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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카 Sukha Jul 03. 2020

김이나의 작사법+보통의 언어들


사실 김이나의 첫인상은 흐릿했다. 내가 그녀를 어디에서 처음 봤는지 기억은 나지 않, TV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보게 되는 프로그램들에서 그녀를 알게 되었고 봐 왔던 것 같다. 때문에 오랜 시간 동안 나에게 그녀는 '작사가' 김이나가 아닌 '방송인' 김이다.  그러던 중 그녀를 작사가 김이나로 다시 보게 된 건 뒤늦게 챙겨보기 시작한 TV프로 <놀면 뭐하니> 덕분이었다.  


유재석, 아니 유고스타가 만든 단순한 비트에 얹어지는 지션들의 다채로운 음악은 정말 감탄스러웠는데, 뜻밖 그중 제일 인상 깊었던 건 어떠한 악기도 목소리도 아닌 그녀의 작사 능력이었다. 공감할 수 있는 가사를 음악에 맞추어 쓰는 그 능력이 대단해서이기도 했지만, 단지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 캐릭터와 상황에 맞는 작사를 제시하는 그녀가 굉장히 프로페셔널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습관처럼 들어간 알라딘에서 그녀의 새로운 에세이집 "보통의 언어들"을 보았을 때 문득 궁금함이 차올랐던 것이다. 그녀의 첫 책 "김이나의 작사법"과 함께 구입했다.


"김이나의 작사법"을 먼저 읽고 "보통의 언어들"을 이어서 읽었다. 구입한 후 일이 바빠 한참을 묵혀 두었던 터라, 책의 첫 표지를 넘겼던 출근길 설레었던 기억이 난다.


중간 중간 들어간 김이나의 일러스트가 매력적이다.


"김이나의 작사법"은 실용서와 에세이의 사이 어딘가에 있다. 체계적으로 이렇게 따라 해 보세요 하며 a부터 z까지 가르쳐주는 책은 아니지만 기본적인 업계 용어부터 실제 작사를 하는 방법 등을 얘기한다. 그리고 아마 모두가 궁금했을 부분인 김이나가 작사한 가사들의 뒷 이야기를 원 없이 들려준다.


개인적으로는 그녀에게 제일 궁금했던 부분인 어떻게 평범한 회사원에서 유명한 작사가가 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자세하게 나와있좋았다. 음악 감각이 없는 나로서 상상하기 어려운 멜로디맞게 가사를 붙인다는 위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지에 대한 설명도 흥미로웠다. 아쉬운 점은 내가 그녀가 작사한 노래를 전부 알지 못한다는 것. 확실히 아는 노래와 모르는 노래가 나올 때 집중도가 크게 차이 났다. 이 책을 다시 읽는다면 집에서 느긋하게 침대 위에 누워 그때그때 노래를 찾아가며 읽을 수 있는 때가 좋겠다.

 

첫 번째 책보다 귀엽고 아기자기한 표지. 고양이는 유행이라 있는건가?


"보통의 언어들"은 실용서가 아닌, 에세이집이다. '작사가'의 에세이집. 천천히 감정에 대한 자신의 사유를 솔직하게 보여 주는 그녀의 에세이들은 어찌 보면 평범하고 어찌 보면 흔한 보통의 언어들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마음에 와 닿는 숨겨진 보석 같은 구절도 많았다. '그래, 나도 그랬었지-'하고 공감하게 되거나, '아 이런 감정을 이렇게도 볼 수 있구나' 하는 놀라운 작은 표현들. 하루하루 착실히 살아가는 김이나의 보통의 날들이 짐작되는 글들이었다. 그래서 처음 제목을 봤을 때 어디서 본 듯한 단어들의 조합 같아 든 아쉬운 느낌이 사라지고, 왜 이런 제목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는지 자연스레 느낄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이건 가사의 특징이다. 내가 아끼는 이소라의 노래 <시시콜콜한 이야기>에 등장하는 윤오처럼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보통 가사에는 사람 이름등장하지 않는다. 사에 쓰이는 칭 대명사는 웬만하면 거의 나 아니면 너이고, 내용도 무슨 일이 있었는데 그래서 어떻게 됐고 하는 식의 구체적인 사건보다는 포괄적 언어들로 쓰인다. 그래서 언뜻 가사는 다 비슷비슷하다거작사를 하는 게 시를 짓거나 소설을 쓰는 것에 비해 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각해보면 분명 이 비슷하게 느껴지는 가사들 중 눈에 들어오는 반짝거리는 가사가 있고 비슷한 것들 사이에 눈에 띄는 가사를 쓰는 것은 어찌 보면 더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이제 내게 더 이상 김이나의 인상은 흐릿하지 않다. 연이어 읽은 그녀의 책, "김이나의 작사법"과 "보통의 언어들"이 준 첫인상은 따뜻했고 특별했 그녀를 향한 애정이 생겨나게 하기 충분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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