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서없이 적어봅니다.
조니워커 약간, 레몬청을 조금 그리고 탄산수와 얼음을 섞어 하이볼을 만들었다. 한 달 전 즈음 친구를 만났던 날 마셨던 그 술이 참 맛있었다. 덕분에 마트에서 위스키를 처음 사 보게 되었다. 그리고 종종 밤에 혼자 기분을 내보곤 한다. 오늘은 모처럼 여유가 생긴 밤이었다. 배가 고팠지만 무언가를 먹기 위해 분주해지고 싶지는 않았다. 크래커와 크림치즈를 꺼내 안주삼아 끼니를 해결했다. 정액제로 가입한 밀리의 서재를 열어 책을 읽으며 언니네 이발관의 노래를 들었다.
어떤 순간을 오래도록 사유하기 위해 나는 음악을 듣는다. 질리도록 그 음악 하나만을 듣는다. 이건 내가 기억을 저장하는 방법 중 하나이다. 어떤 여배우는 여행지를 기억하기 위해 그 여행지에서 향수를 산다고 했다. 그리고 여행 내 그 향수를 뿌린다고 했다. 다시 현실로 돌아왔을 때, 문득 그 향수를 뿌리면 자연스레 여행지가 떠오른다고 했다. 그 또한 기억을 보관해두는 방법이겠지.
나에겐 음악이 그렇다. 그래서 문득 살다가 조우하게 된 그 노래들은 나를 열아홉의 추운 지하철 역사 안에 데려다 놓기도 하고, 스물셋 칼라파테의 어느 공원에 데려다 놓기도 한다.
함께 하이볼을 마셨던 친구가 내게 물었다.
" 언제 나이가 들었다는 걸 실감해? "
글쎄, 나의 관심사가 옮겨가는 걸 느낄 때지 않을까.라고 나는 대답했다. 그때는 중요했던 것들이 지금은 대수롭지 않게 느껴질 때 마음의 나이테가 늘어간다는 걸 느낀다. 돌이켜보면 아무것도 아닌데. 그때는 어찌나 쩔쩔매고 안달볶달을 했던지. 수능이 망하면 인생도 망하는 줄 알았던 열아홉은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게 불현듯 느껴지면 참 생경하다. 그토록 무서워했던 나의 첫 직장상사에 대한 기억이 흐릿하고. 그때는 관심도 없었던 커트러리나 건강기능식품이 눈에 들어오는 것을 보면 아 내가 나이 먹는구나 싶다.
매일이 비슷한 일상인데 문득 돌아보면 나는 흘러가고 있다.
부유하듯 말이다.
그렇다고 모든 게 흘러가는 건 아니다. 관심사가 옮겨가기도 하지만, 우두커니 함께 가는 것들도 있다. 이를테면 글을 쓰는 것. 나는 언제나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했고 지금도 한다. 글쎄, 정확히 어떤 이야기인지 몰라 긴 시간을 방황했고, 여전히 두서없지만. 나는 내 이야기가 하고 싶은 사람이라는 생각. 일기가 아닌, 누군가에게 보여줄 가치가 있느냐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지만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탱탱볼처럼 무언가 퐁퐁 튀어 오를 때가 있다. 무언가를 말하고 싶은 욕구일 거라 생각한다.
글쎄, 하이볼을 마시니 약간 알딸딸하기도 하고. 역시 남이 쓴 글을 읽다 보면 나 또한 무언가를 쓰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고. 반복 재생하듯 듣고 있는 언니네 이발관의 노래가 좋기도 하고. 톡톡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괜히 마음을 톡 하고 적셔서. 지금 이 기분을 나열해보는 것이다.
이제 잔에 얼음은 다 녹았고, 술의 맛도 조금은 맹숭맹숭해졌다. 그러나 또 취하고 싶은 마음은 없으니. 이 두서없는 상념을 여기까지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