤 10시 현재 4만 5천 개의 하트와 1만 6천 개의 감상평이 달려 있다. 막대한 해외 팬을 가지고 있는 빅뱅과 싸이 사이에서, 'IM HERO'라는 이름만으로 충분한 임영웅이라는 트로트 가수가 있다. 아니, 가수가 있다.






고백하자면 <미스터트롯> 그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그의 존재를 몰랐다. 정동원, 홍잠언, 이찬원으로 이어지는 놀랍고도 신명 나는 무대를 즐기는 사이,  끝에 임영웅이 등장했다. 그가 떨림을 접고 노래를 시작한 순간, 많은 사람들이 생각했을 것이다. '아니, 저런 보석이 어디에 숨어 있었어?'


'내 손에 잡은 것이 많아서, 손이 아픕니다...'


말하듯이 건네는 그의 목소리는 단번에 귀를 사로잡았다. 마치 편지를 읽는 것 같았다. 그것도 나를 위해 쓴 듯, 한 명 한 명 눈을 맞추며 건네는 편지. 아마 많은 팬들이 그의 정성 어린 목소리에 마음이 움직였을 것이다. 선곡은 더할 나위 없었다.   


'큰 것도 아니고 아주 작은 한 마디, 지친 나를 안아 주면서

사랑한다, 정말...'


'바램'의 하이라이트는 여기라 생각한다. '사랑한다'라고 음을 길게 높인 뒤, 고개를 떨구듯 나직하게 내뱉는 '정말'. 그의 '정말'에는 진심과 무게가 느껴진다. 가슴에 점을 꾸욱 찍는 듯하다. 그 점이 있어, 이어지는 '사랑한다는 그 말을 해준다면'이라는 가사가 더욱 진실하게 다가온다. 이렇게 노래 속 이야기를 잘 살리는 가수라니, 정말 어디 있다가 이제 나타난 것인가.  


'계단 말고 엘리베이터'라는 본인 곡이 있으나 '바램'을 띄워낸 그런 목소리는 처음이었다(여담이지만 배우는 영화 제목 따라가고 가수는 정말 노래 따라가는  같다, 아무렴, 계단보다는 엘리베이터가 우리 곁에 오는데 훨씬 빠르지). 임영웅 특유의 말하듯이 부르는 창법,  목소리가 오롯이 드러나는 무대는 이어진 미션에서도 계속됐다. '어느 60 노부부 이야기' 들으면서는 60대를 맞이하지도 않은 내가 얼마나 울었는지, '배신자' 부를 때는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을  이겨 무대를 놓아버리진 않을지 얼마나 전전긍긍했던지, 방송이 끝난  년이 흐른 지금도 <미스터트롯>  그의 무대 하나하나가 또렷이 기억난다.  




5월 4일, 임영웅은 정규앨범 발매에 맞춰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해 이야기를 나눴다(참고로 5월 4일은 소방관의 날이다. 아마 '소방관=영웅'이라는 공식 때문에 '히어로 특집'을 기획한 듯 하지만 어디까지나 제작진과 아무 상관없는 방송작가의 심증일 뿐이다). 히어로 특집에 맞춰 등장한 임히어로는, 이날 '말하듯이 노래하는 것'을 자신의 무기로 삼아야겠다 생각하고 연습에 연습을 거듭해 왔다고 말했다. 하루에 10시간 넘는 연습 끝에 한 곡 한 곡을 소화하듯 익혀 왔을 그의 모습이 단번에 상상됐다. 무명 시절부터 업로드해온 유튜브 영상이 그의 성실함을 보여준다.


읊조리듯, 그러나 강단 있게. 말하듯, 그러나 다정하게. 그의 노래는 어느 날의 대화 같다. 바쁜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싶을 때, 그러나 텅 빈 벤치와 그늘 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때, 누군가의 위로가 필요할 때, 임영웅은 등장한다. 쿵작 대는 분주한 리듬 대신 트로트 그 자체가 품고 있는 한과 슬픔, 사랑과 위안 등이 나직한 그의 목소리 속에서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이야기로 다시 태어난다. 한 글자 한 글자 그의 말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펼쳐지는 나의 일기장. 너의 이야기도 되고 나의 이야기도 되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다정하게 쓰다듬어주는 그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세상 모든 위로가 내 것이 된다. 외롭지 않게 된다.




1집에는 많은 노래가 있지만 내가 가장 여러 번 반복해 들은 곡은 '인생 찬가'이다.


'꿈처럼 지나간 시간, 나는 무얼 찾고 싶었나

지도도 없이 걸어온 삶을 나는 후회하지 않으리'   


오늘도 어김없이 다치고 들어오는 장난 가득 아들내미 같다가도, 어느 날 돌아보면 훌쩍 자라 어른이 되어 있는 얼굴. 그 얼굴에 깃든 그간의 아픔까지 노래가 되는 삶. 그 성장기를 놓치지 않고 볼 수 있다는 것은 트로트 팬들에게 큰 행운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꽃마차는 달려 간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