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기 싫어하는 모녀
엄만 언제 남자 친구와의 1박 2일 여행을 허락할 거야?
by
소린
Sep 16. 2023
어느 날 아빠 없이 딸들과 소박한 저녁식사 중이었다.
여느 때처럼 이런저런 얘기를 하던 중 갑자기 큰딸의 질문.
"
엄만 내가 남자 친구와 1박 2일 여행을 간다면 언제 허락할 거야?"
"갑자기 궁금해서 묻는 건데 친구들과 여행 얘기를 하다가 몇 살 때 부모님은 허락을 하실까? 하고 화제가 올랐어. 한 친구 엄마는 20살에도 가능하다고 하셨다는데....."
난데없는 질문에 순간 당황해하면서 갑자기 눈꼬리가 대각선으로 올라가는 것을 느꼈다
"너 남자 친구 생겼어? 어디 가려고?"
내가 알기론 우리 딸은 현재 남자친구가 없었다.
그런데 여행 얘기가 나오고 보니 이미 남자친구를 보유 중인가 하는 합리적 의심 아닌 의심이 들면서 치켜 올라간 눈은 내려올 줄을 모르고 있었다.
딸은 어느새 남자 친구와 1박 2일 여행을 논 할 정도로 커 있었는데 나는 아직 철부지 소녀로 보고 있는
것인가.
자식을 둔 (그것도 과년한 딸을 둔) 부모 입장에서 이성과의 여행을 선뜻 허락하기보다 주저함이
있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더군다나 엄마보다 아빠 입장은 더 강경할 터.
딸과의 협상은 30살부터 시작되었다.
"네가 학교 졸업을 하고 취직을 해서 어엿한 경제적 독립을 했을 30살?"
"에잇! 엄마 그건 말도 안 된다. 요즘 세상에 지금 말 안 되는 건 알지?"
"왜 말이 안 되니? 네가 무언가를 책임질 수 있는 나이가 그런 거지."
"거짓으로 갈 수 있을 수도 있지만 난 그러기 싫으니 엄마가 허용할 수 있는 나이를 대봐.
엄마가 24에 결혼했으니 24살?
"
"요즘은 예전보다 시대가 바뀐 건 알고 있지?"
아! 내가 왜 그 이른 나이에 결혼을 했을까'
유구무언이로세~
그렇다고 덥석 허락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나로선 다른 이유를 대야만 했다.
"엄만! 일찍 할머니 되기 싫다!"
딸의 사랑을 막을 생각은 없지만 일찌감치 책임도 지우기 싫은 엄마의 마음으로 속을
내놓고 말하는 게 좋겠다 싶기에 피임의 중요성을 결국 설파하기에 이르렀다.
한참 사춘기인 작은 딸이 오며 가며 듣기에 다소 이른 감이 있었지만 같이 들으라는 듯 얘기했다.
"너도 드라마나 예능들 봤으니 알 거야. 엄만 고딩엄빠 결사반대다!!!!"
둘의 대답은 다행히도 같았다.
"뭐래. 우리도 진짜 싫거든."
미리 걱정하는 엄마의 마음은 어쩔 수가 없다.
"엄마는 너무 앞서 나간다고! 그냥 생기면 언제 당당히 갈 수 있나 물어보는 거지. 내가 27살에도
남자 친구 없이 외롭게 지낼 수도 있는 건데~"
"그래. 그렇긴 한데 엄마 마음은 그렇다. 억지로 너를 막을 수도 없고, 네가 몰래 거짓으로 갈 수도 있겠지만 너를 꼭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것.
이거 하나는 꼭 지켜주라. 무슨 일이 생겼을 때 꼭 얘기해 주었으면 좋겠고.
그런데 이 얘기는 아빠한텐 비밀."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지만 버티다가 상처입기도 하기에 딸 가진 아빠에겐 우선 비밀유지는 정신건강에 더 도움이 될 것이다.
내 정신 건강을 챙기려면 딸에겐 미안하지만 천천히 남자친구가 생기기를 바라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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